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원장의 척추 건강 진료실
비뚤어진 우리 아이, 어찌해야 하나요?
인천나누리병원
김진욱 원장
요즘 들어 학생검진이 보편화되고, 병원과의 접근성이 용이해짐에 따라 점점 측만증 검사를 받기 위해 내원하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방학 시즌에는 진료실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가 많은데 항상 입을 모아 필자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삐뚤어진 우리 아이 허리, 어찌해야 하나요?”
청소년기에 발병하는 측만증은 정확한 원인이 없이 발병하는 이른바 청소년기형 특발성(特發性) 측만증이 대부분인데, 이는 서서 보았을 때 척추가 옆으로 10도 이상 휘어진 경우이면 측만증이라 할 수 있겠다. 측만증 진단을 받은 학생의 부모들은 ‘도대체 왜 휘었을까요?’ 라고 물어보지만 아쉽게도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호르몬 요인, 척추 성장과 관련된 요인, 중추신경계 요인 등등의 다양한 가설만 존재한다.
청소년기 특발성 측만증은 100명당 1~3명정도 이며, 척추가 휘었다고 검사 받는 환자의 대다수는 정상 범위에 있거나 경한 측만증을 앓고 있다. 때문에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 않거나 방사선검사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추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보다 좀 더 심한 측만증의 경우 즉, 25도에서 45도의 휜 각도를 보이는 경우 보조기를 착용한다. 보조기는 성장이 종료될 때까지 착용을 해야 하는데, 하루 20시간 이상 착용이 권장된다. 하지만 한창 활동성이 많고 예민할 시기인 청소년기에 온 몸통을 감싸는 보조기를 20시간 이상 착용하는 것은 환자 그리고 부모에게 큰 스트레스다. 특히 한여름에는 허리를 붕대로 동여 맨 듯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니다.
가끔 보조기를 채우고 경과를 관찰하는 자녀와 보호자가 진료실에서 썰렁~한 분위기를 보일 때가 있다. 보조기를 잘 차지 않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무서운(?) 환자와 이것이 못마땅한 보호자간 갈등이 발생한 경우다. 불편한 것이 좋을 리는 만무하지만 보조기야 말로 가장 효과적으로 척추가 휘는 것을 막아주는 도구이므로 S라인이 된다든지, 숨은 키를 찾아준다든지 하는 말이나 노틀담의 곱추 이야기를 과장되게 해서라도 필자는 어떻게든 설득하여 착용시키도록 한다.
성장기에 45도 이상의 만곡을 보이는 심한 측만증의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적 치료의 목적은 만곡을 교정하여 진행을 정지시키는 데 있다. 보통 등 쪽으로 절개를 하고 척추경 나사못으로 교정을 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감수성 예민하고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사춘기이다 보니 외적 콤플렉스가 해결되어 수술 후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가끔은 수술 후 키가 커졌다고 방긋 웃는 친구들이 있는데, 척추가 휘어짐으로 인해서 손해 본 키를 되찾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수년 전 수술했던 90도 가까이 휘어졌던 여고생의 경우 수술 후 키가 7cm나 훌쩍 커져 집도의인 나도, 부모도, 환자도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측만증은 부모가 조금만 유심히 살피고 아이와 가깝게 지낸다면 조기에 발견이 가능한 질환으로 수술까지 가는 것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수 년 전만 해도 대중탕에서 자녀의 등을 밀어주다가 흰 것을 발견하고 진료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최근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학원이다 뭐다 아이들이 더 바쁜 시대지만, 이번 주말에는 자녀들과 대중탕에 가서 서로 등을 밀어주면서 어깨 높이가 다른지, 등을 앞으로 굽혔을 때 어느 한쪽이 돌출되지는 않는지 유심히 살펴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