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으면 알레르기가 나...', '두드러기요?', '응, 알레르기...'
내 진료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이다. '알레르기' 혹은 '알러지'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도 상당히 자주 사용되는 말이지만 사용하는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얘는 결혼 얘기만 하면 알러지 반응을 보이네.' 라는 문장에서 '알러지(=알레르기)'의 문맥적 의미는 '매우 싫어함' 정도일 것이고 어떤 대중가요 소절에 나오는 '알러지 같은 내 사랑~'에서 알러지는 이후 시큰하고 훌쩍거린다는 표현이 있는 것을 보아서는 알레르기 비염을 뜻하는 말로 보인다. 이 외에도 ‘알레르기’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대부분 ‘알레르기 질환’ 혹은 ‘매우 과하게 싫어함’의 의미를 띄는 것 같다.

알레르기라는 말은 그리스 말로 ‘다른(allos)’과 ‘반응(ergos)’의 합성어로 외부물질에 대해 일반적일 때와 다르게 즉, 이상하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몸에는 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과 같은 외부 유해물질 침입을 대비해 방어기능을 하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고 이것을 면역체계라고 한다. 예전 생물 시간에 배웠던 백혈구들이 면역체계에 속해있는 세포들이고 이들을 다른 이름으로 면역세포라고도 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 면역체계는 외부로부터 우리 몸 안에 들어오는 해가 없는 물질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는다. 간단한 예로 정상적인 사람에서 음식물(외부물질)을 먹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위장에서 반응(염증)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반면에 음식물 알레르기, 예를 들어 새우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새우를 먹으면 면역반응이 일어나서 구역,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생기며 어떤 경우에는 전신에 두드러기가 생기게 된다. 이런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질병이 생기면 그것을 ‘알레르기 질환’이라고 부르며 알레르기 질환에는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두드러기, 음식물 알레르기 등이 포함된다.

아마도 알레르기 질환이 있으신 분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왜 이런 병이 생겼는지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 병이 그러하듯이 알레르기 질환 역시 질병이 왜 생기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환자의 유전적 성향(= 체질)과 외부 환경인자의 영향에 의해서 알레르기 질병이 생긴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알레르기 질환은 특히 유전성이 강한 질환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부모 중 한 분이 알레르기 질환이 있으면 자녀에서 알레르기 질환이 생길 가능성은 약 50%, 양친 모두 알레르기 질환이 있을 때 자녀에서 알레르기 질환이 생길 가능성은 약 80%라고 알려졌다. 또한,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아버지의 알레르기 질환은 아들에게, 어머니의 알레르기 질환은 딸에게 더 잘 유전된다는 보고도 있다.

알레르기 질환의 발병에 환경적 영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학설도 이전부터 주장됐던 내용이다. 대표적인 주장으로 ‘위생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이해하기 쉽게 말씀을 드리면 주변환경이 너무 깨끗해져서 아주 어린 시기에 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이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인체의 면역체계가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해 정상적인 반응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

사실 환경의 영향은 객관적으로 정량화해서 평가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알레르기와의 인과 관계를 정확히 밝히는 연구를 하는 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서구화된 의, 식, 주 및 환경 오염 등이 알레르기 질환 발생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유전적인 성향,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알레르기 체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알레르기 질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로 알레르기 체질이 알레르기 질환으로 발전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부분이지만 아직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개념적으로 다만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하기 바로 전 단계로 ‘감작(sensitization)’이란 단계가 있다는 것은 알아두는 것이 좋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외부물질에 대한 ‘교육기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처음 외부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에 면역체계에서 ‘우리 몸 밖에는 이런 신기한 물건도 있구나.’라고 인식하는 단계를 거치게 되고 이 단계를 감작이라고 한다. 한 번 감작된 이후에 다시 같은 물질이 몸에 들어가면 면역세포들이 그 물질을 기억하고 있다가 심한 반응을 일으키면서 염증을 만들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공적인 감작’은 예방접종이다. 약화시킨 병원체를 몸에 주사하여 면역체계에 그 병원체를 ‘예습’ 시키고 이후 진짜로 그 병원체가 들어오면 심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 몸을 보호하게 하는 과정이 알레르기 염증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아무튼, 알레르기 반응에는 이런 감작의 단계가 필요하여서 이전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먹던 음식물, 약물 등에 대해서 뒤늦게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알레르기 질환의 특징 중 꼭 한 가지 알아야 할 부분은 ‘개인 맞춤형’ 질환이라는 것이다.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이라고 이야기하는 알레르기 원인 물질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집먼지진드기의 예를 들어보면 집먼지진드기는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고 상당히 많은 알레르기 질환자가 집먼지진드기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떤 천식 환자는 먼지 구덩이 속에 있어도 천식의 증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은 개인마다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음식물 알레르기도 마찬가지로 새우 알레르기 환자라 해도 일반적으로 알레르기가 잘 생긴다고 알려진 우유, 달걀, 견과류 등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부분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알레르기가 안 생기기 위해 피해야 할 음식물 리스트’ 같은 편한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에게 중요한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피하고 싶다면 개인의 경험에 의존해서 스스로 피해야 할 환경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렇게 찾아낸 ‘악화 상황’이 실제로 의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상황인지에 대해서 알레르기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이 도움된다.

 /기고자 :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양민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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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석 교수의 '알레르기 질환'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석사
서울대학교 병원 인턴 및 내과 레지던트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알레르기 내과 전임의 수료
현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진료조교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소개 및 알레르기 원인 물질의 관리 등의 내용을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