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건강을 위한 엄지척 이야기
갑자기 감정기복 심해졌다면 ‘젊은 치매’일 수도
서울척병원 뇌신경센터
김동희 과장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갖가지 질병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암보다 더 두려운 질병으로 꼽는 것이 치매다. 기억력에 이상이 오거나 판단력이 흐려지는 등 뇌의 이상이 주된 증상인 만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괴로운 질병으로 여겨지고 있다.
치매의 원인으로 널리 알려진 알츠하이머 치매는 65세 이상 환자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인 40~50대에 발생하는 초로기 치매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혈관 및 신경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치매센터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치매 환자 약 75만 명 중 7만명이 초로기 치매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체 치매 환자 중 10명 당 1명에 달하는 비율이다.
초로기 치매는 노년기 치매와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 치매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나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도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한다. 간혹 교통사고처럼 심한 뇌손상으로 인해 치매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빈혈, 또는 비타민B의 결핍이 치매로 진행되기도 한다.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외에도 주의집중력 장애, 무의지, 화를 내는 등의 성격변화, 길찾기 장애 등의 증상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 혹은 ‘블랙아웃’이라고 부르는 음주 후 필름이 끊기는 증상이 자주 반복되어도 초로기 치매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젊은 치매일수록 증상을 간과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년기에 비해 뇌세포 손상의 속도가 빠른 만큼 증상이 급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증상이 의심된다면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의 적극적인 병원 방문을 통해 하루 빨리 검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치매는 뇌세포가 관여하는 질병인 만큼 이미 손상된 뇌세포를 되돌릴 수 없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가 없는 진행성 질환이다. 따라서 치매 치료는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가급적 정상적인 생활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퇴행성 치매의 치료는 인지기능의 악화를 막아 의미 있는 삶을 늘리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실정이므로 조기에 진단 및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억력 장애 외에도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의 스펙트럼을 숙지해야 하며, 증상이 있으면 지체 없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검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두통이나 어지럼증부터 치매와 뇌졸중까지, 지식과 영혼을 품고 있는 뇌 건강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