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아래 이상무(無) !
발기부전엔 특효약이 없다!
부산대학교병원
박현준 교수
‘발기부전엔 특효약이 없다’라고 필자가 주장한다면 엄청난 항의가 들어올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가 팔리고 있으며, 남성건강에 저마다 높은 효과를 내세우며 선전하고 있는 건강식품들, 그리고 아는 사람들끼리 소곤소곤 전파되는 각종 민간요법들이 점거하고 있는 국내 현실을 감안한다면 확실히 그럴 것이다.
또한 이러한 말을 의사에게 듣는다면 발기부전을 치료할 희망을 가지고 병원을 찾은 환자의 실망 또한 클 것이다. 그러나, 냉정히 의학적으로만 말한다면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먼저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감기에 걸린 환자의 경우 감기약을 며칠 복용하거나 푹 쉰다면 감기는 씻은 듯 사라진다. 운동하다가 넘어져 다리가 부러졌다면 한두 달 기브스를 대고 안정을 취하면 부러진 뼈는 다시 붙는다. 이렇듯 감기, 골절 등은 완치가 가능한, 끝이 보이는 질환이다. 그러나 발기부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발기부전약을 먹고 있는 동안에는 발기가 정상 혹은 정상에 가깝게 향상되어 성관계를 무사히 치를 수 있지만 만약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면 다시 발기에 문제가 올 것이다. 즉, 발기부전은 혈압약을 먹어 정상혈압을 유지시켜주지만 고혈압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당뇨약을 먹어 정상혈당을 유지하게 해주지만 당뇨병이 없어지지는 않는 것과 같은 질환이다.
‘완치’라는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조절’이라는 현실적 목표를 위해 치료하고 노력해야 하는 질환인 것이다. 물론 발기부전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음주, 흡연 등을 멀리하고 발기부전을 초래한 성인병들을 잘 치료한다면 발기부전에서 해방되는 운 좋은 환자들이 분명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들은 소수이다.
따라서 발기부전은 생기지 않게 미리미리 대비하고 만약 생긴다면 이를 단기간에 없애버리겠다는 조급한 마음보다는 발기부전이 왜 왔는지 따져보고 단계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 좋다. 조급한 마음은 치료에 실망을 불러일으키고 치료효과를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발기부전은 조절하고 관리하는 질환이란 점을 명심하자.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