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이 맑아야 건강합니다.
줄담배 60년과 스텐트 6개
더맑은 클리닉
박민선 대표원장
방송의 힘은 정말 크다. 지난 주에 KBS TV의 아침 뉴스타임이라는 프로그램과 인터뷰한 장면이 잠깐 나간 후에 TV에서 봤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더니 10년 이상 연락을 드리지 못한 선생님께서 전화하셨다. “그 간 연락이 닿지 않아 궁금하셨다. TV 에서 봐서 반가웠다”고 하시고 직접 병원을 방문하시겠다고 했다. 그 간에 인사를 여쭙지 못한 송구함과 반가움이 교차했다. 이젠 은퇴하신 지 15년이 지나고 80대에 들어서신 선생님은 내가 레지던트를 할 때 지도해 주셨다. 온화한 성품과 신사다운 매너를 갖춘 선생님께서는 당뇨병 치료에 열정적이셨는데, 이번 방송에서 내가 당뇨병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더 반가워 하신 듯하다.
당뇨병 치료에 열정적이었던 것과 함께 선생님의 특징은 담배다. 언제나, 심지어는 진료실에서도 담배를 피우셨다. 주위에서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 것을 걱정하면 본인은 “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도 없고, 담배도 깊이 마시지 않으니 걱정 말라”고 했었다. 오늘 방문하신 선생님은 온화한 미소, 신사다운 매너는 그대로 간직하고 계셨으나 어딘지 모르게 약해지신 듯이 보였다. 선생님은 3년 전에는 경동맥이 80 % 협착되어 스텐트 시술을 받았고, 작년에는 협심증으로 관상동맥 4곳에 스텐트 시술을 했으며, 올 해 1월에도 협심증이 재발해서 관상동맥 2 곳에 스텐트 시술을 또 받으셨다고 한다. 지금은 협심증 증상은 없지만 협심증의 재발을 막는 약을 여러 가지 복용하고 계신다고 했다. 40년 동안 하루 3갑씩 피우시던 담배는 작년에 협심증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게 된 후에 끊으셨다고 한다. 스텐트 시술 후에 6개월 정도 운동을 못했더니 다리 근육이 줄어서 운동도 못하고, 평소에 즐기시던 담배도 못하고, 밥맛도 없고 TV고 눈맞추는 것이 하루 소일거리라고 말씀하시는데 마음이 짠-했다.
담배를 오래 피우면 흔히 폐암을 먼저 걱정한다. 물론 담배가 폐암의 발생을 높이는 원인이다. 담배는 암뿐만 아니라 만성 폐질환과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담배 연기에 포함되어 있는 활성 산소를 비롯한 유해성분은 혈관 벽을 부식시킨다. 그 결과 심근경색증, 뇌졸중, 손이나 발에 있는 말초혈관 폐쇄증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한다. 또 담배 연기에 포함된 유해성분은 기관지와 폐포에 염증을 유발하고 만성 기관지염, 만성 폐질환의 원인이 되어서, 결국에는 폐의 기능이 감소해서 숨을 쉴 수 없는 무서운 질환으로 진행한다. 만성 폐질환과 심혈관 질환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내과 의사인 선생님께는 다행히도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증상을 인지하고 시술을 받았기 때문에 후유증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일 질병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같이 치명적인 합병증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지 않으면 담배의 유해물질이 폐 깊숙한 곳까지 전달되지 않고, 담배에 의한 악영향도 적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담배 연기는 입 안에서 이미 점막을 통해서 빠르게 혈액 내로 흡수되어서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담배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코에 넣는 코담배, 입술과 잇몸 사이에 넣는 형태, 또 연기를 물병으로 넣어서 흡입하는 물담배, 그리고 흔한 연기를 흡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 어떤 형태의 담배라도 심혈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동일하다. 다만 담배에 직접 노출되는 방법에 따라서 구강암, 비강암, 식도암, 폐암 등 암의 종류는 달라질 수 있다.
담배는 백해무익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옆에 있는 간접 흡연도 폐암, 심혈관질환, 만성 폐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건강을 위해서 오늘 당장 담배를 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다.
/기고자 : 더맑은 클리닉 박민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