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여성의 性, 그 신비로운 이야기

엿보기의 재미

벨라쥬여성의학과

원철 원장

한때 ‘막장 드라마’가 유행이었다. 작품성은 커녕 억지스런 상황설정과 황당한 내용으로 말초신경만 자극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막장의 끝을 달린다는 드라마답게 주제는 역시 강간, 불륜, 이혼 등으로 점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막나가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 모였고, 그 결과 시청률도 꽤 높았더랬다.

케이블이라고 질쏘냐. 지상파에 비해 소재나 표현이 좀 더 관대하다보니 의뢰인의 사주(?)로 연인의 바람기를 테스트하거나 유혹녀를 내세워 남자친구를 함정에 빠뜨리기도 했다.

결과는 나름대로 성공. ‘갈 데까지 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명품도 아닌 막장 드라마 전후에 붙는 CF도 편수가 늘어나는 기현상도 일어났다.  

그런데 정작 시청자들은 “저럴 수 있느냐”, “인간 말종이다”라며 별의별 욕하면서도 TV 앞을 떠나지 않았다. 이른바 지켜보는 재미, 즉 관음증에 중독된 탓이다.

의학적으로 관음증이란 남의 성행위를 훔쳐봄으로써 성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심할 경우 문을 걸어 잠그고, 낮에 본 것을 회상하며 자위행위를 하기도 한다.

본래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으므로 누구나 관음증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문제는 관음증이 어렸을 적 경험한 충격적 사건과 연관되어 병적으로 나타날 때이다. 매우 엄격하거나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사람의 경우, 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탓에 이성과 자연스럽게 사귀지 못하고 관음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열등감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도 흔히 관음증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병적인 관음증의 범주에 드는 것일까?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요컨대 상대방에게 심한 정신적 피해를 안겨주거나 자신의 일상생활 자체가 지장을 받는 정도라면 병적인 수준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보거나 섹시한 차림의 여성을 훔쳐보면서 자위를 하는 행동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는 치료가 요구된다.

관음증은 일찍 시작되고 행위가 잦으며,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이 없을수록 치료가 힘들다. 반면 정상적인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경우 예후가 좋은 편이다. 따라서 만성으로 번지기 전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관음증은 정신과적 치료나 인지 및 약물요법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관음증을 단순히 호기심으로 치부하기엔 분명 문제가 있다. 사춘기 청소년이야 그렇다 쳐도 나이살이나 먹은 아저씨가 여자 기숙사, 목욕탕을 배회하면서 치한으로 몰리고 경찰에 체포된다면 그 이상 창피한 일이 없지 않은가.

벨라쥬여성의원 / 원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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