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불균형, 과학과 한방으로!

현명한 어의의 처방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

 

현명한 어의의 처방

충북 영동 양산에는 초가집 한 채가 보존되어 있다. 이곳은 고(故) 변석홍선생께서 고종황제시절 어의를 지내시다가 낙향을 하신 곳으로, 대를 이어 한의의 맥을 이어간 장소이기도 하다.

필자는 변석홍 선생의 5대손으로 대를 이어 내려오는 한의비방과 약장은 물론 동의보감, 의학입문 등의 고서를 물려받았다. 필자가 어릴 적, 할아버지께 들은 고조부의 이야기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해 지면을 빌어 소개하고자 한다.
 
하루는 읍내에 살던 한 처녀가 복통과 부종으로 두어 달 고생을 하다 내원을 하였단다. 그 당시에도 용하다는 의원으로부터 탕약을 지어먹고 침을 맞는 등 많은 고생을 했지만 별 차도가 없었던지, 급기야는 40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제월당(변한의원이 시작된 한의원)을 찾았다고 했다.

그 처녀는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냐는 고조부의 물음에 두 달 전부터 붓기가 오르더니 배가 아팠다고 했다. 특이한 것은 당시 우물에서 물을 길었는데 두레박에 대추가 같이 올라 오길래 별 생각없이 먹었고 그 후로 배가 아팠다는 것이다.

우물가에는 대추나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변석홍선생께서는 두말도 하지 않고 석웅황(석웅황은 뱀독을 풀어주는 성분이 있음) 두 돈을 달여 먹으라며 싸주셨다고 한다. 처녀는 그 후로 씻은 듯이 붓기가 가라앉고 복통이 멎었다.

후에 처녀가 찾아와 “왜 복통과는 전혀 관계없는 석웅황을 주셨느냐”고 물으니, “때는 가을이고 빨간 대추가 우물로 떨어지니 우물 속에 있던 뱀이 개구리인줄 알고 반사적으로 대추를 물어버렸을 테고, 뱀독이 다시 대추에 묻었을 것”이라고 대답하셨다.

대추를 물은 뱀이 개구리가 아닌 것을 감지한 후 대추를 뱉어버렸고, 다시 두레박에 따라온 대추를 그만 처녀가 먹어버렸던 것이다.

처녀는 입에 상처가 있었던 지, 대추의 뱀독이 혈관을 따라 퍼져서 몸이 붓고 상태가 나빠지게 됐다. 용하다는 의원 여러 곳을 가보았지만, 다들 대추를 먹어 체했다 하여 식체다, 소화불량이다 혹은 신경성이다 진단을 내렸고 약을 처방해 주었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나도록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자 저 멀리 있던 제월당까지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고조부는 “다시 식체나 신경성으로 진단하여 약을 처방한다면 효과가 없을 것이 분명하다”는 말씀을 하셨단다.

지혜로 병의 원인에 접근해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만고불변의 진리다. 한 예로 다변화된 시대에 사는 현대인의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화병이 많이 생기는데 이에 대한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다. 

화병의 증상은 양방에서는 자율신경실조증상이라고 한다. 자율신경계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절되어야 하는 맥박이나 혈압 호흡 등을 조절 하는 기능을 하는 곳인데,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불안, 초조, 불면, 우울, 강박 등이 나타나고 길항작용을 하는 부교감신경의 기능은 떨어지므로 손발이 차거나 소화가 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화병이 생기면 본래 가지고 있던 체질이 감추어지게 된다. 때문에 열이 많은 소양인이라도 소화가 안 되고 손발이 차며 신경이 예민해지고 불안, 초조 등 전형적인 소음인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의사도 소음인이라는 진단을 내리기가 쉽다.
 
다시 말해 병을 진단함에 있어 우리 몸을 지배하는 자율신경의 기능을 반드시 살핀 후 체질을 판별해야 한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 가지고 진단하는 것은 소경이 코끼리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변한의원 / 변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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