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수 원장의 어깨·무릎 질환 이야기
어깨 회전근개 파열 치료… 수술 않고 세포 재생해 치료한다
제애정형외과
서희수 대표원장
“회전근개 파열은 저절로 낫지 않는다는데, 무조건 수술해야 하나요?” 어깨 회전근개 파열로 진단받고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이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움직여주는 4개의 힘줄(극상건, 극하건, 견갑하건, 소원건)을 말하며,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 힘줄이 노화나 외상으로 찢어지는 질환을 뜻한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어깨 힘줄의 퇴행성 변화가 급격히 진행하므로, 다치지 않아도 힘줄이 가늘고 약해지다가 저절로 찢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단 회전근개 파열이 발생하면, 회전근개는 저절로 붙거나 치유되지 않는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파열 부위가 점차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회전근개 파열로 진단되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일까? 정답은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이다. 왜냐하면 힘줄의 일부가 찢어졌다 하더라도, 주변의 건강한 힘줄들이 파열된 힘줄을 보완해주므로 기능상 장애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정형외과학회(AAOS)는 ‘회전근개 파열로 진단 시 봉합 수술이 필요한 경우’를 다음의 4가지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첫째, 보존적 치료를 6~12개월 이상 하였음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둘째, 파열의 크기가 3cm 이상인 대형 파열인 경우
셋째, 급성 외상으로 회전근개 파열이 생긴 경우
넷째, 현저한 근력의 감소로 어깨의 기능 장애가 생긴 경우
즉, 위의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 대부분의 회전근개 파열은 봉합 수술이 필요 없으며, 파열로 진단되면 우선 보존적 치료를 시행할 것을 AAOS는 권고하고 있다.
2015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도 회전근개 파열에 있어서 보존적 치료와 봉합수술 중 어느 치료법이 효과적인지 서울 소재 3개 대학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비교 연구를 시행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통증 완화 및 관절 기능 향상에 있어서 수술과 보존적 치료 간 임상적 차이가 없다고 보고되었다.
파열된 회전근개를 수술로 봉합할 경우, 남아있는 멀쩡한 정상 부위를 인위적으로 제거하고 힘줄을 봉합하게 된다. 그러나 봉합술 후에 재생되는 힘줄은 정상 힘줄 조직이 아닌 흉터로 재생되는 것이어서 원래 힘줄보다는 강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회전근개 파열의 크기가 3cm 이상이거나 1년 이상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하여도 호전이 없는 경우가 아니면 대개는 비수술적인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옳다.
여기서 또 많은 환자분들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당장 수술의 대상은 아니지만, 보존적 치료를 해도 좋아지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이 때는 ‘골수자극 재생술’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어깨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
‘골수자극 재생술’은 수술과 같은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내 몸의 치유 성분을 이용하여 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재생치료 (ortho-biologics)’의 하나이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인위적이고 침습적인 수술적 치료보다는, 세포 분화나 활성화를 유도하여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는 재생치료가 많이 시행되고 있다. 하버드대병원이나 스탠포드대병원 등 유명 병원에서는 ‘재생치료 센터’가 따로 운영되고 있다.
‘골수자극 재생술’은 수술적 치료와는 달리, 간단한 부분마취 하에서 절개 없이 시술이 가능하다. 먼저 정밀 초음파를 보면서 파열된 회전근개를 관찰 후, 상완 신경총이라는 신경을 선택적으로 마취한다. 이후 1mm 정도 크기의 특수 바늘을 이용하여 회전근개 아래의 뼈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으면, 생성된 구멍에서 ‘골수’가 수개월에 걸쳐 흘러나오게 된다. 이렇게 흘러나오는 골수에는 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치유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파열된 회전근개의 재생을 촉진하는 것이다.
‘골수자극 재생술’의 특징을 정리하자면, 일반적인 비수술적 치료가 증상의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반면, ‘골수자극 재생술‘은 비수술적 치료임에도 힘줄의 재생을 촉진하는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보존적 치료에 큰 호전이 없는 회전근개 파열 환자에게 주로 적응이 된다. 또한, 절개를 하지 않으므로 출혈이나 흉터의 걱정이 없으며, 시술 후에도 팔걸이가 필요 없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리고 골수는 혈액처럼 우리 몸에서 지속적으로 생성이 되므로, 골수가 흘러나온다고 해서 몸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술 후 일정 기간은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심한 운동(팔굽혀펴기, 무거운 짐 나르기) 등은 삼가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부분의 회전근개 파열은 비수술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당장 파열부를 봉합하지 않아도 주변부 힘줄이 이를 보상해주므로, 파열부가 무조건 커져서 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장 수술이 필요한 회전근개 파열도 있다. 파열의 크기가 3cm 이상으로 매우 크거나, 팔에 힘이 없어서 아예 들어 올리지도 못 하는 경우는 봉합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
따라서 보존적 치료나 재생술, 봉합 수술을 결정하기 전 내 어깨의 상태가 어떤지, 어떤 치료가 나에게 가장 적합한지에 관하여 전문의에게 충분한 조언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 옆 사람과 똑같은 회전근개 파열이라 하더라도 파열의 크기나 양상, 모양이 제각각 다르므로 치료 방법도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