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살쪘는데 음식이 자꾸 당겨요! 식욕은 어떻게 조절되나요?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소화생리, 식욕조절
‘비만(Obesity)’의 주요 원인은 과도한 음식 섭취다. 우리 몸은 에너지균형이 깨지면 식욕과 포만감이 조절되지 않아 비만해지고, 비만에 의해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등 많은 질환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영양 섭취로 다량의 유해산소가 발생하면 세포 내부의 미토콘드리아(사립체)와 DNA가 자극받아 ATP(우리 몸의 생명유지와 활동에 사용되는 기본적인 에너지 단위) 생성이 감소한다. 결국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는 세포가 ‘노화’된다.
1. 에너지균형 조절
우리 몸의 에너지균형 조절은 ‘대뇌 시상하부(hypothalamus)의 활꼴핵(arcuate nucleus)’에서 이루어진다. “밥을 먹었는지, 고기를 먹었는지?” “많이 먹었는지, 적게 먹었는지?” 이러한 다양한 정보들은 지방세포와 위장관 그리고 이자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을 통해 대뇌로 전달된다. 대뇌는 이 신호들을 통합하고 처리한 후 특정 부위에서 명령 신호를 보내면서 ‘음식 섭취’와 ‘에너지 소비’를 조절한다. ‘POMC/CART 뉴런’은 에너지 소비와 식욕 저하 신호를 보내고, ‘NPY/AgRP 뉴런’은 식욕 증가 신호를 보낸다.
2. 식욕과 포만감
‘식욕과 포만감’을 대뇌로 알려주는 호르몬에는 지방세포에서 분비하는 ‘렙틴(leptin)과 아디포넥틴(adiponectin)’ 그리고 위장관에서 분비하는 여러 가지 ‘장 호르몬(gut hormone)’들이 존재한다. 이 호르몬들의 기능 이상과 불활성화는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합성되는 호르몬으로 POMC/CART 뉴런은 자극하고 NPY/AgRP 뉴런은 억제하여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낸다. 렙틴은 식욕뿐만 아니라 물리적 활동, 열 생산 등의 ‘에너지 소비’에도 관여한다. 하지만, 렙틴계의 기능상실 돌연변이는 심각한 비만증을 나타낼 수 있다. 랩틴 자체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있지만, 뚱뚱한 사람일수록 혈액의 랩틴 농도는 높다. 이것은 랩틴의 효과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의미이다.
‘아디포넥틴’은 지방을 태우는 분자로 불리며 근육에서 지방산을 산화시켜 ‘지방량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낸다. 또한 포도당과 관련한 인슐린 감수성을 보호해 당뇨병 치료에도 이용된다.
‘장 호르몬’은 식사의 단기 개시와 종결에 작용한다. 회장과 결장에서 분비되는 ‘PYY’와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는 ‘아밀린(amylin)’은 POMC/CART 뉴런을 자극하여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위장에서 만들어지는 ‘그렐린(ghrelin)’은 NPY/AgRP 뉴런을 자극해 식욕을 증가시켜 ‘체중이 증가’하게 한다.
비만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은 ‘에너지 유입을 줄이고, 물리적 활동을 늘리는 것’이다. 에너지 유입은 섭취하는 ‘음식물의 양, 구성’을 조절한다는 것이고, 물리적 활동은 ‘운동’을 의미한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대단히 어렵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근육질 남성과 그가 먹고 있는 음식들을 상상해보자!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량이 늘어나고 지방세포는 줄어든다. 그에 따라 기초대사율이 증가하면서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고 일정 강도 이상의 운동은 식욕도 떨어뜨린다. 또한, 많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적은 양의 단백질 위주의 식사가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
늙지 않는 방법 즉, 항노화법 중 한 가지인 열량 제한(caloric restriction)은 ‘식사량을 줄여 적게 먹는다’라는 뜻으로, 적게 먹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경험과 일치한다.
예를 들면, 보통의 쥐보다 30∼40% 적게 먹은 쥐가 훨씬 더 오래 산다는 것을 입증한 실험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기전으로 열량 제한이 수명을 연장시키는지 그 근본 이유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았다.
‘적게 먹는 동물은 질병 발생 위험이 현저히 줄어들고,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렵지만 ‘적게 먹고 운동하기’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