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질환은 대부분 생명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매우 심한 반응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 연재에서 말씀드릴 ‘아나필락시스’라는 병입니다. 흔히 ‘페니실린 쇼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나필락시스의 한 종류입니다. 가끔 드라마 같은 곳에서 특정 음식물(땅콩 같은)을 먹은 극중인물이 갑자기 기절해서 병원에 실려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도 아나필락시스에 합당합니다. 또 벌에 쏘인 후에 갑자기 사망하는 것도 대부분 아나필락시스에 의한 경우입니다.

아나필락시스는 간단히 말하면 ‘갑작스러운 전신적인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피부증상은 거의 항상 동반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단순 두드러기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외에 혈관반응으로 인한 혈압저하(=쇼크), 호흡곤란과 같은 호흡기 증상, 복통, 설사, 구역, 구토 같은 소화기 증상도 있을 수 있습니다. 두드러기, 천식, 알레르기 비염/결막염, 음식물 알레르기 등 알레르기 질환들의 증상들이 몇 가지씩 짝지어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나필락시스의 가장 위험한 증상은 혈압저하나 호흡곤란입니다. 아나필락시스 뿐만 아니라 혈압저하가 나타나는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겠습니다만 혈압이 떨어지면 전신에 피가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게 됩니다.

피가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면 세포들이 산소나 영양분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뇌나 간, 심장 같은 전신의 장기가 기능이 떨어지고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그 장기가 회복될 수 없는 타격을 입어 작동을 멈추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숨이 심하게 찬 경우에는 산소가 충분히 우리 몸에 공급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혈액순환이 잘 되어도 세포들이 충분한 산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기능을 못하게 되고 그 이후의 일은 혈압이 떨어진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아나필락시스 환자에서는 이렇게 심한 반응들이 원인물질에 노출 된 후 수 분에서 한 시간 이내에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매우 응급한 질환입니다.

아나필락시스는 매우 드문 질환이면서도 응급한 질환이기 때문에 유병률 조사가 아주 어렵습니다. 미국의 아나필락시스 유병률은 10만 명 중에 약 30명 정도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통계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약 6년간 서울대학교병원을 찾은 환자 10만 명 중 14명의 빈도로 아나필락시스 환자가 있었고 사망자도 한 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통계도 한 병원에서만 조사한 통계이기 때문에 환자가 아닌 일반인에서 아나필락시스가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병원에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흔한 원인은 약물이었고 그 다음은 음식물이었습니다. 약물 중에는 페니실린과 유사한 항생제, 아스피린 계통의 약물, CT 등의 검사를 할 때 사용되는 조영제라는 약물이었습니다. 음식물은 메밀이 가장 많았는데 로는 다른 나라의 통계와는 달리 메밀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특징적이었습니다. 원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이것은 조사한 장소나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양봉가가 많은 지역에서는 벌독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환자가 많을 수 있겠지요.

아나필락시스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사람이 어떤 물질에 대해 반응을 일으킬지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항생제나 조영제 같은 물질을 사용하기 전에 피부반응검사를 하기는 하지만 사실 아직 검증된 방법이 아니고 실제 진료에서도 피부반응검사가 음성으로 나온 사람에서도 과민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고 피부반응검사가 양성으로 나와도 과민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전에 같은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던 병력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만약에 나에게 아나필락시스가 생겼다면 원인물질을 분명히 찾고 향후 노출을 피하는 것이 재발방지를 위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원인물질을 찾는 것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쇠고기 아나필락시스라고 진단된 환자가 사실은 그 소를 키울 때 사용한 사료나 항생제 성분 때문에 반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다른 쇠고기를 먹으면 아무 이상이 없겠지요. 따라서 의심이 되는 음식이나 약물이 있다 하더라도 다시 그 음식이나 약물을 복용하고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하는 유발검사를 통해서만 확진을 할 수 있다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아나필락시스 환자는 원인물질을 안다고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원인물질과 접촉하게 되서 곤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무심코 땅콩버터가 들어가는 음식물(예를 들면 베트남 음식이나 중국냉면 같은)을 먹는 경우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하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휴대용으로 치료약을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아나필락시스의 유일한 치료약은 에피네프린 혹은 아드레날린이라고 불리는 약물이고 현재까지는 반드시 주사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나필락시스 환자는 휴대용 에피네프린 주사를 가지고 다니다가 갑자기 반응이 발생하면 재빨리 스스로 약물을 주사하도록 교육합니다. 휴대용 에피네프린 주사는 아직까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는 않지만 희귀의약품센터라는 곳을 통해 구입할 수는 있습니다.

아주 특이한 아나필락시스의 변형들도 있습니다. 운동을 하면 아나필락시스가 생기는 운동유발성 아나필락시스, 음식을 먹어도 괜찮고 운동을 해도 괜찮은데 특정 음식물을 먹고 운동을 하면 아나필락시스가 생기는 음식물 의존성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 그 반대 경우인 운동 의존성 음식물 유발성 아나필락시스,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고자 :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양민석 교수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양민석 교수의 '알레르기 질환'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석사
서울대학교 병원 인턴 및 내과 레지던트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알레르기 내과 전임의 수료
현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진료조교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소개 및 알레르기 원인 물질의 관리 등의 내용을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