입력 | 2022-04-01
소화기계 질환
우리는 ‘간이 부었다’ ‘간이 서늘하다’ ‘간에 기별도 안 간다’ 등 간과 관련된 다양한 속어들을 자주 사용한다. 이런 표현들은 거의 ‘간이 정신 활동까지 관장하는 장기’라 믿는 동양 사상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턱도 없이 부족한 음식에 대해 ‘간에 기별도 안 간다’라는 표현은 기(氣)보다 현대의학 ‘간의 구조와 기능’을 통해 조심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간의 구조
‘간(liver)’은 배의 오른쪽 위 부위를 차지하는 쐐기 모양, 암적갈색의 무르고 유연한 장기다. 혈관 분포가 많아, 외상에 찢어지기 쉽고 출혈도 많이 일어날 수 있다. 간은 다각형 모양의 수많은 간소엽(hepatic lobule)으로 이루어져 있고, ‘간 기능의 기본 단위’가 된다. 간소엽을 이루는 간세포(hepatocyte)는 영양분을 흡수하고 지방의 화학적 소화를 돕는 쓸개즙(bile)을 만든다. 간소엽 주변 별 모양 쿠퍼세포(Kupffer cell)는 면역 기능이 있는 포식 세포다.
간의 혈액공급(blood supply)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간은 많은 산소를 포함한 ‘고유 간동맥(hepatic artery proper)’을 통해 약 25%의 혈액을 공급받는다. 나머지 75% 혈액은 비록 정맥혈이지만 위장관, 지라, 이자의 모세혈관으로부터 시작하는 ‘간문맥(hepatic portal vein)’을 통해 공급받는다. 소화관에서 흡수된 ‘대부분 영양소’는 바로 이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간의 기능
간은 ‘해독작용’을 한다. 간세포는 약물, 대사산물, 알코올 등 독성물질을 분해하고 쿠퍼세포는 혈액 속 오래된 적혈구나 손상된 찌꺼기를 없앤다. 간은 ‘탄수화물 대사’를 통해 혈당 유지에 관여하고 ‘지방 대사’를 통해 남는 탄수화물은 지방으로 축적, 필요하면 에너지를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꾼다. 또한, ‘단백질 대사’를 통해 아미노산으로부터 알부민, 글로불린, 혈액 응고 단백질 등 혈장 단백질을 만든다. 간세포는 지방의 화학적 소화를 돕는 담즙을 만든다. 간은 지용성 비타민과 철분, 구리 그리고 약간의 수용성 비타민(B12) ‘저장역할’도 한다. 이렇게 중요하고 다양한 기능들은 간이 ‘인체의 화학 공장’이라 불리는 이유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 ‘위와 장’에서 소화 과정으로 분해, 혈액으로 흡수된다. 흡수된 영양소는 대부분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모여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물질로 대사된다. 간은 에너지가 남으면 저장, 부족하면 다시 분해 공급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과 에너지 영향은 사실 위(stomach)보다 ‘간(liver)’에서 비로소 느낄 수 있어 ‘간에 기별도 안 간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병리학을 토대로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