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골반염에 걸리면 난임이 될 수 있냐고요?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골반염(pelvic inflammatory disease: PID)은 여성들에게 곧잘 발생하는 질환이다. 자궁 속막과 자궁관, 복강까지 염증을 일으킨다. 대개 질염이나 자궁경부염이 초기에 치료되지 않고 방치돼 발생한다.
질염에 대해 먼저 언급하자면, 질염은 점막에 염증이 유발된 것이다. 성적인 접촉을 통해 생길 수도 있지만, 대중탕과 수영장 이용, 생리대, 꽉 끼는 속옷 등 습한 외부 환경에 의해서도 쉽게 균에 감염돼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더 쉽게 발병한다. 증상은 외음부와 질 입구의 가려움증, 따가움, 배뇨통, 성교통 등이다. 또한 원인 병원체(칸디다, 세균, 트리코모나스)에 따라 특징적인 질 분비물이 생성될 수 있다. 초기에 병원 방문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으면, 항균제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골반염으로 진행된다.
골반염의 증상은 아랫배 통증, 열, 자궁 목이나 자궁 부속기관(난소와 자궁관) 통증 등이다. 하지만 증상이 매우 다양해서 질 분비물 증가, 월경량 과다, 배뇨통 등 비뇨-생식기계통의 이상 증상이 있는 모든 여성은 골반염을 검사를 한 번쯤 받아보는 게 좋다.
골반염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광범위 항생제 치료’다. 항생제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한다. 보통 임상에서 방광염(cystitis)과 마찬가지로 골반염도 1~2일 적극적인 항생제와 진통 소염제를 복용하면, 마치 다 나은 것처럼 증상이 사라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임의로 항생제를 끊는 환자’가 많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증상을 호소하면서 내원한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충분한 기간 항생제를 잘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심한 골반염은 ‘난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골반염 이후 과정은 ‘재생과 흉터’ 크게 두 가지로 마무리된다. 염증이 생긴 부위가 재생으로만 회복될 수 없다면, 결합조직이 축적되는 ‘흉터(scar)’가 생기게 된다. <그림 1>
흉터는 혈관 형성(angiogenesis), 육아조직의 형성(granulation tissue), 결합조직의 재구성(remodeling)이라는 세 가지 과정을 거치면서 생긴다. ‘혈관 형성’은 수복과정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들을 공급하는 흉터 형성의 시작 단계다. ‘육아조직’은 모세혈관, 섬유 모세포(fibroblast), 백혈구, 성긴 결합조직 등으로 구성되고 현미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육아조직은 시간이 지나면서 콜라겐이 많아지고, 단단하게 변한다. 마지막 ‘결합조직의 재구성’을 통해 안정적인 섬유조직의 흉터가 만들어진다.
난소와 자궁관 주변의 염증도 회복되면서 흉터가 생길 수 있다. 흉터에 의해 정상적인 해부학적 구조가 변하면 배란, 수정, 착상 등 임신 과정에 문제가 생겨 ‘난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자궁외임신 등 또 다른 임신 관련 질환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같은 이유로 임신 중절을 위해 ‘확장 소파술(dilatation and curettage)’을 많이 해도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 확장소파술은 자궁경부를 확장하고 자궁내부를 긁어내는 인공임신 중절법이다. 이 시술로 자궁내막에 ‘많은 흉터’가 생기게 되면, 수정체가 착상하는 정상 자궁내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