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중독

(22)'처음 내린 결정' 중독

건국대병원

하지현 교수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첫 느낌이 괜찮고 그 쪽도 관심을 보여 정식으로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거슬리는 점이 보입니다. 저쪽은 공식적으로 진도를 나가자는데 망설여집니다. 그래도 첫 느낌이 옳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거든요. 시험 문제를 풀 때에도 처음 찍은 답을 고치고는 싶지만 그냥 꾹 참고 버텼습니다. 처음 눈에 들어왔던 물건에 꽂히고 나면 더 나은 디자인에, 더 좋은 가격의 물건을 발견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본인의 맨 처음 ‘감’을 믿기로 하고 이제는 돌이키기 힘든 선을 넘어 진행 중. 하지만 ‘이 사람, 영 아니다’라는 정황 증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많은 이들이 첫 느낌에 집착, 이성적으로 맨 처음 결정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도 번복하지 못합니다. 첫 결정이 옳다는 미신에 중독된 것입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저스틴 크루거 교수가 학생 1500명을 대상으로 심리학 중간고사 시험 중 답안을 고치는 과정과 결과를 분석한 실험을 했습니다. 결과는? 학생 4명중 3 명은 처음 고른 답이 맞을 것이라고 여겼고, 1 명만이 답을 바꾸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했답니다. 전반적으로 답을 바꾸는 것이 그냥 원래 답을 고집하는 것보다 위험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컸다는 얘기지요. 그렇지만 실제 고친 답안을 분석해보니, 오답이 정답이 된 경우가 51%, 정답이 오답이 된 경우가 25%였다고 합니다. 이에 크루거 교수는 사람들이 첫 결정에 집착해서 쉽사리 번복하지 못하는 현상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를 ‘첫 본능 오류(First Instinct Fallacy)’라 하지요.

    왜 사람들은 이렇게 망설이면서도 처음의 결정을 바꾸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되는 것일까요? 크루거 교수는 답을 바꿔서 정답을 맞힌 것보다는 첫 선택을 고수해서 옳았다는 것을 입증했을 때의 쾌감이 훨씬 크고, 정답을 오답으로 고쳤다가 실패한 경험이 주는 좌절감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결국 이후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첫 결정에 집착하게 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이렇듯이 실패의 경험은 마음속에 두고 두고 남아 지금 내려야 할 선택의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과거 ‘결정의 번복’이 줬던 아픔은 일반화되고 과대 포장된 괴물로 진화해 의사결정의 구석구석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첫 결정을 내린 후 ‘이게 맞나’라는 망설임이 생길 때, 첫 느낌 혹은 맨 처음의 직감이 맞을 거란 생각에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면 결국 비극적 결말에 이를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당장 뿌리깊은 습관을 고치기는 것은 어렵습니다. 크루거 교수가 실험결과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난 뒤 실시한 시험에서도 처음의 답을 고치지 않는 패턴은 여전했다고 합니다.

    / 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

  •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수 많은 집착 속에서 현대인은 어느 덧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시대의 중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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