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최재완의 행복한 눈 이야기
녹내장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보험’과 같다
센트럴 서울안과 의원
최재완 원장
오십대 중반의 한 남자분이 진료실로 들어왔습니다. 그분은 최근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동안 사는 것이 너무 바빠서, 여유가 없어서 미루어 왔답니다. 별생각 없이 받았던 건강검진 후 녹내장이 의심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결과를 받았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두꺼운 안경을 써야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눈의 문제를 느끼지는 못했던 터라 결과에 더욱 놀랐던 것 같습니다. 시야 검사와 시신경 컴퓨터 분석 검사 등 녹내장 정밀검사를 받은 뒤 시야가 삼분의 일은 손상이 되었고, 녹내장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생활이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왜 녹내장이 왔는지 모르겠다”며 당황해 하셨습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망가지는 질환입니다. 시신경은 눈에서 머리로 시각 신호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부분이 손상되면 보이는 부분(시야)이 좁아집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더 조심해야 하는 형태의 녹내장이 있습니다. 정상안압 녹내장이 그것입니다. 이 형태의 녹내장은 한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의 민족들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눈 속의 압력(안압)이 높지 않지만 시신경의 손상이 진행됩니다. 상대적으로 진행이 느린 편이지만, 그 때문에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늦게 발견할수록 치료를 하여도 진행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녹내장이 발견되는 경우 대부분은 약물 치료를 먼저 시작하게 됩니다. 금연이나 적절한 운동 등 생활의 개선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녹내장의 진단 기술은 놀랍게 발전했습니다. 과거에는 안압을 측정하고 시야검사와 시신경의 모양을 안과의사가 직접 들여다보며 진단을 했는데, 이제는 컴퓨터가 눈의 각 부분을 분석하여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여부를 알려 줍니다.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신경이 나빠지는 것도 컴퓨터가 분석해 냅니다. 환자가 아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초기 단계의 녹내장도 발견할 수 있고, 향후 진행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녹내장의 치료 방법도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약물 사용뿐 아니라 레이저와 수술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 스텐트를 사용하는 방법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녹내장 치료를 통해 질환을 완치하여 손상을 회복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안압을 떨어뜨려서 녹내장의 손상을 늦추는 게 현재의 치료 목적입니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합니다. 고혈압과 당뇨를 잘 관리하고, 식이요법과 유산소운동을 통하여 시신경에 적절한 산소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녹내장의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보험과 같습니다. 보험에 미리 가입해 두는 경우 재난이 왔을 때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살이라도 적고 상태가 나쁘지 않을 때에는 보험료가 낮게 책정됩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보험료가 높게 책정됩니다. 녹내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하게 치료하는 경우 적은 비용으로도 녹내장 진행을 억제할 수 있지만, 너무 늦게 발견하는 경우 큰 비용을 치르고도 녹내장 진행을 막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녹내장 검사를 절대 빠뜨리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혈압과 당뇨가 있거나, 두꺼운 안경을 쓰는 고도근시 환자들이 포함됩니다. 녹내장으로 고생하고 있는 가족이 있거나, 유달리 손발이 차가운 사람들도 녹내장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에서 많은 부분을 지원하게 되어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한국녹내장학회에 소속되어 있는 의사들이 소속된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해 드립니다. 한국녹내장학회는 안과전문의들 중에서도 세분화된 수련과정을 거치고 논문 등의 학술활동을 통하여 검증된 의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녹내장 관련 공인학술단체입니다. 가끔 인터넷 등에 떠돌아 다니는 부적절한 정보들로 인하여 해를 입는 경우도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만큼 대중들이 의료에 접근하기 쉬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나라도 많지 않습니다. 녹내장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증받은 의료진에게서 적절한 장비를 사용하여 녹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하게 치료한다면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은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3월 12일부터 18일까지 세계녹내장학회가 주관하는 <세계녹내장주간>입니다. 이 기간 동안 세계의 녹내장 전문의들은 녹내장에 대한 계몽활동을 통해 녹내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녹내장으로 불행을 겪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의 건강과 가족들의 행복을 지켜 주기 위해서는 녹내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수입니다.
바야흐로 고령화 사회입니다. 행복수명을 누리기 위해서는 눈 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녹내장, 백내장 등 만성 눈질환 치료의 전문가, 센트럴서울안과 최재완 원장이 행복한 눈을 위한 꿀팁들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