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허리디스크 환자였다
나도 허리 수술은 처음이라(3)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 대표원장
허리가 아닌 배를 통해 진행하는 인공디스크치환술 정점
클라이맥스
드라마, 영화 등 극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서사 단계인 클라이맥스. 긴장감을 조성하며 몰입도를 최상위 정점에 밀집시켜야 한다. 그다음은? 한껏 끌어올린 흥분을 유지한 채 극을 잘 매듭지으면 된다. 그래야 훌륭한 작품이라 불릴 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면, 마무리는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 화려한 피날레인 것이다.
인공디스크치환술에도 이러한 클라이맥스와 피날레가 존재한다. 척추외과전문의가 말하는 클라이맥스는 단연 ‘인공디스크 삽입’이다. 어떤 인공디스크를 사용할지, 어떻게 넣을 지가 수술의 정점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 다르듯 척추 역시 아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척추의 일반구조는 같지만 척추 사이 간격이나 모양, 각도, 깊이, 높이 등은 제 각각이다. 증상의 정도 파악뿐 아니라, 정확한 인공디스크를 선택하기 위해 수술 전 MRI 촬영은 필수다. 이때 수술 경험이 쌓일수록 척추 모양과 각도에 따라 어떤 크기의 인공디스크가 필요할지, 어느 위치에 넣으면 좋을지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Ready Action!
수술이 시작됐다. 해상도 높은 MRI를 통해 척추의 모양을 파악하고 인공디스크 크기를 예측했다고는 하나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야 하는 법. 척추와 척추 사이를 벌린 다음 반드시 계측기를 활용해 상하좌우를 정확하게 측정해 인공디스크 크기를 결정해야 한다.
실제 강남베드로병원은 지금까지 약 4천례 이상의 인공디스크치환술을 해 왔다. 하지만 매 수술마다 기구로 정확하게 측정할 뿐 아니라, 거듭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한 치의 오차 없이 인공디스크치환술을 진행하고 있다.
정확한 측정 후 알맞은 인공디스크를 선택했다면 이제 빠지지 않도록 자리를 잘 잡아줘야 한다. 인공디스크 삽입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수술 후 운동성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서 인공디스크치환술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비로소 깨닫다
나는 지금 인공디스크치환술을 받기 위해 침대 위에 누워있다(전편 내용 참조). 나의 경우 인공디스크 위치 선정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척추 사이에 자리를 내자 공간 속으로 인공디스크가 쏙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곧 가이드로 인공디스크를 잡은 채, 완벽한 장착을 위해 해머로 몇 번 내리쳤다.
“통, 통, 통, 통!”
해머로 가이드를 내리치자 목뒤로 힘이 전달되면서 그 충격이 머리를 울렸다. 순간 움찔했다.
‘아, 이게 내 수술이었지!’
수술 과정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내가 수술받고 있는 환자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게다가 스텝들과 모니터로 지켜보면서 수술 과정을 상의하다 보니 순간 다른 사람의 수술로 착각했다. 어쨌든 해머의 쿵쿵거림 덕분에 인공디스크가 내 몸속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나의 경우 수면 마취를 진행하지 않아 해머의 충격을 느낄 수 있었지만, 보통은 수면 마취를 진행하기에 대부분의 환자는 느낄 수 없다.
다행히 인공디스크는 정확한 위치에 잘 장착됐다. 잘 장착된 걸 영상으로 다시금 확인한 순간,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사실 몇 년 동안 스텝들과 계속 같이 해온 수술이었음에도 항상 중요한 순간은 내가 직접 결정을 해왔던 터라 다른 사람이 내 척추에 인공디스크를 삽입한다는 사실에 내심 긴장했었다. 한 시간 가까이 수고를 해준 스텝들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며 악수라도 청하고 싶었지만, 양팔을 묶어 놓아 “정말 고맙다.”는 말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종종 환자들이 수술이 끝난 후에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했는데, 그 한마디가 이런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었구나. 단지 나 하나 믿고 수술대 위에 누워 기꺼이 몸을 맡겨준 환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수술 직후
수술 후 회복실로 옮겨져 먼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이내 곧 발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며 마취가 풀리기 시작했다. 분리된 채 공중에 떠 있던 다리가 지상으로 살며시 내려와 내 몸에 다시 이어지며 감각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갑자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종류의 통증이 찾아왔다. 마치 여러 개의 가시 바늘 같은 것이 다리를 찌르는 듯한 고통이 하반신부터 시작된 것이다. 다행히도 30분 정도 지나자 통증은 씻은 듯이 없어졌다.
이는 마취가 풀리면서 찾아오는 일시적인 통증 중 하나였지만, 환자들 입장에서는 ‘혹 수술이 잘못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두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또 직접 수술을 받아 보니 수술 후 환자들의 민감한 심리 상태가 피부로 와닿았다. 그래서 이후로는 수술을 앞둔 환자들에게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마취가 깰 때 일시적인 통증이 와도 걱정하지 마시라고.
마취가 완전히 다 깨자 발가락 열 개가 다 움직여졌다.
꼬물, 꼬물…..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감각이 다 느껴졌다. 마취에서 잘 깨어났고 감각도 잘 살아났고. 나의 인공디스크치환술은 이렇게 잘 마무리되어가는 듯했다.
끝날 때 끝나지 않는 인공디스크치환술 뒷 이야기,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