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홍기자
식이요법 안해도 잘 뛸수 있어요
조선일보
홍헌표 기자
잘못했다간 역효과만 나
단백질·탄수화물·지방
고루 섭취하는게 효과적
요즘 아마추어 중에서도 '마라톤 식이요법'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풀코스 완주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건 오해입니다. 제대로 실천하기 어렵고, 실패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2.195㎞ 레이스의 후반에도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한 식이요법 이론은 이렇습니다. 달릴 때 필요한 에너지는 주로 탄수화물과 지방에서 얻습니다.
탄수화물은 원한다고 무한정 공급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레이스 직전까지 인체에 최대한 저장해둬야 합니다. 글리코겐의 형태로 간과 근육에 저장되는데, 그 양은 350~500g 정도라고 합니다. 식이요법은 탄수화물 창고를 완전히 비운 뒤 빽빽하게 채우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대회가 열리기 6일 전부터 사흘간은 지방질이 없는 고기·계란 등 단백질만 먹고, 그 다음 사흘 동안은 단백질을 피하고 탄수화물만 먹습니다. 첫 사흘이 엄청 고통스럽습니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소금을 찍어서도 안 되고, 야채도 먹을 수 없습니다. 훈련도 계속하기 때문에 탄수화물은 거의 바닥이 납니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하루만 지나면 고기가 아닌 나무 토막 씹는 것 같아진다"고 했습니다. 코오롱 소속 때 세 번 중 한 번은 실패했다는 권은주씨는 "두 끼를 먹은 뒤 토하고 탈진하는 바람에 링거까지 맞았다"고 했습니다. 달리기 연습과 생활에 필요한 탄수화물을 음식을 통해 얻지 못하니 당연한 현상입니다. 권씨는 "선수들조차도 체력이 뒷받침되고 소화 기능에 문제가 없어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지난 6년간 풀코스를 21차례 완주한 여자 아마추어 최고수 문기숙씨(최고기록 2시간47분52초)도 식이요법은 거의 안 합니다. 문씨는 "4시간을 목표로 한다면 평소대로 먹어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권은주씨는 첫 3일 동안 7(단백질)대 3(탄수화물) 또는 6대 4의 비율로 음식을 먹더라도 3시간 이내 기록 달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탄수화물뿐 아니라 단백질, 지방을 고루 섭취하는게 효과적이라는 이론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