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 수술을 결심하고 내원하신 환자분들 중에는 연이은 다이어트 실패로 자신감이 떨어진 분들이 많다. 곤약 다이어트, 귀리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등 인터넷이나 뉴스, 방송에서 유행하는 최신 다이어트 방법을 모두 섭렵하고 시도해봤지만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가도 오히려 요요로 체중이 불어난 경험을 토로하기도 한다.

비만 치료를 위해 불어난 살들을 보이며 자신이 살이 찔 수밖에 없던 이유를 나열하는 환자를 볼 때면,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이 살 찐 이유는 꼭 당신 때문만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비만인 사람에게 "강하게 마음 먹고 운동과 식이조절만 하면 살은 다 빠지게 돼 있다"고 쉽게 말하기도 한다. 식욕 조절의 매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소리다.

식욕은 뇌의 일부인 '시상하부'에서 최종 조절하는데, 이 조절 과정에는 여러 인자들이 영향을 미친다. 인자들은 신경신호, 호르몬, 대사물질 등이다. 음식을 섭취해 장이 늘어나면 위장에 분포한 '미주신경'이 뇌로 음식물을 충분히 섭취했다는 사실을 알려 식욕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신경계, 호르몬, 대사물질의 다양한 자극이 뇌하수체로 전달되면 NPY, MSH, AgRP 등의 식욕과 관련된 물질이 증가 혹은 감소돼 우리 몸의 식욕을 조절한다. 뇌하수체에서 일어나는 이 마지막 경로에는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의 정신적 인자도 관여한다.

이처럼 식욕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아니므로 단순히 본인의 의지만으로 통제할 수 없다. 식욕을 조절하는 우리 몸의 복잡한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면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조절하기 어렵다.

다이어트에 대한 마지막 희망으로 지방흡입을 선택한 사람들은 정말 지방흡입으로 살을 뺄 수 있을지 묻는다. 두 가지로 답해줄 수 있겠다. 지방흡입을 하고 바로 체중이 떨어지느냐는 질문이라면 '아니다'이며, 지방흡입 수술로 몸매 라인이 변하며 체중 감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냐는 질문이라면 '맞다'고 답하고 싶다.

지방은 물과 달리 밀도가 낮아 부피에 비해 아주 가벼워서 지방을 빼도 체중 자체는 크게 줄지 않는다. 순수 지방 3000cc를 빼도 1kg 정도 체중이 떨어질 뿐이다. 하지만 부피는 이전과 달리 훨씬 줄어든다. 지방흡입이 몸매 라인 개선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이어트는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달리기다.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이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방흡입으로 다이어트에 재미를 붙였다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군살에 묻혀 있던 라인이 보이니 자신감이 생기고, 더 날씬해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것이 운동과 식단관리를 유지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체중 조절을 위해 반드시 지방흡입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깊은 샘에서 펌프로 물을 퍼올리려면 한 바가지쯤의 마중물이 필요한 것이다. 오랫동안 다이어트와 요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지방흡입'의 힘을 빌려보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체중에 대한 죄책감을 버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