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병원에 오는 이유는 단순하게, 아프기 때문이다.
아프다는 정보는 의사에게나 환자에게나 기본조건이 동시에 핵심이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의 강도가 강하면 아프게 느껴지고 우리 몸을 보호하게 된다. 아프다는 것은 우리 몸을 보호하려는 다른 표현인 것이다.
피부의 중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몸 안의 조직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런 피부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통각이다. 뜨거운 물건에 손이 닿았을 경우 놀라며 재빨리 손을 때는 일이나 무거운 물건이 발등으로 떨어질 경우 아파서 급히 발을 빼는 것 등이 피부에 가해진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통각의 역할이다.

선천적으로 통각신경이 없는 환자들이 있는데 위험한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지 못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이들에게 통각의 중요성은 그 무엇보다 클 것이다.

통증은 통각신경에 의해 뇌로 전달된다. 피부에 가해진 자극은 통각보다 촉각신경이 먼저 알아차리고, 그 자극이 아픔을 느낄 정도가 아니면 촉각신경으로만 뇌로 전달되고, 아픔을 느낄 정도라면 통각신경이 이를 감지하게 된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촉각자극으로는 통증을 느낄 수 없다. 외부에서 자극이 가해졌을 때 일정한 강도인 역치를 넘어서야 비로소 아픔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우 촉각신경의 역치를 1이라고 하면, 통각신경은 10 정도다. 3-4 정도의 자극을 줘도 촉각밖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에 덴 피부는 통각신경이 매우 예민해져서 건드리기만 하여도 통증을 느낀다. 통각신경의 역치가 낮아진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약한 자극에도 아픔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통각과민’이라고 한다.
신경이 손상됐거나 뇌와 척수 같은 중추신경계에 질병이 생긴 경우 통각과민이 되는데, 바로 이것이 신경병증성 통증이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복잡하고 심각한 양상을 보이며 일반적인 진통제로는 통증이 좋아지지 않으며 강력한 마약제제에도 여전히 통증이 지속되기도 한다. 환자들은 만성적인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적인 생활이 힘들뿐만 아니라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생각하기도 한다.
인체의 조직이 손상되면 칼륨이온, 세로토닌, 브래디키닌, 히스타민 같은 통각 유발물질이 만들어진다.

손가락이 칼에 찔렸을 때 가만히 있어도 욱신욱신 아프거나, 평소 같으면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살짝 만져도 아프게 느껴지는 통각과민 현상도 바로 이 물질들 때문이다. 대부분의 통각유발물질은 통증을 일으키는 동시에 혈관을 이완시킨다. 때문에 상처가 나면 상처 주위가 빨갛게 붓고 열이 나는 염증반응이 생긴다. 통증을 치료할 때 소염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러한 반응을 없애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