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리턴과 선천성 심장수술 그리고 마취 중 각성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
영화 ‘리턴’은 이규만 감독의 2007년 작품으로 2008년 45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유준상)을 수상했으며 후보음악상(최승현)에도 올랐다. 이 영화는 마취 중 각성을 주제로 한 의학드라마인데 역시 2007년 똑 같은 주제로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어웨이크(Awake)’와의 관계가 흥미롭다. 그러나 이 두 영화는 중심 주제만 같을 뿐 줄거리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다른 영화다.
영화는 1982년 상록수병원이라는 한 지방병원에서 진행된 심장수술에서부터 시작된다. 선천성심장병으로 수술을 받게 된 10살 된 나상우는 이른바 ‘수술마취 중 각성’을 겪으면서 수술 내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수술 후 나상우는 그때의 기억으로 이상행동을 보이게 되나 어른들은 서둘러 상우의 아픈 기억을 봉인한다.
무대는 어느덧 2007년으로 바뀌고 엘리트 외과의사인 류재우(김영민 분)는 옛 친구 강욱환(유준상 분)의 갑작스러운 방문 이후 자신을 둘러싼 인물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후 강욱환 이외에도 의료사고 문제로 그를 협박해 온 이명석, 그와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인 마취과의사 장석호(정유석 분), 그리고 정신과 전문의 오치훈(김태우 분) 등이 여러 가지 상황에서 복잡하게 얽히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진다.
마침내 류재우는 계속되는 의문의 사건 중심에는 25년 전 '마취 중 각성'을 겪은 나상우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와중에서 그의 아내 희진(김유미 분)이 알 수 없는 일로 갑자기 심한 복통을 않는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응급 개복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병원의 모든 정황은 그가 직접 수술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러나 수술 중 마취과의사 장석호는 정신과 의사 오치훈으로부터 최면 암시를 받는다. 결국 오치훈의 계략대로 장석호는 근육이완제만 투여한 채 수술 중 환자의 고통을 잊게 하는 신경마취제 투약을 하지 않는다. 희진은 수술 중 말할 수 없는 엄청난 통증을 느끼게 되고 그 결과, 그녀는 격심한 고통 속에서 통증으로 인한 쇼크(shock)로 숨지고 만다.
류재우는 수술장에서 그녀를 소생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는 자기 손으로 아내를 죽였다는 생각에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고 오열한다. 그러던 중 그는 수술장 기록 비디오에서 수술 중에 수술대에 누워 있는 아내의 발바닥을 간지르고 있는 장석호를 발견하고는 이 모든 것이 그의 소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사건의 배후에는 25년 전 사라진 나상우가 자리잡고 있었고, 정신과 의사 오치훈이 바로 그 나상우였던 것이다.
오치훈은 25년 전 자기에게 씻지 못할 정신적 고통을 안겨 주었던 당시 상록수병원의 의료진과 그 자식들에게 복수를 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장석호는 오치훈의 농간으로 강욱환과의 싸움 중 숨지고, 협박범 이명석마저 오치훈의 손에 죽게 된다. 그는 오치훈이 희진에게 복통을 일으키게 하기 가깝게 접근하여 몰래 이물질을 주입하는 과정을 둘 사이의 애정 행각으로 착각하고 협박해 왔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오치훈 역시 류재우와의 격투 중 결국 최후를 맞고 만다.
마취 중 각성을 다룬 이 영화에서는 처음 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온다. 즉 수술 중 각성은 <전신마취 수술시, 외형적으로는 정상적인 마취상태로 보이지만 환자 의식이 깨어나서 수술의 전 과정을 그대로 경험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수술 중 각성이 발생한 환자는 수술 중 고통을 고스란히 경험한다. 하지만 근이완제를 투여 받은 상태이므로 자신이 깨어있다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도 표현하지 못한다. 이런 끔직한 경험은 당사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일으켜서 절반 이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다.’라고 덧붙인다.
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마취 중 각성이 일어나는 수술 장면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나상우(훗날 오치훈)가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받을 때 경험하는 부분이고 두 번째는 오치훈의 복수로 인해 류재우가 집도하던 그의 아내의 복부수술 중에 일어난다. 흉부외과와 관련된 부분은 당연히 첫 번째인 심장수술 부분이다.
1982년 상록수병원이라는 가상의 지방병원이 그 무대인데 당시 나상우가 구체적으로 어떤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있었느냐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은 없다. 어쨌든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수술장의 전체적인 모습은 그 당시 있었음직한 수술장 분위기를 무난히 연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부분에 들어가서는 환자의 수술대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어 있다든지 간호사의 수술 장갑이 지나치게 올라가 있다든지 하는 허점 등이 쉽게 관찰된다.
그리고 흉골을 절개할 때 사용하는 전기톱이 실제 사용되었던 것에 비해 지나치게 크고 둔중한 느낌이 있다.
이 전기톱은 영화에서 나상우가 수술 중 고통을 느끼는 장면을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하는데 사용되는 중요한 도구다. 따라서 아마 연출 목적상 보다 자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보다 강력한 느낌을 주는 전기톱을 사용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일반적인 심장수술을 위해서는 가슴의 정중앙에 위치한 흉골(胸骨)의 절개가 필수적이다. 매우 단단한 이 뼈를 절개하기 위해서는 전기톱과 같은 강력한 도구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 이를 사용하여 흉골을 절개하는 장면은 심장수술을 처음 목격하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만일 그 누구라도 영화에서처럼 의식이 명료한 가운데서 전기톱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흉골이 절개되는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면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그러한 고통이 영화의 오치훈처럼 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복수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