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명의들의 명강의

갱년기 장애

헬스조선

전문의

박기현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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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초, 노화 연구 취재를 위해 약 2주동안 미국 전역을 돌아다닐 때의 일이다. 하바드대학인지 위스콘신대학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평생 동물의 노화 과정을 연구했다는 한 초로(初老)의 교수가 “하나님은 피조물(被造物)의 종족 보존이 1차적 관심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생식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만 책임을 지시는 것 같다”고 농담삼아 말한 것은 분명히 기억한다.

침팬지 등의 노화과정을 관찰한 결과, 생식 능력이 없어지는 순간을 즈음해 세포의 신진대사가 급격히 둔화되며 온 몸의 이곳 저곳이 고장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자연상태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생식능력이 사라지는 순간과 사망하는 시점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며, 따라서 조물주가 그때까지만 책임을 져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인간의 수명이 급격하게 연장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고도 그는 말했던 것 같다. 다소 황당하지만 꽤나 재미있는 ‘포인트’인 것 같아 지금껏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동양의학에서는 여자는 7의 배수, 남자는 8의 배수로 생식 능력이 시작되고 끝난다고 설명한다. 즉 여자는 2X7=14세에 초경을 시작하고, 7X7=49세에 폐경이 되지만 남자는 2X8=16세에 생식능력을 갖게 돼서 8X8=64세에 생식능력이 끊어진다는 얘기다. 사실이라면 남자가 여자보다 무려 15년이나 더 생식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200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2년 남자의 평균 수명은 72.8세, 여자의 평균 수명은 80.1세다. 여자가 남자보다 오히려 7.3년 더 오래 산다. 미국서 들은 그 황당한 얘기를 여기에 대입시키면 남자는 64세까지 하나님의 애프터 서비스(AS)를 받고 8.8년만 무보증으로 살면 되지만, 여자는 49세에 보증수리 기간이 만료돼 무려 31.1년이나 골골 그리며 아픈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같은 ‘생식기간 AS 가설(假說)’이 남자에게도 적용되는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러나 적어도 여자에게만은 분명한 것 같다. 폐경으로 생식능력이 사라지면 여성에겐 각종 갱년기 증상, 심장병, 뇌졸중, 골다공증, 관절염, 정신질환 등이 그 이전보다 서너배씩 증가한다. 중년의 여성들이 허구한 날 잔병치레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왜 여자만 이토록 힘든 폐경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 그것을 조물주에게 물어보고 싶다.


폐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호르몬을 알아야 한다. 여성호르몬은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두가지가 있다. 에스트로겐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난포자극호르몬(FSH)의 지시를 받아 생성되며, 프로게스테론은 황체호르몬(LH)의 지시를 받아 생성된다.

이 중 10대 중반쯤 부터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제2차 성징(性徵) 발현과 직접적 관계가 있기 때문에 통상 에스트로겐만을 여성호르몬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호르몬의 작용으로 여성은 곱상한 외모를 갖게 되고, 피부가 매끄럽고 탱탱하게 되며, 가슴이 볼록하게 튀어 나오며, 골반이 커지게 된다. 성욕(동물은 발정)을 느끼는 이유도 에스트로겐 때문이다. 에스트로겐(estrogen)은 그리스어의 ‘성욕(oestros)’과 ‘생기다(gennao)’의 합성어다. 에스트로겐은 또 난소내의 난자를 성숙시켜 임신에 대비하는 역할도 한다.

이에 비해 프로게스테론은 에스트로겐이 성숙시킨 난자를 몸 밖으로 배란시키는 역할을 하며, 난자가 정자를 만나 수정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고 임신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자궁 내막을 두텁게 만드는 작용도 한다. 에스트로겐이 성욕을 느끼게 한다면 프로게스테론은 성욕이나 발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폐경이란 여성을 여성답게 만드는 이 두가지 호르몬의 분비가 끊어진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월경이 6개월 이상 없는 상태를 폐경이라 하는데 대부분 50~55세 무렵에 폐경된다. 이 때 여성의 아랫배를 초음파로 관찰하면 자궁과 두개의 난소가 작아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태어날 때 부터 갖고 있던 난포를 거의 다 써버림에 따라 난소는 제 기능을 잃고 조그맣게 쪼그라들고, 할 일이 없어진 자궁도 덩달아 작아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 여성은 폐경에 앞서 5~10년간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균형이 깨어지게 되는데 이 때를 갱년기라 한다.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 이유는 뇌하수체에서 난포자극호르몬이나 황체호르몬을 내려 보내도 난소가 예전처럼 즉각즉각 반응해서 호르몬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40대 중반쯤 갱년기가 시작된다.

갱년기, 즉 폐경이 되기 5년쯤 전부터 폐경 후 1년 정도는 여성에게 가장 괴로운 시기다. 우선 얼굴과 가슴, 팔 등이 빨개지면서 화끈 달아 오르고 가슴도 두근두근 뛰어 고통을 받게 된다. 체중이 불어나면서 ‘진짜 아줌마’ 체형으로 변하며, 피부가 건조해져 주름살이 지며, 질이 건조해 지고 질 점막이 약화돼 성교시 통증이 생기게 된다. 요로감염도 쉽게 생기고,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며 아프고, 잠자리에서 식은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꾸 불안하고 두려운 느낌이 들어 남편이나 자녀에게 신경질을 많이 부리며, 변덕이 죽 끓듯 해지기도 한다. 이성적으로 아무리 자기 감정을 제어하려 해도 도대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게 된다.

우울감이 심화돼 우울증에 빠져드는 경우도 많다. 인생의 사추기(思秋期)에 나타나는 이같은 증상을 ‘갱년기 증후군’이라 한다. 막상 폐경이 되고 나면 이같은 극심한 감정의 변화는 다시 정상을 찾게 되고 안면홍조 같은 신체 증상도 훨씬 완화되지만,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낮아져 골다공증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의 위험도 폐경 전보다 2~3배 높아지게 된다.

얼핏 생각하면 갱년기 증후군과 폐경에 관한 가장 손쉬운 대처법은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시켜 주는 것이다. 갱년기와 폐경 이후 나타나는 모든 증상은 호르몬의 고갈이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부족한 호르몬을 외부에서 공급해 주자는 것이다. 이를 호르몬 대체 요법이라 하는데, 보통의 경우엔 인공 에스트로겐과 인공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하며,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에겐 에스트로겐 한가지만 투여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호르몬 대체 요법은 갱년기나 폐경 여성의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는 만병 통치약처럼 여겨졌다. 안면 홍조, 심계항진(가슴 두근거림), 피부 건조, 질 건조 등의 갱년기 증상에 효과가 뛰어나며, 폐경 이후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심장병, 뇌졸중, 대장암, 자궁암 등을 예방한다고 여겨졌다. 한가지 흠이라면 유방암 발병률이 다소 높아진다는 것인데 유방암 발병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그 정도 위험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거의 모든 의사들이 호르몬 대체 요법을 권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02년 7월 발표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 결과는 전혀 뜻밖이었다. 호르몬 대체 요법이 심장병과 뇌졸중 발병률까지 높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NIH는 1997년부터 약 2만7500여명의 폐경여성을 대상으로 호르몬 대체 요법의 효과를 평가하는 ‘여성건강계획(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를 진행해 왔었는데, 2002년 발표된 WHI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은 여성은 받지 않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 26%, 관상동맥질환(심장병) 29%, 뇌졸중 41%, 정맥혈전증 111% 높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대로 직장-대장암은 37%, 자궁내막암은 17%, 대퇴부 골절은 34% 낮게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예방하는 줄 알았던 심장병이나 뇌졸중 발병률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세상이 발칵 뒤집힌 것이다. 2002년 당시 미국에선 갱년기-폐경 여성의 약 20~30%가, 우리나라에선 약 10%가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고 있었다.

한편 산부인과 전문의가 중심인 국제폐경학회는 NIH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공식성명을 통해 “호르몬 대체 요법이 심장병이나 뇌졸중 발병률을 높힌다는 NIH의 연구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려우며, 호르몬 대체 요법은 여전히 실(失)보다 득(得)이 많으므로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호르몬 대체 요법을 과연 받아야 하는지 말아야 할지 마구 헷갈리는 상황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호르몬 대체 요법에 대한 학자들간의 공방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호르몬 대체 요법의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의사와 자신의 건강상태에 관해 상담한 뒤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시 한번 호르몬 대체 요법의 장단점을 간단히 정리하면, 유방암의 위험은 확실히 높아지며, 심장병이나 뇌졸중 위험도 높아지는 것 같지만 여기엔 이견이 있다. 반대로 각종 갱년기 증상과 골다공증의 예방에는 확실한 효과가 있고, 대장-직장암과 자궁내막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의사와 상담을 통해 자신이 어떤 병에 더 취약한지를 파악하고, 조심스레 호르몬 대체 요법의 시행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얼핏 생각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골다공증이나 대장직장암 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있는 유방암, 뇌졸중, 심장병이 훨씬 무서운 병이므로,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각 병의 발병률과 자신의 병력(病歷)과 가족력(家族歷)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유방암이나 심혈관 질환 발병률은 서구의 1/4~1/6에 불과하며, 1000명이 5년간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을 경우, 이 때문에 추가로 유방암에 걸리는 환자는 1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안면 홍조 등 갱년기 증상이나 골밀도의 감소는 거의 모든 여성에게 일어나는 일이며, 따라서 호르몬 대체 요법의 효과도 훨씬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다. 호르몬 대체 요법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간단한 ‘산수’가 아니라 이처럼 복잡한 ‘고등수학’인 것이다.

한편 갱년기나 폐경을 더욱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맞을 필요가 있다. 정신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여성이 폐경을 두려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갱년기 증후군 같은 직접적인 고통 때문이 아니다. 사춘기 이후부터 지속되던 월경이 끊어지고 이제 더 이상 여자로서 기능할 수 없다는 심리적 충격 때문이라고 한다. 그토록 아프고 귀찮던 월경이 사라졌건만 해방의 기쁨보다는 이제는 아기를 가질래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남편이나 다른 사람에게 더 이상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여성들은 더 깊이 절망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이같은 심리 내면에는 스스로를 독립된 인격으로 간주하기 보다 남성과 남성 중심의 사회의 종속 변수로 여기는 무의식이 잠재돼 있는 것 같다.

따라서 갱년기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음 가짐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 폐경을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필연적인 노화과정으로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마음 자세다. 또 지금까지 남편과 자녀만 생각해 왔다면, 이제부턴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쏟고 투자를 하는 ‘터닝 포인트’로 폐경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있어 폐경은 더 이상 수동적이고 고통스런 통과의례가 아니다. 수 십 년간 여성을 옥 죄고 있던 자녀 양육, 남편 뒷바라지,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격체로 탄생했다는, 일종의 ‘독립선언’이 되는 셈이다.

폐경을 당당하게 맞이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당장 운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폐경 이후 가장 문제가 되는 질환이 골다공증인데 걷기, 달리기, 에어로빅, 테니스, 골프 같이 하중을 받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골다공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귀찮고 우울하다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뼈에서 칼슘 등 미네랄이 급격히 빠져나가 골다공증이 심해진다. 또 운동을 하면 피 속의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사라지고 대신 기분을 좋게 하는 엔돌핀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므로 갱년기 우울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폐경 이후 심장병-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근육운동을 6대4의 비율 정도로 하는 게 좋다. 유산소 운동이 각종 생활습관병을 예방한다고 알려짐에 따라 근력운동은 하지 않고 유산소 운동만 하는 사람이 많은데, 갱년기에 접어들면 근육이 급속도로 퇴화되므로 반드시 근육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근육은 인체에서 뇌 다음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따라서 근육이 줄어들면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한다는 사실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영양 섭취도 필요하다. 갱년기에 가장 부족한 영양소는 칼슘이다. 따라서 칼슘과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비타민D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칼슘이 많은 음식으로는 우유와 같은 유제품, 멸치 같이 뼈 째 먹는 생선, 시금치나 당근 같은 녹황색 채소 등이 있다. 비타민D는 동물의 간이나 고등어, 꽁치, 삼치 등 등푸른 생선에 많다. 칼슘이나 비타민D가 강화된 영양제를 별도로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칼슘은 하루 1000mg(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경우엔 1500mg) 정도 복용하면 적당하다. 짜게 먹으면 콩팥에서 칼슘 배설량이 늘어나므로 가급적 싱겁게 먹는 게 좋다. 한편 암과 노화, 심혈관 질환 등의 예방을 위해 가급적 신선한 과일, 야채, 곡류 위주의 식사를 하고 육류 섭취는 줄여나가는 게 좋다. 식용유나 버터 사용도 줄이는 게 좋다. 비타민C, 비타민 B, 비타민 E, 비타민 A 등의 영양제도 적절하게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박기현 교수는

박기현 교수는 국내에서 호르몬 대체 요법의 가장 열렬한 옹호자다. 갱년기-폐경 여성도 ‘호르몬의 마법’으로 20~30대의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입버릇 처럼 말해 왔다.


▲ 박기현 교수
지난 2002년, ‘호르몬 대체 요법이 위험하다’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대한 폐경학회 소속 교수들과 함께 팀을 구성해 NIH의 자료를 검토한 뒤, 한국인 실정에 맞는 호르몬 대체 요법 지침을 만들어 홍보하기도 했다.

NIH 발표 이후 비록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호르몬 대체 요법은 아주 매력적인 치료법으로 좀 더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과거 호르몬 치료가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NIH의 발표처럼 위험한 약도 아니며, 따라서 의사의 상담을 거쳐 신중하게 이용하면 폐경기 증상과 골다공증 등의 예방과 치료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1946년생인 박 교수는 1971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서 인턴과 산부인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1986년부터 세브란스병원서 근무하고 있으며, 1983~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학에서 생식 내분비학에 관해 연수했다. 생식 내분비학이란 여성 호르몬의 변화로 생기는 생리불순, 무월경, 폐경, 골다공증 등의 질환을 다루는 분야. 1987년 국내 최초로 ‘젊은 여성의 골다공증’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후에도 생식 내분비 분야에 관한 논문을 쏟아내고 있다.

박 교수는 또 부인과 질환에 대한 내시경 치료의 도입과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 했다. 1989년 국내 최초로 자궁 내시경을 이용한 자궁근종 절제수술에 성공했으며, 1990년엔 역시 국내 최초로 복강경을 이용한 난관 성형술에 성공했다. 1998년엔 자궁 동맥을 막아 자궁근종을 치료하는 자궁동맥색전술과 자궁동맥결찰술에 대한 논문을 국내 학회에 보고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한골다공증학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4년 현재 4년째 대한산부인과학회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대한폐경학회 차기 회장(2004년 10월 취임)에 내정돼 있다.

■ 월경전 증후군(PMS)이란


‘여성은 한달에 한번 마법에 걸린다’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깨끗하고 순결한 이미지의 모델을 등장시킴으로써 마법의 내용까지 미화하는 듯한 광고였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험하는 ‘마법’은 대부분 힘들고 짜증나고 때로는 저주스럽다. 공연히 신경이 곤두서 부부싸움을 벌이는 가 하면 때로는 남편이나 자녀를 구타하고, 성적으로 문란해 지기도 한다. 멀쩡한 여성이 월경 때만 되면 도벽이 발동해 쇠고랑을 차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월경 전 증후군(PMS)’이란 배란기부터 월경전까지 나타나는 육체적, 정신적 이상증세로 심한 경우 가정 파탄과 자살, 살인 등의 비극을 초래한다. 통계에 의하면 가임여성의 20~45% 정도가 PMS를 호소하며, 5~10%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다.

PMS의 증세는 매우 다양해서, 현재까지 밝혀진 증상만도 150여가지에 달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자극에 과민하며, 신경질적이고, 화를 잘 내는 것이다. 환자의 약 80%가 긴장, 불안, 초조, 우울증 등의 정서장애가 있으며, 약 45%는 식욕과 식성 변화가 나타난다. 또 약 40%는 유방통, 부종, 체중증가를 호소하며, 약 20%는 두통과 우울증 등이 동반한다.

문제는 PMS의 원인이 잘 밝혀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월경 전 여성 호르몬의 감소, 프로락틴 또는 프로스타글란딘 호르몬의 증가, 수분과 전해질 분비 호르몬의 이상 등이 원인이란 주장이 제기됐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고 있다. 원인을 알아야 치료가 가능한 법인데 원인을 모르니 제대로 치료할 수도 없어 더더욱 답답한 게 PMS다.

따라서 PMS 환자에 대해선 가족들의 이해와 격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남편은 아내의 PMS가 오는 주기와 PMS 유형을 미리 파악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다. PMS 기간 중엔 논쟁­토론 같은 것을 삼가고, 평소 이상의 관심과 사랑, 지지를 아내에게 표시하는 것이 좋다. “당신은 지금 PMS 중이다”는 식으로 아내를 몰아붙이면 더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PMS 기간에는 하루 평소보다 150㎉의 열량을 더 많이 소모하므로, 보통보다 조금 많은 식사를 5∼6회에 걸쳐 나눠서 하는 게 좋다. 귀리나 쌀과 같은 곡류, 콩류, 씨앗류, 과일, 야채 등을 비교적 많이 먹는 게 좋으며, 비타민C 1000mg, 비타민B6 100mg, 비타민E 400IU(국제단위:international unit), 칼슘 1000mg, 마그네슘 300mg를 복용해도 도움이 된다. 소금, 설탕, 카페인, 알콜, 흡연, 육류, 유제품 등은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삼가는 게 좋다. 또 수영, 자전거, 조깅, 에어로빅, 요가처럼 전신 긴장을 풀 수 있는 운동을 하루 30분 정도씩 주 3회 이상 꾸준히 하는 것도 PMS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 밝은 빛을 쬐는 게 좋으므로 야외활동을 늘리고, 실내에 있을 땐 커튼을 열어 가급적 실내를 환하게 하는 게 좋다.

한편 PMS 자체를 치료할 수는 없지만 PMS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은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증상이 심하다면 병원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부종이 심한 경우엔 이뇨제를, 유방의 통증이 심한 경우엔 유선의 팽창을 억제하는 약물을 쓴다. 항우울제나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같은 호르몬을 투여하기도 한다. 과거엔 월경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수술로 난소를 절제하기도 했는데, 최근엔 수술한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약물도 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입력 : 2004.07.09 09:54 51'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의 단행본. 총 30편으로 된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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