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석 교수의 '알레르기 질환'
‘중국발 스모그’ 뉴스 인터뷰에서 못다한 이야기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
미세먼지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며칠 전 중국에서 발생한 스모그로 인해 국내에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심하게 올라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당시 짧게나마 뉴스 한 부분에 인터뷰 하기도 했었지만, 짧은 인터뷰에서는 할 수 없었던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하려고 한다.
시작하기 전에 2007년 대한의사협회지에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의 신동천 교수님께서 기고하셨던 내용을 참고하였음을 밝히는 바이다.
미세먼지는 자동차의 배기가스, 도로의 먼지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복잡한 성분의 입자로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다. 미세입자는 그 크기가 0.1~2.5μm 이고 극미세입자는 0.1μm 미만인 물질을 의미한다. 너무 작은 크기라 전혀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이렇게 작은 입자는 우리의 기관지 깊은 곳까지 침투하는 것이 가능하다. 들어간 먼지는 그 자체로 작은 기관지에 염증을 일으켜서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기관지염 등을 발생,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 한 연구에 따르면 큰 길가 가까운 곳에서 사는 아이들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는 아이들에 비해서 천식 발병률이 높다고 하였고, 이는 미세먼지 등이 포함된 배기가스와 같은 환경인자가 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 발병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간접증거라 할 수 있겠다. 직접 기도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미세먼지 흡입은 심혈관 질환의 발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기도에 염증이 생기면 염증세포에서 염증물질이 분비되어서 몸의 다른 곳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는 직접 혈관 안으로 들어가서 전신으로 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미세먼지에 비해 극미세먼지가 위험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같은 무게라고 해도 극미세먼지는 표면적이 훨씬 커서 염증반응을 더 잘 일으키고 또한 크기가 작기에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기도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러면 실제로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여러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연구의 결과는 조금씩 달랐지만 대기 중 미세먼지가 올라가면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것이 일관된 결과였고, 그 결과를 종합해보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10μg/m3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0.5~4% 정도 증가하고 특히 호흡기계,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는 확률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특이한 사항은 미세먼지의 농도가 올라가면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는데, 이것은 미세먼지가 염증을 일으켜 전신적으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일 수 있다.
특히 고령자, 어린이, 천식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미세먼지에 취약하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대기 오염과 영아 사망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42.9μg/m3증가할 때 영아 사망률이 14.2%나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사망까지 하지 않더라도 어린이들이 장기적으로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경우에 폐 기능이 낮을 가능성이 훨씬 컸는데 그 영향은 임신 중 엄마의 흡연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만큼 컸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 기준치는 24시간 평균 100μg/m3, 연간 평균 50μg/m3이하인데 최근 중국발 스모그가 문제가 된 날에는 수도권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하루 평균 81~120μg/m3였다고 하니 심한 정도는 아니라도 충분히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갔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럼 미세먼지를 피할 방법이 있을까? 아마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건강 수칙은 당연히 적용될 수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에서 귀가한 후에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으면 분명히 미세먼지의 건강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고자 :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