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체중 55Kg! 남편이 만든 임신성 당뇨식

임신성 당뇨의 원인과 해법 : 경험적 가설 <14회>

(주)클루닉스 대표이사

권대석

(주의 : 이하의 글에서 설명된 임신성 당뇨의 원인과 해법은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가설입니다. 전문가의 자문에 의하면, “아래 주장이 맞을 수도 있지만, 이런 사실이 의학적,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으므로 맞다 틀리다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따라서 아래 설명은 필자와 경험자의 경험에 의한 가설이며, 아래의 설명을 따랐을 경우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필자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한달만 더 버티면 됩니다. 이제는 아내 뱃속의 아기도 폐가 완성되어 조산을 해도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고... 혈당만 잘 조절하면 아무 때나 나와도 됩니다.
 
많은 분들이 제 블로그를 보시고 "권박사, 맨날 요리만 하나" 하시는데, 잠깐 설명하자면... 임신 7개월에 제 아내가 임신성 당뇨란 걸 알게 됐습니다. 조산진통도 자주 왔구요. 혈당을 낮추자니 운동을 해야 하는데, 조산을 피하기 위해선 침대 위에서 절대 안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죠.
산모의 고혈당 상태가 유지되면 애가 지능도 떨어지고 췌장 비대에 내장 비만으로 태어난답니다. 머리 나쁘고 뚱뚱한 당뇨병 걸릴 여자애라니 생각만 해도 맘이 아픕니다 T.T
 
조산을 감수하고 운동을 해서 혈당을 낮출 것이냐, 문제 있는 애가 태어날 위험을 감수하고 절대 안정해서 조산을 피할 것이냐... 여러분은 어쩌시겠습니까? ^^;;;
...사실 임신성 당뇨는 뱃속의 아기 때문에 생기는 "진짜 당뇨병에 대한 예비 경고"입니다. 뱃속의 태아는 더 많은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엄마 핏속의 혈당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HPL 호르몬을 분비시킵니다. 태반에서 분비되는 태반 호르몬이죠. 혈당이 너무 높아지면 당연히 엄마의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당을 떨어뜨립니다. 그럼 태반은 더 많은 HPL 호르몬을 내고, 그럼 엄마의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고... 이 경쟁이 균형을 이루면 다행인 거고, 엄마의 췌장이 이미 기능이 떨어져서 경쟁에서 지면 임신성 당뇨가 됩니다.

왜 엄마의 췌장 기능이 떨어져 있을까요? 그것은 다분히 엄마의 췌장이 평생 과부하에 시달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췌장의 역할을 아시나요? 우리가 밥을 먹으면 장에서 소화되어 핏속에 영양분 - 주로 당분 비율이 높아집니다. 이 혈당이 근육에 공급되어 몸이 움직일 수 있고, 뇌에 공급되어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죠. 그런데 혈당이 적당히 증가하면 좋겠지만, 음식을 많이 먹으면 비례해서 혈당이 심하게 증가합니다. 그럼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너무 많아진 혈당을 간과 근육, 피하지방에 돌려 쌓아 두게 되지요.
그런데 한국의 많은 여성들은 너무 떡볶이와 케이크를 좋아하고, 고기를 싫어합니다. 어떤 음식을 먹고 난 후 얼마나 혈당이 빨리 높아지는가 하는 수치를 GI (Glycemic Index) 수치라고 하는데요, 바로 혈당 자체인 포도당을 먹은 1시간 후 수치에 비해 몇 % 정도의 혈당 수치를 보이나 측정한 값입니다. (50이라면 포도당보다 절반 정도의 혈당 증가가 있는 것이죠) 이 수치가 높은 음식은 급격히 혈당을 높여서 급격히 인슐린을 분비시킵니다.

(떡볶이나 케이크를 먹은 후에는 혈당이 위 그림의 빨간 선처럼 치솟고, 대량의 인슐린이 분비되어 급속도로 혈당이 떨어져 어지럼증과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급격히 분비된 인슐린은 급속도로 혈당을 피하지방과 간에 축적시켜 급격히 혈당을 낮추는데, 그럼 우린 금방 배고픔을 느끼게 되죠. 흔히 "국수는 금방 배꺼진다"고 하는데, 그건 정제 밀가루-국수의 GI 수치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케이크, 떡볶이 등은 대표적으로 GI 수치가 100에 가까운 혈당 상승 음식이고, 고기는 GI 수치가 50이하인 대표적 고단백 음식이죠.
간단히 말해 보죠. 30세 여성이 떡볶이와 케이크, 라면과 국수를 좋아하고 고기 야채는 싫어했다면, 평생 30000번 정도 췌장이 인슐린을 급속도로 쥐어 짜냈다가 쉬었다가 하는 노동을 반복한 셈입니다. 이게 과부하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똑같이 운동을 해도 어떤 사람은 금방 낫고 어떤 사람은 오래 힘들어 합니다. 당뇨 내력을 가진 가계의 사람은 쉬이 지치는 몸(췌장)을 타고 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췌장에게 삼만번 정도 중노동을 시키고 나면 췌장 기능이 슬슬 떨어지게 되고, 그 상황에서 애가 생기면 태아의 싱싱하고 쌩쌩한 태반 호르몬을 엄마의 노쇠한 췌장이 감당할 수 없게 되어 혈당 균형을 못 맞추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임신성 당뇨의 본질입니다.
왜 태아는 무리하게 엄마의 혈당을 높이려 할까요? 자꾸 마빈 해리스와 리차드 도킨스 얘기 나오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인류는 멸종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류 진화의 수백만년 기간 동안 인류는 대부분 기아 상태였을 겁니다. 못 먹고 사는 대부분의 엄마는 당연히 혈당이 낮았겠죠. 그런 엄마의 혈당을 무리하게 높여 - 엄마의 근육을 분해하거나 피하 지방을 분해해서라도 - 빼앗아 먹지 않으면 태아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

이런 메카니즘은 과거 몇백만년간 잘 동작해 왔는데, 최근 몇십년 간 갑자기 엄마들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게 되었습니다. 이제 태아나 태반은 무리하게 엄마의 혈당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어졌는데, 몇백만년간 진화해 온 생물학적 메카니즘은 그걸 모르는거죠. 게다가 엄마의 췌장은 이미 과부하로 혹사된 상태... 결국 혈당이 높아지고, 임신성 당뇨가 되고, 머리 나쁘고 당뇨병 걸릴 뚱뚱한 아이가 태어나게 됩니다.

다행히, 아이가 태반과 함께 모체 밖으로 나가면 HPL 호르몬의 근원이 배출된 셈이니까 엄마는 단번에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정상은 아니죠. 임신성 당뇨가 왔다는 것은 엄마의 췌장이 맛이 가기 일보 직전이란 얘깁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몇년 내로 진짜 당뇨병에 걸리게 됩니다. 임신성 당뇨 산모가 5년 내에 진짜 당뇨에 걸릴 확률이 60% 정도라니까요.

 이 모든 일은 여성들이 어릴 때부터 잘못된 식습관을 가져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케이크와 떡볶이, 라면을 즐겨먹고, 고기와 반찬을 조금 먹는 고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은 다낭성난포증을 야기해 생리 불순과 임신 장애를 가져오고, 급격한 혈당 변화로 췌장을 약화시킬뿐 아니라 고혈당일 때의 만족스런 기분과 저혈당일 때의 비관적인 기분을 롤러코스터처럼 오가게 해, 참을성이 적고 성질이 급하며, 집중력이 없고 짜증을 잘 내는, 한마디로 "성질 더러운" 성격을 만들게 됩니다. 심하면 우울증까지... (당연히 남자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는 다낭성 난포증이나 임신장애가 없을 뿐이죠)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감정적 안정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남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상쇄하려는 만족 행동을 합니다. 대화를 한다거나, 전화를 한다거나... 혈당을 높여 정서 상태를 high하게 만드는 "떡볶이, 케이크 먹기"도 그런 맥락입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스스로가 어떻게 보이느냐에 대해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다음에 말씀드리죠), 고기와 함께 섭취되는 지방이 두려워서, 뚱뚱해지기가 싫어서 고기를 안 먹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현대 여성은 단백질 대비 탄수화물 섭취량이 훨씬 늘게 되고, 섭취 영양소의 대부분이 탄수화물이 되는 것이죠. 게다가 현대 사회에서는 원하기만 하면 거의 무제한 원하는만큼 원하는 떡볶이와 케이크를 먹을 수 있습니다. 임신성 당뇨와 다낭성 난포증, 피부트러블과 우울증 등은 모두 이러한 현대의 환경과 조건들이 만들어낸 문명병인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잘 설명할 수 있어도, 현실은 "그래서 어떡하냐"입니다.
식이요법으로 혈당을 낮추는 수밖에 없는데...
혈당을 낮추기 위해서는 GI 수치를 높이지 않는 음식, 즉 고단백 저 탄수화물식을 해야 합니다.
매끼 밥은 반공기 이하(100g 이하)만 먹고, 설탕이나 감자 고구마 당근 안 되고, 야채 많이(100g 이상), 고기 많이(100g 이상) 먹으면 되죠.

세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단 겁니다. 제 아내는 싫어하는 건 죽어도 안 하거나 안 먹는 스타일이라... 많은 여자분들, 특히 임신성 당뇨이신 분들이 그렇듯, 제 아내의 식성도 대충 이렇습니다.

  - 싫어하는 야채 : 시금치, 양파, 양배추, 양상치, 콩나물, 상추, 부추 (즉, 대부분의 야채)
  - 좋아하는 야채 : 감자, 고구마, 당근, 호박 (모조리 고탄수화물)
  - 싫어하는 단백질 : 계란 한개 크기보다 큰 모든 육류(생선, 돼지고기, 닭고기, 쇠고기)
  - 좋아하는 단백질 : 장조림, 멸치, 계란, 두부, 치즈 (전부 단백질 함량이 30% 미만이거나 너무 짜거나 많이 먹기 힘든...)

두번째 문제는 제 아내가 입이 짧아서 두끼 연속 같은 음식, 이틀 연속 같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럼 사먹으면 되지 싶겠지만...

세번째 문제는 음식을 사먹을 수 없단거죠. 대부분의 식당 음식은 단백질 함량이 너무 낮고, 소금과 설탕을 너무 많이 써서, 탄수화물 대비 충분한 양의 야채와 단백질을 섭취할 수 없단 겁니다. 흔히 불고기, 제육볶음, 돈까스, 두부 같은 음식을 고기, 단백질이라 오인하는데, 불고기나 제육 볶음에 들어가는 대량의 설탕, 돈까스에 입혀지는 엄청난 튀김옷, 두부 함유 단백질의 1/3에 가까운 두부 함유 탄수화물을 생각하면, 이런 음식들을 먹을 때는 밥을 1/4공기로 줄여야 합니다.
 
이런 사유로 저는 침대에서 절대 안정하는 임신성 당뇨의 아내를 위해, 약 90일간 매일 매끼 다른 고기/야채 요리를 창조해야 하는 도전적인 과업(?)에 직면하게 된 겁니다. 제 형님이 그러더군요. "병원이나 처가에 보내야지, 네가 제대로 할 수 있겠냐?"
그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병원에서는 당장 입원하라는데 마누라는 죽어도 싫다고 하고, 처가에서 혹은 식당에서 한끼라도 먹으면 대번에 200까지 혈당치가 갑니다. 통상 당뇨병의 판단 기준은 식후 2시간 혈당이 180이상이라지만, 임신성 당뇨의 판단 기준은 120 이상이면 문제 있다고 본다네요.

사실 이런거 보면 당뇨가 생물학적 유전병인지 문화적 유전병인지 헷갈리게 되는데요. (장모님도 당뇨병) 당뇨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식단중 탄수화물 비중을 낮춰 주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밥먹듯이 반찬먹고, 반찬 먹듯이 밥을 곁들여 먹어야"하는 건데요.. 하지만 밥 많이, 반찬 아껴 먹고, 싱거운 밥에 짠 반찬 먹는 문화적 습관이 대물림되면 당뇨가 재생산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의 글을 참조하시길...
"아이 키 키우는 방법" : https://blog.naver.com/hyntel/50096152766)
 
어쨌건, 제가 내 놓은 해법은 "그래서 이렇게 한다"는 것이고, 바로 지금까지 써 온 글들이 되겠습니다. (제 블로그 https://blog.naver.com/hyntel 에서 "당뇨식" 태그를 선택하면 보입니다)
 
그런 음식을 만드는 것이 제가 열심히 밥하고 있는 이유이자 결과입니다. 밖에서 음식 먹으면 혈당 200까지 가는 제 아내가 위 음식들에 대해서는 모두 120 이내로 혈당이 잡혔고, 칼이나 불을 별로 쓰지 않고도 만드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이런 음식을 만들어 매일 두끼 이상 아내 식사를 챙기고 있고, 아내가 안 먹는 것을 피해 100그램 이상의 고기와 100그램 이상의 야채가 들어가는 음식을 매번 새로 만들자니 정말 창의력이 고갈되는 느낌입니다만, 그래도 지난 20년 정도 먹는 것에 관심 많이 갖고 매일 혼자 화학실험 하듯이 음식 해 먹어 온게 도움이 되어 별 탈 없이, 간신히 이제는 막달입니다. 의사 선생님도 이제는 "슬슬 운동도 하고 움직이세요"라고 하니 그동안처럼 철저하게 제가 해 먹일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마지막 한달 잘 넘겨서 좋은 딸이 건강하게 태어나면 좋겠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제 마누라라도 다행히 확실하게 고단백 저탄수화물 당뇨식을 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이 박히도록 체험했으니 제 자식들에게라도 나쁜 식습관 -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 -이 대물림되지 않길 바라고, 제가 아내에게 먹인 별 볼 일 없는 음식이 임신성 당뇨로 고생하는 산모들께 하나의 가능성이자 작은 도움이 되길 빕니다.
 
 
/권대석 ㈜클루닉스 대표이사 hyntel@clunix.com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임신 7개월에 알게 된 심한 임신성 당뇨! 병원에서 준 식단으로도, 친정 엄마가 차려준 밥으로도 혈당은 안 잡히고 조산 진통까지 오는데… 조산을 피하려 절대 안정하는 아내를 위해 벤처 사업가이자 대학교수인 공학박사 남편이 아침 저녁 차려 먹여 혈당 잡고, 출산 체중 55kg에 3.2kg의 건강한 딸을 얻기까지, “뭘 만들어 먹었나”의 이야기. < 상기컬럼은 의학적 치료방법은 아니며 임신성당뇨를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만든 요리법을 소개한 체험기 입니다 >

네이버배너
프렌즈배너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