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이 맑아야 건강합니다.
아빠는 투명인간인가?
더맑은 클리닉
박민선 대표원장
'아빠는 투명 인간인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TV토크쇼에 출연하게 되었다. 가족에게 소외 당하는 아빠들의 애환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인데, 내과의사인 나에게는 소외 당하는 아빠들의 건강에 대해서 얘기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결혼한 남자들이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사별 또는 이혼으로 혼자된 남자들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젊어서 결혼한 사람보다 25세 이후에 결혼하고, 결혼 생활을 오래하면 할 수록 더 오래 살고 건강하다는 결과도 있다. 같은 심장질환으로 진단받은 남자들 중에서 결혼한 사람의 사망률이 혼자 지내는 사람의 사망률보다 36 % 낮다. 또 새로 암으로 진단받는 환자 중에서 결혼한 사람이 중증일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낮다. 결혼 생활은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하다. 결혼한 남자는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낮고, 인지능력 유지, 치매 발생 방지에 도움이 되며, 혈당 관리에도 좋다. 또 입원 기간도 단축시킨다.
최근에는 결혼은 하지 않고 동거, 동성 간에 결혼 혹은 동거, 결혼 혹은 동거하지만 사이가 좋지 않는 경우 등 삶의 형식이 다양해졌다. 이에 따라 결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다양한 경우로 세분하여 연구되어 있다. 심장의 관상동맥 질환이나 고혈압은 스트레스에 의해서 악화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결혼생활의 스트레스는 직장생활에서 얻는 스트레스보다 더 심하게 심혈관 질환을 악화 시킨다. 이혼했거나 사별한 사람들에서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과 뇌졸중 발생 시 사망 확률도 34 % 각각 증가한다. 결혼생활의 스트레스는 암의 진행에도 영향을 준다. 전립선 암으로 진단 받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결혼한 사람은 69개월이고 미혼인 사람은 49개월로 차이가 있었다. 또 결혼했다가 이혼하거나 사별한 사람의 평균 수명은 38개월로 가장 낮았다.
결혼생활이 이렇게 건강과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리, 행동양식, 그리고 정신 건강의 세가지 원인으로 분석한다. 결혼생활의 스트레스는 교감시경을 흥분시킨다. 교감신경은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올린다. 그 결과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또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악화시키므로 감염성 질환과 암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사별 또는 이혼으로 혼자 지내는 남자들은 식사가 부실할 가능성이 높고, 흡연, 음주, 혹은 다른 위험한 행동에 노출될 확률도 높다. 따라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 혼자 지내는 남자가 고독감이 심하고 우울하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격리될 확률이 높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격리된 사람들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82 %나 높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성인 남자들의 66%에서 가족관계를 포함한 일차적인 사회생활이 배우자에게 의존하여 유지된다고 한다.
남녀 모두 건강하고 풍요한 노후를 위한 가장 좋은 보험은 “배우자 잘 만나기”라고 한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많은 의학적인 자료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니, 결혼이 가장 좋은 보험인 것이 사실이다. 특히 문제가 많은 결혼이나 이혼 혹은 사별할 경우 여자보다 남자의 건강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행복한 결혼이 남성에게 더 중요한 보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년 이후의 남편을 젖은 낙엽에 비유하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젊어서는 직장 일로 혹은 친구들과 밖으로 나가 다니던 남편들이 퇴직 후에 부인들에게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하는 우스개 소리이다. 이렇게 부인에게 의존하는 것도 중년을 넘어선 남자들의 생존본능인 듯하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하여, 또 늙어서 남편 병수발때문에 고생하지 않기 위해서도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가정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겠다.
/기고자 : 더맑은 클리닉 박민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