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세상에 진짜 이런 병도 있나요?

최근에 만난 환자분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10대 후반의 남자 환자로 가끔 발생하는 두드러기 때문에 외래를 방문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두드러기가 매우 자주 나는 것은 아니고 최근 2년간 네 번 정도 두드러기가 났었는데 한 번 나면 상당히 심하게 났고 숨이 답답한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드러기가 나기 전에 각각 햄버거, 피자, 칼국수를 먹기는 했었지만, 이전에도 먹던 음식들이어서 음식물과 연관되었다고 느끼지는 못했으며 오히려 두드러기가 났을 때 항상 바쁘게 뛰어다니던 중이었기 때문에 심적인 스트레스가 더 큰 문제가 아닐까요?”

이 환자의 진단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두드러기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6주 이상 지속되는 두드러기를 만성 두드러기라고 하지만 이 경우와 같이 띄엄띄엄 나는 경우는 좀 다른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모든 알레르기 질환이 스트레스에 의해서 증상이 악화하기는 하지만 그렇게만 이야기하기에도 다소 모호한 면이 있습니다. 환자분이 먹었다고 이야기하는 햄버거, 피자, 칼국수의 공통으로 들어간 음식물은 언뜻 밀가루인 것 같기는 한데 항상 반응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관계가 애매합니다. 



 오늘 말씀드릴 질환은 ‘음식물 의존성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라는 긴 이름의 병입니다. 특정한 음식물을 먹고 운동을 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을 이렇게 긴 이름으로 부릅니다. 음식을 먹고 이상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만 해서 이상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이상한 병이지요? 그런데 이 병이 그렇게 아주 희귀한 것은 아닙니다.

이 병이 처음 알려진 것은 1979년입니다. 미국 콜로라도에 계셨던 어떤 의사 선생님이 조개류를 먹은 후 달리기를 했다가 심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환자를 보고한 이후로 이런 특이한 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많은 증례가 보고가 되었었고 사과, 파슬리, 쑥갓, 돼지고기 등 여러 가지 원인 물질이 알려져 있지만, 빈도로 봐서 가장 많은 것은 단연 밀가루입니다. 보통 밀가루 의존성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 환자분들은 위의 환자분처럼 밀가루로 된 피자, 햄버거, 칼국수 등을 먹고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두드러기가 나고 심하면 혈압이 떨어져 어지럽고 기도가 좁아져 숨이 차는 증상이 생기게 됩니다. 반응의 강도가 항상 같지는 않고 어느 날은 두드러기만 날 때도 있고 어느 날은 의식을 잃기도 합니다. 이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운동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른데 어떤 분들은 가볍게 걷기만 해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밀가루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고 서양의 경우는 우리와는 원인물질이 다소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보통 3단계 검사를 거치는 것이 정석입니다. 우선 의심되는 음식물만 먹고 아무 반응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고 다음으로는 금식 상태에서 운동만 해서 반응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렇게 두 번의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 의심되는 음식물을 먹고 운동을 하는 방법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상당히 까다롭지요? 그리고 여기서 진단이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원인이 피자라고 한다면 피자를 먹고 운동을 해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 것을 확인하여 진단을 내리고 그 이후에는 피자에 들어 있는 성분 중 어떤 것이 문제인지까지 알아내야 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분이 이 단계까지 다 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원인 물질이 밀가루인 경우에는 최근에 개발된 진단방법으로 밀가루 중 오메가 5 글리아딘(ω-5 gliadin)이라는 성분에 대해서 반응하는 물질(항체)을 피검사를 통해 알아내는 방법이 비교적 정확하다는 것이 알려졌지만 다른 원인물질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그럼 이런 병이 왜 생기는 것일까요? 아직은 그 원인을 잘 알 수 없지만, 간단히 말하면 운동을 하면 평소보다 음식물의 흡수가 많아지면서 병이 생긴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좀 특이한 밀가루 의존성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가 상당히 많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밀가루 성분이 들어있는 비누를 이용한 후 이런 병이 생긴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몸이 눈 점막에 들어온 밀 성분에 노출되면서 이런 체질로 변화한다는 가설이 있다고 하네요.
이 병의 치료는 아직까지는 회피입니다. 즉, 원인이 되는 음식물을 먹은 후 최소 4시간 동안은 운동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입니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는 조건이 복잡하기에 생각보다 회피는 잘 되는 편입니다만 다른 치료방법은 없습니다.

특별히 원인이 없이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하셨던 분들은 혹시라도 내가 이런 경우가 아니었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라는 의미에서 다루어 보았습니다.

/기고자 :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양민석 교수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양민석 교수의 '알레르기 질환'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석사
서울대학교 병원 인턴 및 내과 레지던트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알레르기 내과 전임의 수료
현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진료조교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소개 및 알레르기 원인 물질의 관리 등의 내용을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