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스테로이드’ 진짜 나쁜 약인가요?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내분비 생리
“스테로이드 주사는 몸에 안 좋다는데…”라고 말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무릎이 아플 때 놓는 ‘무릎 주사’, 허리나 팔꿈치에 맞는 ‘뼈 주사’는 보통 스테로이드 주사다. 스테로이드는 정말 몸에 나쁠까? 스테로이드의 종류와 기능, 효과와 부작용을 알면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스테로이드(steroid)’는 지질에서 만들어지는 유기 합성물이다. 무릎 주사, 뼈 주사에 들어있는 스테로이드는 주로 부신(adrenal glands)이라는 장기에서 만들어지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를 말한다. 운동선수에게 오용 문제를 일으키는 스테로이드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남성호르몬이다.
스테로이드를 만드는 ‘부신’이라는 장기는 콩팥 위의 지방과 근막에 박혀있다. 한 개의 무게는 약 7~8g이고 표면은 섬유성 피막으로 싸여 있으며 겉질과 속질로 이루어져 있다. ‘부신겉질(adrenal cortex)’은 황색의 비교적 단단한 조직으로 겉에서부터 토리, 다발, 그물 층으로 구분된다. 부신겉질은 25종 이상의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합성한다. 보통 토리, 다발 층에서 생산한 광물,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합쳐서 ‘코르티코스테로이드’라 한다. 부신속질(adrenal medulla)은 암갈색의 연한 조직으로 교감신경 신경절이 변형된 구역으로 ‘카테콜아민(에피네프린·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한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는 인체가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조절작용이 있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린다. 일반적인 기능은 단백질, 지방 분해와 포도당 신생을 통해 혈당을 높여 스트레스에 대해 강한 저항성을 갖게 한다. 강력한 ‘항염증 작용’이 있어 류마티스 관절염(RA), 피부 염증, 발적, 부종, 압통 등 염증 증상을 감소시킨다. 열이 없는 편도염(감염이 아닌 염증)의 경우 스테로이드 주사는 증상 완화에 굉장히 효과적이다. 또한, 알레르기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면역 억제 작용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많은 양’을 사용하면 작은창자에서 Ca²⁺(칼슘이온) 흡수를 감소시키고, 콩팥에서 Ca²⁺ 배출을 증가시켜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 달덩이 얼굴(moon face)과 들소 모양의 등(Buffalo hump), 비만, 고혈압, 과도한 모발 성장, 월경 불규칙 등의 증상이 있는 ‘쿠싱증후군’이 생길 수도 있다. 면역 억제 작용이 과도하면 외부 병원체에 대한 ‘감염’이 잘 생길 수 있다. 또한, 근육 위축으로 피로, 피부위축, 얼룩 출혈(ecchymosis), 자색줄(purple striae) 등이 생길 수 있으며 백내장, 녹내장, 감정 변화, 어린이 성장 감소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열, 저혈압 등의 심각한 감염 증상이 없고, 운동선수가 아니라면, 그리고 정상적인 진료 과정에서 제공되는 스테로이드라면 겁낼 필요가 없다. 대부분 부작용은 ‘장기간 많은 양’을 사용할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스테로이드에 속하는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의 반감기(인체에서 약물의 농도가 2분의 1로 줄어드는 시간)는 약 200분이고 지속시간은 36~54시간이다. 주사 치료를 받더라도 2~3일 지나면 몸에서 모두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호르몬 분비는 몸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나타나는 일종의 인체 자동 반응이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자연 치유가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통증과 불편함이 있다면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진단을 바탕으로 적절한 약물과 용량을 정하고 정확한 위치에 주사하거나 복용한다면, 환자는 부작용 없이 최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단, 환자와 의료진은 주사의 효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