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석 교수의 '알레르기 질환'

나는 힘든데 왜 정상이라고 할까요?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

“엑스레이(X-ray)고 씨티(CT)고 다 찍어봤는데 이상은 없다고…”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참 많다. 사실 꼭 외래뿐만이 아니고 조금 큰 병원에서는 어느 과 외래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많은 환자분이 다양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으시지만 ‘정상입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몸에 큰 이상이 없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불편한 증상이 왜 생기는지를 알 수 없어 답답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경우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천식의 경우를 예로 들어서 ‘검사가 정상’인 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검사는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모양을 보는 검사’와 ‘기능을 보는 검사’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모양을 보는 검사’는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엑스레이(X-ray), 씨티(CT), 내시경 등을 말한다. 이런 검사들은 대부분 환자분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노력은커녕 ‘환자분이 가만히 있어야’ 검사를 잘 진행할 수 있다. 이런 검사들을 통해서 진단하는 병들은 모양이 변하는 병 이다. 즉, 결핵, 폐암, 폐렴과 같은 병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검사들은 눈으로 보고 이상 소견을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검사결과를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진짜로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고 매우 많은 수련과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의사 선생님들은 환자분의 당일 몸 상태나 노력 여하를 불문하고 유사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이런 검사를 통해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은 비교적 중증도가 있거나 많이 진행된 상태의 질환인 경우가 많다.

반면에 천식 같은 병을 진단하려면 해당 환자분 기관지의 ‘기능’을 봐야 한다. 천식은 기관지가 예민해서 기능을 잘 못하는 병이기 때문에 기관지의 기능이 어떠한지를 평가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위에서 언급했던 ‘모양을 보는 검사’에는 아무런 이상 소견이 없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이 과정에서 천식 환자분들은 ‘정상’ 판정을 받게 된다. 기관지의 기능은 ‘폐기능 검사’를 통해서 평가한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폐활량 검사’라고도 한다.) 폐기능 검사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천식 진단에 가장 흔히 사용하는 지표는 1초간 얼마나 많은 공기를 내쉴 수 있는가를 보는 수치 (‘1초간 노력성 호기량’이라고 한다.) 이다. 그런데 이 검사로 천식을 진단하는 데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이 수치는 환자분의 노력 여하, 또 환자분 및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서 결과치가 상당히 변화할 수가 있다. 물론 숙련된 검사자가 검사를 하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환자분이 무언가 다른 이유로 인해서 협조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검사결과를 믿을 수 없게 된다.

폐기능 검사의 수치는 ‘몇 리터 ‘와 같이 절대적인 수치로도 표현하지만 ‘기대치의 몇 %’로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서 ‘기대치’란 나와 비슷한 연령, 성별, 인종, 키를 가진 사람들의 평균치를 의미한다. 즉, 나의 폐기능이 100점 만점에 110점이 나왔다고 하면 나는 평균치보다 폐활량이 10% 정도 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폐기능이 평균치의 80% 이상이면 정상 폐기능으로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평소 폐기능이 110점이었던 사람이 88점이 나오면 정상 폐기능인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평소 폐기능에 비해서 무려 20%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혀 증상이 없는 사람이 검진 차원에서 폐기능 검사를 했는데 88%이라면 당연히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숨이 답답하고 기침이 나는 등의 천식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의 폐기능이 88%이라면 정상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또 한 번 천식 환자분들은 ‘정상’ 판정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천식 환자분들 중에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는데 폐기능은 90~100% 정도 되시는 분들도 많다. 이런 분들을 적절한 치료를 하고 나면 폐기능이 기대치의 130% 이상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다. 남들의 100점이 나의 100점은 아닌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천식을 진단할 때에는 평소의 폐기능이 어떠한지를 본 후에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약을 쓰거나 기관지를 축소시키는 약을 써서 폐기능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를 한다. 그런데 이런 검사들도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천식 환자라고 해서 반드시 이런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화시켜서 설명하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천식은 폐활량의 변화가 심한 질환이고 평소에도 폐활량은 계속 변하고 있다. 천식 환자가 폐활량이 비교적 좋을 때 기도를 확장시키는 검사를 하면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위음성(거짓음성)’의 결과가 나오는 천식 환자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고 이런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정상’ 판정을 받기도 한다. 

환자분들이 증상을 호소하시는 데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잘 찾아내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현대의학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들이 많은 의학 연구자들이 지금도 병원 한 구석에서 불을 환히 밝히고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일 것이다.

/기고자 :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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