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존슨 증후군과 독성표피융해괴사

약물은 우리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약이 독이 되어 돌아올 때가 있다. 바로 약물 이상반응이 생기는 경우다. 약물 이상반응은 아주 가벼운 종류부터 상당히 심각한 종류까지 다양할 수 있는데 극단적인 경우에는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렇게 극단적으로 심각한 반응은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데 그런 종류의 약물 이상반응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이번에 다룰 질병은 ‘스티븐스-존슨 증후군’과 ‘독성표피융해괴사’라는 질병이다. 두 질병은 모두 주로 약물과 관련하여 전신에 물집이 생기는 병인데 우리말 이름이 길어서 SJS (Stevens-Johnson syndrome) 혹은 TEN (toxic epidermal necrolysis)이라는 영문 줄임 말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두 가지 질환은 사실 연속 선상에 있는 질환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질환을 이야기할 때 간단히 ‘SJS 및 TEN’ 혹은 ‘SJS/TEN’과 같이 줄여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SJS은 전체 체표면적의 10% 미만에 물집이 생길 때를, TEN은 전체 체표면적의 30% 이상에 물집이 생기는 경우를 이야기하고 그 사이의 경우는 SJS/TEN overlap이라고 부른다.) SJS/TEN이 어떤 질병인지는 눈으로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지금 바로 인터넷에 들어가서 ‘Toxic epidermal necrolysis’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비참한 광경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전형적인 SJS/TEN 환자는 보통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며 병원에 방문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독감에 걸린 것처럼 갑자기 38’C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면서 어떤 경우에는 오한도 생기고 전신 근육통이 생기기도 한다. 대부분 이런 전신 증상이 꽤 심하기 때문에 환자분들은 인근에 있는 의원에 가셔서 감기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게 된다. (이 감기약이 원인이라는 누명을 많이 쓰지만 사실 병은 고열이 날 때부터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웬만한 감기약으로는 별로 증상이 좋아지지도 않고 고열이 난 당일 혹은 다음날 정도부터 목구멍이 따갑기 시작하면서 입이 헐기 시작한다. 입은 보통 상당히 심하게 헐어서 상당히 아프고 피가 나는 경우도 있으며 입을 잘 벌리지도 못하게 된다.

입이 헐면서 비슷한 시기에 몸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보통 물집처럼 보이지만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진행돼 수일 만에 전신이 물집으로 뒤덮이게 된다.

구강이나 피부뿐만 아니라 눈, 요도, 기도 등 각종 점막에도 병이 생길 수 있고, 상당한 전신 염증 반응으로 인해 간이나 콩팥과 같은 몸 안의 각종 장기가 손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TEN 환자는 피부의 손상이 전신 화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에는 화상 전문 센터에서 치료를 하기도 한다. 전신 화상이 상당히 치명적인 상태인 것과 마찬가지로 SJS 및 TEN도 상당히 위험한 질환이다. SJS의 경우 한 번 발생하면 사망률이 10% 내외, TEN의 경우 30% 내외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고,  회복하는 경우에도 상당한 후유증이 남아 오랜 기간 고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질환자체가 무척이나 드문 병이기 때문에 보통 주변에서 이런 환자분을 볼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병이 생기는 원인 중 상당히 많은 경우는 ‘약물’ 때문이다. 이런 환자분들을 치료해야 하는 알레르기 내과 의사에게 이 질병이 약물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것은 환자나 동료 의사들을 상대하는 데에 있어서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우선 환자분들의 경우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병을 고치자고 먹었던 약물에 의해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되었으니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분노를 이전 약물을 처방했던 의사에게 투사하게 된다. 그럼 이 병이 생긴 것이 그 의사 선생님 탓일까? 그 의사 선생님이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약물을 처방했을까? 이런 위험성이 있는 약물임에도 판매를 허가한 해당 관청의 문제는 아닐까? 질문의 답은 모두 ‘아니오’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질병들은 아주 드문 병이기 때문에 이 질환이 생길 것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또 최근에 알려진 바로는 이 병의 원인은 특정 환자의 유전 인자가 약물과 구조적으로 나쁜 상호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이 ‘특정 환자’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설령 안다고 해도 검사에 드는 비용이 너무나 비싸고 반면에 이상반응이 일어나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사용 전에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SJS/TEN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약물의 경우에도 이런 종류의 부작용이 너무나 드물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이유로 약품판매를 금지하지는 않는 것 같다.

결국 상당히 환자분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주 냉정하게 이야기 했을 때 아직까지는 이 질병에 걸렸다고 해서 누구를 원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면 (물론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나) 아무리 환자분에게 설명을 드려도 인정을 못하는 경우가 많고 또 이런 일을 빌미로 그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서 협박을 하고 합의금을 받아내는 등의 일이 생기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천재지변에 가깝기 때문에 국가에서 보상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이런 부분은 모든 종류의 약물 알레르기에 해당하는 이야기 이고, 모든 약물 알레르기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료 의사와의 관계도 참 어려운 부분으로 이성적으로는 모두 이해하는 내용이지만 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약물에 의한 문제라는 것을 언급하고 싶어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가끔 있다. 하지만 만약 환자분이 이 질병이 약물에 의한 것임을 모르고 퇴원하게 되면 추후 같은 약을 먹고 또 같은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반응이 약물 이상반응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은 알레르기 내과 의사의 양심상 용납할 수 없는 일 이다. 또, 원인이 되는 약을 밝힐 방법은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원인을 밝혀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 용납할 수 없다.
 
예전에 어떤 선생님께서 근무하던 병원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약물부작용의 실태를 조사하여 발표한 적이 있었다. 논문이 발표된 후 갑자기 국내 유수의 언론 기관들에서 ‘이 병원이 환자에게 상당히 나쁜 짓을 하고 있다.’라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요청해서 상당히 진땀을 뺀 적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약물 알레르기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당연한 반응이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 분야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일반 국민들의 약물 알레르기에 대한 상식 수준을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이번 글을 준비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약물 알레르기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기고자 :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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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석 교수의 '알레르기 질환'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석사
서울대학교 병원 인턴 및 내과 레지던트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알레르기 내과 전임의 수료
현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진료조교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소개 및 알레르기 원인 물질의 관리 등의 내용을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