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준기자의 헬스편집실

괜찮아 잘 될거야

헬스조선

임호준 대표

많은 사람이 가슴 가득한 기대와 희망보다 걱정과 불안감을 안고 새 해를 맞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올 해는 "대망(大望)의 새 해를 맞아…"라는 말보다 "건강하세요" 라는 덕담(德談)을 더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위기에서 살아 남으려면 몸이라도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실제로 요즘 같은 불황기엔 비타민이나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새해 첫 헬스편집실을 쓰며 저는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구조조정으로 실직 당하고, 펀드도 반 토막이 난 사람들에게 이 말은 무리하고 공허한 권유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건강마저 잃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불평과 부정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의 가공할 파괴력은 정신뿐 아니라 육체에까지 미칩니다. 그래서 요즘 같은 시기엔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이 운동, 금연, 비타민보다 더 훌륭한 건강 비결이 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신질환만 스트레스 반응이 아닙니다. 스트레스로 내분비계가 교란돼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인체의 모든 기능이 저하되거나 중지되고, 면역계가 교란되면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돼 심하면 암에도 걸립니다. 위장병 같은 소화기 질환, 심장병 같은 순환기 질환, 발기부전 같은 비뇨기 질환, 만성 신경통 같은 근골격계 질환 등도 모두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생체나이(Real Age)'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마이클 로이진 박사는 수 백 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 건강 통계를 바탕으로 '큰 스트레스를 당했을 때 해소할 방법이 없다면 생체 나이가 30~32년 늙는다'고 주장합니다. 감사와 긍정이 그가 말하는 최선의 스트레스 대처법인데, 생체 나이 통계에 따르면 많이 웃는 사람은 1.7년~8년, 감사하고 긍정적인 태도는 최소 6년 이상 생체 나이가 젊어집니다.

감사와 긍정의 힘을 잘 보여준 대표적 연구는 미국 켄터키대 데이비드 스노우든 박사의 '수녀(修女) 연구'입니다. 연구팀은 미국 내 7개 수녀원 수녀들의 생활습관이나 태도 등을 수 십 년간 관찰했으며, 특히 치매 연구를 위해 사후에 뇌를 부검했습니다. 예상대로 치매 증상과 뇌 세포 파괴 정도는 대부분 비례했지만, 놀랍게도 생전 치매 증상이 거의 없던 수녀의 뇌 세포가 1~6단계 치매 중 6단계에 해당될 정도로 많이 파괴돼 있거나, 반대로 중증 치매 증상을 보였던 수녀의 뇌가 1~2단계 수준으로 진단되는 일이 꽤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전자(前者)는 생전에 낙관적이고 감사하는 생활 자세를 가졌으며, 후자(後者)는 부정적이고 불평하는 성격이었다는, '과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처럼 감사와 긍정의 힘은 '과학적 한계'를 초월합니다. 연구팀은 아울러 감사하고 긍정적인 수녀가 훨씬 건강하게 오래 살았다는 사실도 객관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우아하게 늙기(Aging with Grace)'란 단행본으로도 출간돼 화제가 됐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몰리더라도 건강만 있으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고, 끝내기 역전 홈런도 날릴 수도 있습니다. 운동, 금연, 절주, 규칙적 생활 같은 건강습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그 보다 위기를 바라보는 관점의 교정이 필요합니다. 부정과 불만의 힘이 뇌의 통제력을 빼앗아 몸 전체를 병들게 하기 전에,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임호준 Health 편집장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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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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