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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한계'를 바꿔주는 스포츠 과학의 힘

조선일보

홍헌표 기자

원문출처 : '인간 한계'를 바꿔주는 스포츠 과학의 힘 
 
'인간 한계'를 바꿔주는 스포츠 과학의 힘

●역도 장미란 힘 줄때 쓰는 근육 32곳에 전극 붙여
오른발을 10㎝ 뒤로 빼는 ‘약점’찾아

●배드민턴 선수 눈동자·움직임등 입체 촬영
시속 300㎞ 셔틀콕 처리 속도 높여줘
홍헌표기자 bowler1@chosun.com
진중언기자 jinmir@chosun.com


▲ 여자 역도 '세계 최강'인 장미란이 인상에서 바벨을 들어올리는 순간이다. 처음엔 나란히 놓여 있던 오른발이 왼발에 비해 뒤로 빠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체육과학연구원 문영진 박사는 "몸이 뒤틀려 부상 위험이 높을 뿐만 아니라 좌우균형만 맞는다면 기록을 10kg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숨어 있는 1인치를 찾았다!’ 어느 TV 상품 광고 문구다. 인간 한계를 무너뜨리는 스포츠 과학에도 딱 어울리는 말이다. 동작 하나만 바꿔도 역도 기록을 수십 ㎏이나 끌어올릴 수 있다. 특정 선수의 생리적 특징, 경기 습관을 찾아내면 경기력이 한 단계 올라간다. 그게 스포츠 과학의 힘이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한국 대표팀 훈련 현장도 스포츠 과학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여자 역도 무제한급 세계기록(인상·합계) 보유자인 장미란은 자세 교정만 이뤄지면 기록을 10~20㎏ 정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문영진 박사가 EMG(근전도) 검사와 영상분석을 통해 그의 숨겨진 약점을 찾아냈다. 장미란이 역기를 들 때 쓰는 32군데의 근육에 전극을 붙여 각 근육이 얼마나 힘을 받는가를 검사했다. 인상에서 바벨을 들고 앉을 때 오른발이 10㎝쯤 뒤로 빠지는 습관이 있다는 게 발견됐다.

문 박사는 “그런 뒤틀린 동작이 상체에 무리를 줘 팔꿈치와 어깨 쪽에 부상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좌우 균형만 맞춘다면 기록은 훨씬 향상된다는 긍정적인 결론도 얻었다. 염동철 여자 대표팀 감독도 장미란의 자세 교정을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때는 힘들더라도 2008베이징올림픽 제패를 위해 장미란이 반드시 고쳐야 할 점”이라고 했다.

배드민턴은 셔틀콕이 시속 300㎞가 넘는 속도로 네트를 넘나드는 초(超) 스피드 종목이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상대 의도를 파악해야 상대를 제압한다. 셔틀콕과 상대선수의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는 눈, 정확한 판단력과 플레이의 민첩성이 필수적이다.


▲ 경기 중 선수의 시선과 동작을 분석하도록 고안된 모자를 쓴 배드민턴 국가대표 손승모

구해모 박사는 그런 능력을 향상시키는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 배드민턴 남녀 단식 대표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구 박사와 이상철 박사(39·공학)가 공동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에는 카메라가 4개나 동원된다. 선수가 쓰는 모자에 2개, 배드민턴 코트 주변에 2개. 모자에 설치된 카메라는 선수의 눈동자, 그리고 선수가 바라보는 지점을 촬영한다. 코트 주변의 카메라 1대는 그 선수의 움직임, 다른 1대는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잡는다.


▲ 사진은 4개의 카메라가 찍어 컴퓨터에 전송한 장면이다. ①과 ②는 코트 밖 카메라가 찍은 상대 선수와 손승모의 모습이고, ③은 손승모의 눈동자가 응시하는 곳이며, ④는 손승모의 눈동자를 찍은 것이다. 한국체육과학연구소원 제공.

4개의 카메라에서 전송된 화면을 하나의 컴퓨터에서 분석하면 선수의 특성이 파악된다. 국가대표와 대학선수 35명을 분석한 결과 주니어세계선수권 3관왕 이용대는 상대 동작을 보고 타구를 예측해 반응하는 속도가 빼어났다고 한다. 스매싱 순간까지 상대를 본 뒤 곧바로 자신의 타점(셔틀콕을 치는 지점)으로 시선을 옮기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 상대에게서 너무 일찍 시선을 떼거나 중간에 라켓을 본 뒤 셔틀콕을 치는 상당수 대학 선수와 큰 차이가 있었다.

구 박사는 가장 모범이 되는 선수의 시선 이동, 동작 등을 분석한 자료를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제시해 모방토록 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다툴 중국, 말레이시아 등 주요 국가 선수들의 동작과 공격 패턴도 분석했다.

아시안게임 수영 3관왕을 노리는 박태환은 최근 1년간 체육과학연구원이 제안한 근력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훈련 중 박태환의 젖산 수치를 측정, 에너지 소비에 따른 피로도를 파악해 훈련 프로그램에 변화를 줬다. 송홍선 박사는 “장거리가 특기인 박태환이 레이스 막판 폭발적인 스퍼트를 할 수 있도록 근육량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송주호 박사는 1초에 180프레임을 촬영하는 고속 카메라 2대를 동원해 남자하키 대표팀의 페널티코너 전담인 장종현을 집중 분석했다. 송 박사는 “스틱의 헤드 회전이나 슛 스피드는 세계 정상급이지만 공을 때린 이후의 밸런스가 안 맞는 약점을 발견해 코칭스태프에 알렸다”고 말했다.

양궁 대표팀은 체육과학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어떤 환경에서도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수 차례 받았다. 연구원은 선수들이 활 시위를 놓을 때의 신체 무게중심 변화를 분석하는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펜싱은 심리 상태에 따라 근육이 긴장되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져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김병현 박사는 대표 선수들을 면담, 개개인에게 맞는 처방전을 만들어줬다. ▲경기 중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상대 선수의 감정적 도발이나 코치의 부당한 지적에 맞대응 해도 된다. 그럴 여유가 없다면 무시하고 회피하는 편이 낫다 ▲시합 중 실수는 아예 잊어버린다 등의 내용이다. 선수들은 외출 때도 처방전을 갖고 다닌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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