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라우주 만상 중에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것이 여자라고 생각한다. 산부인과 의사의 길로 들어선지 벌써 15년, 남자보단 여자와 친하며 여자 환자만 접해오다 보니 이젠 가장 어려운 환자가 남자다. 가끔은 남자라는 사실을 잊을 때도 있다. 남자로서 여자에 대해 연구하고, 전문적으로 케어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산부인과에 대한 막연한 상식들은 잘못된 경우가 너무나 많다. 아니 여성 스스로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은밀한 여자이야기이다 보니 더 그렇다. 해서 필자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본 여성의 ‘삶부인과’를 통해 여자의 질병, 아름다워야 할 성 등을 아름답게 꾸며보고자 한다. 그리고 여자를 사랑하는 남성분들께도 여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진실을 제공하고자 한다.

여성을 괴롭히는 헤르페스는 성병인가, 아닌가. 얼마 전 2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미혼 여성이 진료실에 들어와 우물쭈물한다. “며칠 전 성관계를 가졌는데 너무 따갑고 부어 올라요. 자세히 보니 물집 같은 게 있어요. 밑이 너무 불편해요”

“전에도 그런 적 있었나요?” “네 몇 번요.” “그럼 피곤할 때 나타났지요?” “네 맞아요. 혹시 성병인가요?” “......”

이럴 때가 가장 곤란한 시간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가뜩이나 요즘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현대인들은 갖가지 바이러스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아직도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많은 바이러스들 중 여성들을 유독 괴롭히는 바이러스도 많다.

최근 여성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바이러스는 외음부에 생기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다. 피곤할 때 입술에 물집이 잡히고 번지는 단순 헤르페스는 유아 때부터 감염이 돼 성인의 90%가 가지고 있다. 입에 생기는 헤르페스는 엄격하게 성병은 아니다.

그러나 외음부에 생기는 성기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은 성접촉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STD·sexually transmitted disease)로 분류한다. 성병은 말 그대로 성관계에 의해 전파되는 질병이므로 전자와 같은 경우는 성병으로 봐야 한다. 여러 명의 섹스파트너가 있는 경우에 특히 잘 생긴다.

성병의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아마도 원시시대에도 성병은 있었던 것 같다. 성경에도 성병에 걸린 사람의 이야기와 예방법이 나와 있다. 하나님이 굳이 이런 얄궂고 고약한 병을 만드신 것을 보면 그 당시에도 성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인간들도 지독하게 말을 안 들었던 것 같다.

외음부가 붓고 따끔거려서 성교통을 호소하는 여성환자들이 몇 년 전부터 부쩍 늘고 있다. 물론 진단기술의 발달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병원에서 확인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개방적인 성문화의 영향이 큰 것 같다.

헤르페스는 성인 여성의 25%, 성인남성의 20% 정도가 감염돼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여성의 질이 남성보다 약해 바이러스 감염자와 성 관계 때 전파될 위험이 더 높다. 병원에 와서 주요 증상을 듣고 나면 바로 외음부의 헤르페스 감염을 의심하게 된다. 외음부가 뻐근한 느낌이 들며 성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작열감과 소양증을 호소한다.

임파선의 부종을 동반하기도 하고 전신에 고열이 나기도 한다. 출산 시 외음부에 병변이 있는 경우에는 신생아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제왕절개를 권한다. 성병의 일종이라는 말을 들으면 감염의 시기가 언제인지 궁금해 한다. 파트너를 의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 감염이 돼 잠복해 있었는지 알기는 어렵다. 여자들은 이내 우울해진다.

자신이 완전히 치료할 수 없는 성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여자들은 크게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른 성병과 달리 헤르페스는 대부분 불편한 일차증상 이상의 합병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집이 생기기 전 자각증상이 생길 때 24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 약을 복용하면 물집 생기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항바이러스 약은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잠복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여 증상의 발현을 억제하는 효과를 준다. 만약 바이러스를 완전히 정복할 수 없다면, 현대의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바이러스의 발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굳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 없다. 단지 성관계를 문란하지 않게, 청결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유앤미여성의원 / 송치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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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훈의 '삶부인과' 이야기

[유앤미여성의원]
송치훈 원장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앤미여성의원의 원장이다. 을지의과대학 외래교수이며,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요실금학회, 대한비만노화방지학회, 대한일차진료학회, 대한여성회음성형연구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2006년 CBS 라디오 프로그램 ‘웰빙다이어리’와 2007년 tvN ‘리얼스토리 묘’의 자문의사로 출연하며 전문적인 산부인과 지식과 솔직 담백한 상담으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는 KBS Joy와 YTN STAR TV의 산부인과 자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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