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로 보이는 소녀가 약국에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서 한참동안 쉬다가 무릎 상처에 붙일 밴드를 얻고는 약국을 나갔다. 며칠 뒤에 다시 약국을 찾아온 소녀를 달래가며 약사는 소녀의 집을 찾아갔다. 소녀는 어릴 적 엄마가 집을 나간 뒤 아빠와 둘이 산다고 했다. 아빠는 “왜 집에 들어왔냐”고 했다. 며칠 뒤 그 소녀는 다시 집을 나갔다고 한다.

10대 소녀가 남자 친구로 보이는 10대와 함께 임신 진단 테스트기를 사러 약국에 들어왔다. 이들은 ‘소녀돌봄약국’ 표지를 보고 이런 저런 상담을 한 뒤 지원 물품을 챙겨갔다. 소녀는 집을 나와 남자친구와 함께 생활하는 것 같았다. 그 뒤 임신이 됐다며 다시 약국을 찾아왔다. 영양제를 건네주고 여러 건강 관련 조언을 해 주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199개 약국이 참여 중인 ‘소녀돌봄약국’ 약사들의 이야기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약사회가 함께 하는 사업으로, 10대 소녀들에게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을 1회 1만원 이내, 월 4회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저소득 청소년들에게 생리대, 물티슈와 같은 위생용품도 지원한다.

가출 소녀들은 갈 곳이 별로 없다. 친구네 집, 청소년 쉼터에 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정처 없이 계속 걷는다고 한다. 그러다 비슷한 아이들과 만나고 돈을 벌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나쁜 길로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가출 청소년 중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으며, 가출 후 4분의1 정도가 성매매의 유혹에 빠진다고 한다.

약국은 우리 동네 곳곳에 위치하며 약사 대부분이 엄마들이다. 가출 소녀들에게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도록 하고, 간단한 건강 상담을 해주고, 꼭 필요한 의약품과 생활용품을 주는 것은 우리사회에 정말 필요한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의 방문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하면 소녀들은 두려움을 느끼거나 잔소리로 여겨서 더 이상 약국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방문 회수가 중요한 일은 아니다. 한 명이라도 도움을 받았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동네 소녀돌봄약국을 알아보려면 (02)581-1001 또는 120번으로 전화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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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약사칼럼

[서울시약사회]
김형선 약사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박사 수료,
SUNY Buffalo, 예방의학과 보건학석사(역학 및 생물통계),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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