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박사 정택근의 척추건강 이야기
허리는 칼 대는 게 아니란다?
다나은신경외과
정택근 대표원장
과거 어르신들은 허리에 칼 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허리수술을 금기로 생각하신 것이다. 그런 말씀이 당시에는 일리가 있는 말씀이었고, 실제로 허리수술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을 갖고 망설였던 게 사실이다. 이런 망설임은 요즈음도 없지는 않다. 의료기술의 발전이 지금보다 일천했던 시절에는 질환이 심해지면 개복수술이 주를 이루었다. 즉, 환부까지 치료의 손길이 닿게끔 절개를 하고, 절개부위를 열어 환부가 어느 정도 보이는 상태에서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환부는 제거됐지만, 환부 주변의 정상조직들은 수술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후유증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기에는 그 정도가 심해서, 환부를 치료한 수술 자체는 성공했지만 예후는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 것이다. 특히 허리는 사람이 걷는 것과 직결되는 기관으로, 허리에 칼을 대 잘못되면 걷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니 허리에 칼 대지 말라는 어르신의 말씀도 당시에는 새겨들을 만한 얘기였다.
사람 몸을 구성하는 여러가지 조직과 세포는 모두 나름대로의 역할과 기능이 있다. 그 기능이 크건, 작건 간에 우리 몸에 모두 필요한 것이고, 어느 것 하나 쓸모 없는 것은 없다. 문제는 수술을 위해 병변에 접근하고, 병변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병변 주변의 이러한 정상 조직들이 나름 희생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수술 후에도 예후를 좋지 않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이다.
죄 없는 사람이 죄 지은 사람과 혈연관계라고 연좌제에 걸려 피해를 보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아픈 사람에게 아무런 원인 제공도 하지 않은 정상 조직들이 함께 희생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내시경의 발전은 이러한 의료 현장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위, 장내시경으로 환부만을 정확히 제거하던 의료기술의 발전은 척추디스크, 협착증 치료에도 큰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척추내시경은 고령, 지병환자, 후유증 등의 수술 망설임 요인을 없애주면서 환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특히, 디스크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 내시경시술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척추질환 중에서 가장 많은 발생빈도를 보이고 있는 협착증은 디스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시경 활용이 늦었지만, ‘단일통로 협착증 내시경시술’ 등 새로운 의술의 개발은 세계적으로도 획기적인 것으로 인정되어 관련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는 동 시술 개발과 관련해서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제5회 국제 최소침습척추 수술학회(WCMISST)에서 임상결과를 발표했으며, 금년 1월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소침습척추수술학회(ISMISS)에 사례발표 연자로 초청을 받은 바도 있다. ‘단일통로 협착증 내시경시술’은 수많은 임상경험과, 의료기구인 내시경의 진화와 함께 개발됐다. 내시경 기구 안은 3개의 작은 통로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시경렌즈와 생리식염수, 비후된 인대제거 기구 등이 들어가 일사분란한 움직임 속에 환부를 제거한다. 특히 내시경렌즈는 30도 가량 사선으로 되어 있어 한쪽으로만 들어가도 병변의 좌우를 모두 볼 수 있어 복수의 연결통로가 필요 없다. 하지만 단일통로에서 모든 치료 과정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내시경 운용에 있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0.5cm 정도의 작은 통로 한 개를 통해 환부만을 정확히 찾아내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피부, 피하조직, 근막, 근육, 힘줄, 인대 등 정상조직이 연좌제로 피해를 보는 일도 없다. 후유증도 거의 없다. 복수의 통로보다는 단일통로라 감염의 위험도 적고, 미용상의 만족도도 높다.
허리에 칼 대는 것 자체가 두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협착증 치료와 같은 척추질환 치료기술이 어느새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음은 정말 격세지감이다.
허리는 칼 대는 것이 아니라던 어르신들의 말씀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겠지만, 마음 놓고 칼을 대도 괜찮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도 이제는 자신있게 꼭 말씀드리고 싶다.
척추건강관리를 통한 우리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특히 우리 생활 주변의 가벼운 소재를 바탕으로 전문가로서의 조언과 제언 등을 주요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