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정글의 법칙’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전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극한상황을 이겨내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최근에는 아마존 정글에서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방영 분에서 ‘정글의 법칙’에서 ‘족장’을 맡고 있는 김병만씨가 쓰러졌습니다. 이유는 아마존에 산다는 ‘콩가개미’라는 개미 때문이었지요. 콩가개미에 물린 후 김병만씨가 보였던 반응은 지난 연재에 말씀 드린 전형적인 ‘아나필락시스’ 반응이었습니다. 두드러기와 호흡곤란이 있었고 ‘벌에 물리면 기절한다’라는 이야기도 나왔지요. 그리고 나중에 팀닥터 선생님이 에피네프린을 주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곤충독에 의해 발생하는 알레르기를 곤충 알레르기라고 하고 가장 유명한 것이 벌독 알레르기입니다.

곤충 알레르기는 침입경로에 따라 ‘쏘는 곤충 알레르기’, ‘무는 곤충 알레르기’, ‘흡입성 곤충 알레르기’로 구분되고 벌독 알레르기는 대표적인 ‘쏘는 곤충 알레르기’입니다.  벌독 알레르기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을 보면 기원전 2600년경에 이집트 무덤벽화에 ‘왕이 벌에 쏘여 사망하였다’는 내용의 상형문자가 남아 있다고 하고 이것이 곤충 알레르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대에도 벌독 알레르기는 드물지는 않아서 미국에서는 연간 50명 이상이 벌 종류에 쏘여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009년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추석기간인 9월3일부터 10월2일 한 달간 벌에 쏘여서 응급구조를 요청한 경우는 1,013건이었고 그 중 10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또 제주도에서 전연령층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벌독에 의한 전신적 알레르기를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이 전체인구의 5.8% 정도로 상당히 많았습니다.

벌은 종류가 대단히 많아서 전세계적으로 대략 12만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46과에 1,000여종의 벌이 서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중에서 꿀벌과와 말벌과의 벌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중요한 종으로 알려져 있고 그 중에도 특히 땅벌(yellow jacket), 말벌(hornet), 쌍살벌(wasp)과 같은 말벌과의 벌들이 곤충 알레르기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미 중에도 쏘는 곤충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왕침개미, 외국에서는 열마디개미가 유명합니다. 꿀벌과의 벌독과 말벌과의 벌독은 구성 성분이 달라서 서로 간에 ‘교차항원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말벌독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도 꿀벌에 쏘이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말벌독과 왕침개미독의 경우는 서로 간에 ‘교차항원성’이 있을 수 있어서 왕침개미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말벌에 쏘이는 것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씨를 물었던 ‘콩가개미’가 어떤 교차항원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이전 병력에 벌독 알레르기가 있었던 사람에게 똑같은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일으킨 것을 보면 벌독과 교차항원성이 있는 것은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벌독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국소반응과 전신반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소반응은 비알레르기성 통증, 가려움증, 부종 등의 반응이 있고 이런 것이 쏘인 부위에만 국한되지 않고 쏘인 팔, 다리 대부분에 거쳐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신적 반응은 전신 두드러기와 혈관부종처럼 피부에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기도를 침범하거나 혈압을 떨어뜨려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벌독 알레르기의 치료도 일반적인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와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물질에 노출을 피하는 것입니다. 벌독 알레르기 환자에서는 벌에 쏘이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 방법이 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추천되는 사항은 야외에서 팔다리를 감싸는 옥을 입고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 작업을 할 때 장갑을 착용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봉침 시술’이라고 불리는 시술입니다. 원리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벌의 독침을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환자분들 중에는 봉침 시술을 받으면서 벌독에 대한 알레르기가 생긴 경우도 있고 혹은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데 봉침 시술을 받다가 아나필락시스가 생긴 경우도 있어서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도시에 사는 분들은 벌을 피하려고 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습니다만 농촌이나 특히 양봉가가 있는 동네에서는 피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면역요법입니다. 면역요법을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매우 적은 양부터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주사하고 점차 양을 증가시켜서 몸에 그 물질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벌독 알레르기의 경우에는 벌독을 매우 적은 양부터 주사하게 되겠지요. 벌독 알레르기 환자에서 면역요법은 상당히 효과가 좋은 것으로 되어 있어서 면역요법을 받은 사람의 95% 이상에서 전신반응을 예방할 수 있어서 지속적으로 벌에 노출 되는 환자에게는 우선적으로 추천되는 방법입니다.


/기고자 :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양민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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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석 교수의 '알레르기 질환'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석사
서울대학교 병원 인턴 및 내과 레지던트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알레르기 내과 전임의 수료
현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진료조교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소개 및 알레르기 원인 물질의 관리 등의 내용을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