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현 의료원장, 유방과 사랑에 빠진 남자
유방암 수술 후 재건 성형, 보험 적용은 환자에게 가뭄의 단비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장
양정현 의료원장
환자들이 유방암 진단 결과를 통보받을 때 첫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혹이 만져져서 유방암일지도 모른다는 초조한 마음에 진단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던 환자는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반면 유방암을 전혀 예상 못하고 검사를 받았던 환자는 진단을 부정하고 다른 병원에서 재진단을 받아 보기를 원한다.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스위스 출신 심리학자 퀴블러 로스는 1968년 불치병 환자가 죽음에 이르는 심리 과정을 5 단계로 분석했다.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처음 접한 환자는 첫 단계에서 ‘아니야, 난 믿을 수 없어, 나에게는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 없어’라고 진단 결과를 부정한다. 다음 단계는 분노다. ‘하필이면 내가’라며 주위에 분노를 표현한다. 다음 세 번째 단계는 타협이다. 신이나 절대자에게 기대어 어떻게 하든 죽음을 연기하려고 타협을 시도한다. 제4 단계는 우울증의 시기이며 마지막 단계는 수용의 단계를 거쳐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방암이라는 사실을 예상 못하고 처음 접한 환자들은 제1단계인 부정의 단계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환자는 이미 부정과 분노의 단계를 건너 뛰어 타협의 단계에서 투병을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술을 앞둔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며 수술 후 상처가 어찌 될 것인지 궁금해 한다. 두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유방이 완전히 없어질지 또는 유방을 보존하더라도 모양이 흉하지 않을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수술 전에 어느 정도 수술 방식에 대해 예측을 할 수 있지만 실제와 예측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수술 중에 병리조직 검사를 하여 유방암 조직을 완전 제거하는 것이 수술의 목적인데, 예상과 달리 절제 면에 계속 유방암 조직이 나와 유방보존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이 되면 전(全)절제로 계획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유방 전절제술을 하는 경우 환자들로서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의사들은 성형기법을 이용하여 유방재건술을 하게 되었다. 유방재건술은 재건 시기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유방을 제거하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재건하는 동시 재건술이다. 다른 하나는 유방전절제술을 한 후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다 끝내고 한참 후에 성형하는 지연 유방재건술이다. 그리고 재건술을 하는 수술 방법에 따라 실리콘으로 만든 인공 유방을 삽입하는 방법, 자기 근육(광배근이나 복직근)을 피부와 함께 유방 부위로 이동시키는 근육피판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렇게 재건된 유방은 본래의 자기 유방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환자의 심리 안정에 도움을 준다. 유방재건술은 유두를 만들고, 반대편 유방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여러 번 수술을 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는 수술이다. 그러나 환자들을 가장 부담스럽게 하는 것은 수술 비용이다. 유방암 치료 목적의 유방절제술보다 유방 재건 수술 비용이 몇 배 비싸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다. 유방암 환자들은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유방암 환우회 등에서는 정부에 유방재건술을 건강 보험에 포함시켜 달라는 청원을 거듭했는데, 최근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금년 4월부터 유방암으로 유방근치 절제술을 한 경우, 인공 유방 삽입술이든 근육피판술이든 모두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이전처럼 비보험일 때의 재건 수술비보다 4분의1~3분의1 싼 가격으로 유방재건술을 받을 수 있다.
수술 후 공중목욕탕을 이용하거나 옷을 입을 때 남몰래 심리적으로 고통 받고 있었던 유방암 환자들에게 이번 조치는 가뭄에 만난 단비인 셈이다. 그러나 유방보존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의 성형술은 제외됐다. 유방보존술의 경우 대개는 성형이 필요치 않지만 제거 부위가 큰 경우에는 성형이 필요한 경우도 가끔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도 혜택이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많은 유방암 환자들에게 유방재건술의 혜택이 돌아가 유방암 환자들의 사회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기고자 : 건국대학교병원 의료원장 겸 유방암센터장 양정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