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명의들의 명강의

당뇨병

헬스조선

전문의

손호영 강남성모병원 내과 교수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의 신간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30일간 연재중입니다.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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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당뇨병은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병이라고 말한다. 눈의 실핏줄이 막히거나 터져 실명할 위험이 높아지고, 다리가 썩어 잘라내기도 하며, 콩팥(신장) 같은 장기도 서서히 망가지기 때문이다. 가족 중 당뇨 환자가 있는 사람들은 그래서 당뇨병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한다. 환자는 환자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지독히도 고생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당뇨병은 얼마나 무서울까? 워낙 흔한 만성질환이다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당뇨병과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섭고 심각하다. 사람들은 당뇨병에 대해 다 아는 것 처럼 말하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건 쥐꼬리 만큼도 안된다.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무섭지 않고, 무섭지 않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에 소홀해 지는 것이다. 병을 이기려면 그 병이 얼마나 무서운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당뇨병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물론 혈관 합병증이다. 피 속의 끈적끈적한 당 성분과 당뇨병 때문에 상승된 지방성분이 혈관 안쪽 면에 달라붙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동맥경화증이 정상인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시작된다. 그래서 인체의 가는 혈관부터 차츰 막히며, 관리를 잘못하면 관상동맥이나 뇌동맥 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혈관까지 막히게 된다.

당뇨병이 진행되면서 가장 먼저 막히는 모세혈관으로는 안구 망막의 혈관, 신장 사구체의 혈관, 남성 성기의 혈관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이 15~20년 지속되면 예외없이 모든 환자의 눈 혈관이 손상을 받아 ‘당뇨병성 망막증’이 되며, 자칫하면 실명까지 초래된다. 신장의 모세혈관도 막혀 신장 사구체가 파괴되는 ‘당뇨병성 신증(腎症)’이 생기며, 성기 해면체로 혈액이 유입되지 못해 발기부전이 초래된다.

당뇨병의 대표적 합병증인 ‘당뇨발(당뇨병성 족부괴저)’은 발로 내려가는 혈관의 분지(分枝)가 막혀 초래된다. 경우에 따라선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나 뇌 세포에 피를 공급하는 뇌동맥이 막힐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엔 치명적인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당뇨환자들은 혈관 관리를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혈당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것 외에 담배를 끊고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담배는 혈관을 망가뜨리는 원흉 중 원흉이므로 당뇨 환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 당뇨병환자들이 한 대학병원 구내식당에 마련된 당뇨뷔페에서 식이요법을 교육받고 있다./조선일보DB

당뇨병은 신경 합병증도 혈관 합병증 못지 않게 심각하다. 피 속의 당 성분은 온 몸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신경 가지를 손상시켜 여러가지 합병증을 유발하는데 대표적인 게 다리의 합병증이다. 양쪽 발이 대칭적으로 화끈거리고 바늘을 찌르는 것처럼 아픈데, 어떤 경우엔 자살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고 한다. 또 신경 합병증이 눈에 생기면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되며, 손이나 발에 생기면 손이나 발이 마비돼 감각이 없어지고 움직일 수도 없게 된다. 따라서 당뇨발은 혈관 합병증 때문에도 생기지만 신경 합병증이 겹치는 경우 더 잘 생긴다. 발 감각이 무뎌지면 발에 쉽게 상처가 나는데, 이것이 당뇨병성 족부괴저의 시작이다.

신경 합병증은 또 우리 몸의 내부 장기를 지배하는 자율신경에도 생길 수 있다. 자율신경이 손상되는 것을 ‘자율신경병증’이라 하는데 예를 들어 심장을 뛰게 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빈맥(頻脈)이나 부정맥(不整脈)이 생기며 이 때문에 돌발적으로 심장이 정지될 수 있다. 이는 당뇨병의 혈관 합병증으로 인한 심근경색과는 전혀 다른 매카니즘으로 일어나는 심장마비다.

또 위나 대장운동을 지배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소화불량, 위경련, 변비, 설사 등이 일어나며, 성욕을 지배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발기부전이 유발되며, 호흡을 지배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돌발적인 호흡정지가 일어날 수 있다.

혈당 조절이 잘 안돼 생기는 ‘급성 대사성 합병증’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혈당이 500~800mg/dl씩 올라가면 혈관의 삼투압 작용으로 인해 인체 조직 내에 있는 수분이 혈관으로 빨려들어오는데, 이 때문에 체액이 급속하게 부족해져 응급상황에 처할 수 있다. 때로는 뇌에 있는 수분까지 다 빼앗겨 뇌 손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를 ‘고혈당성-고삼투압성 혼수’라고 한다. 또 혈당은 높아졌지만 인슐린의 부족 또는 기능마비로 이것이 에너지로 분해되지 못하면, 몸 안에 저장돼 있던 지질이 분해돼 에너지로 사용되는데, 이 때 생기는 케톤체라는 산성물질이 피를 산성으로 만들어(산증:酸症) 심한 경우 혼수에 빠질 수 있다. 이를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라 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당뇨병의 가공할 위력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 당뇨병은 만성적으로는 온 몸의 혈관과 신경을 망가뜨려 당뇨병성 망막증, 당뇨병성 신증, 당뇨병성 족부괴저, 발기부전, 사지마비와 통증 등 온갖 고약한 병을 일으키며, 때로는 돌발적 호흡정지, 돌발적 심장정지, 뇌졸중, 급성 혼수 등을 일으켜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야 말로 ‘만병(萬病)의 근원’이 되는 병이 바로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음식을 통해 섭취한 당 성분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아 혈액 속 당 수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혈액 속의 당 성분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란 호르몬에 의해 분해돼 에너지로 사용되는데,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분비되더라도 제대로 혈당을 분해하지 못하면 혈액 속 당 수치가 높아지는데, 8시간 이상의 공복 상태에서 혈당 수치가 두 번 이상 126mg/dl을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인슐린 분비가 거의 되지 않아 생기는 당뇨병을 ‘제1형 당뇨병’이라 하며, 인슐린 분비가 그럭저럭 되기는 하지만 불충분하며 또 분비된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해 생기는 당뇨병을 ‘제2형 당뇨병’이라 한다.

과거에는 제1형 당뇨병을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 또는 ‘소아형 당뇨병’이라고 불렀으며,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 또는 ‘성인형 당뇨병’이라 불렀다. 대체로 제1형 당뇨병은 유전적과 면역학적 요인 때문에 발병하며, 제2형 당뇨병은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비만, 과도한 식사,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이 원인이 돼 발병한다. 우리나라 당뇨병의 98% 이상은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는 제2형 당뇨병이다.

돌이켜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당뇨병은 ‘부잣병’이라 불렸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너무 많이 먹어 생기는 당뇨병은 그래서 풍요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생활 양식이 송두리째 바뀜에 따라 1970년대 1%에도 못미쳤던 성인 당뇨병 유병률은 199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이젠 5~6% 수준인 서구 선진국의 유병률을 훨씬 앞지르게 됐다.

학자들의 당뇨병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7~12%가 당뇨병 환자며, 10% 정도가 잠재적 당뇨병 환자인 ‘공복혈당장애자(IFG)’와 ‘내당능장애자(IGT)’다. 공복혈당장애란 공복 때 혈당수치가 110~126mg/dl인 상태며, 내당능장애란 75g의 포도당을 섭취하고 두시간 지난 시점의 혈당수치가 140~200mg/dl인 상태다. 당뇨병 전문의들은 또 2025년까지 많게는 성인 인구의 25% 정도가 당뇨병 환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성인 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당뇨병으로 고통받게 된다. 아직 젊다고 해서, 아직 혈당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사람은 체질적으로 당뇨병에 걸리기 쉽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많이 먹고 운동 안하기로 따지자면 미국 등 서구인들이 우리보다 더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이 서구보다 두배 가까이 높은 이유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β)세포 수가 서구인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베타 세포가 많아야 인슐린을 많이 분비하고, 인슐린이 많아야 당 성분이 잘 분해돼 혈당수치가 낮아지는데, 베타 세포가 적으니 혈당치가 조금만 높아져도 힘에 겨워 한다는 것이다. 마치 엔진 출력이 낮은 차가 사람이나 짐을 많이 태우거나 싣고 빨리 달리면 문제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당뇨병 발병 양상은 서구와 완전히 딴판이다. 서구의 성인형 당뇨병 환자는 대부분 45세 이상 고령이고 뚱뚱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30대 40대에도 당뇨병이 많이 발병하며, 무엇보다 뚱뚱하지 않은 정상 체중 당뇨병 환자가 많다. 손호영 교수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선 체질량지수(BMI)가 25 이하로 정상 체중인 비(非)비만형 당뇨병이 전체 당뇨병의 63.6%에 달했다. BMI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베타 세포 수는 체중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뚱뚱한 사람은 서구인과 비슷하거나 약간 적은 정도지만, 마른 사람은 많이 모자라는 것으로 연구결과 나타났다. 결국 마른 사람은 베타 세포의 수가 모자라 당뇨병에 걸리며, 뚱뚱한 사람은 베타 세포는 문제가 안되지만 비만 때문에 당뇨병에 걸린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도 뒤로도 당뇨병의 검은 구렁텅이가 패어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당뇨병 발병 요주의 인종으로 분류된다.

당뇨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한번 발병하면 평생 운명처럼 무겁고 힘든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췌장을 통째로 이식하거나, 베타 세포가 들어 있는 췌도(랑게르한스섬)만을 이식하는 방법이 국내외서 시도되고 있지만 성공률이 낮은데다 현실적으로 췌장을 얻기도 힘들어 현실적인 대안이 되진 못한다. 따라서 현재로선 당뇨병에 걸리지 않도록, 만약 걸렸다면 합병증이 합병증이 악화되지 않도록 미리부터 조심하고 대비하는 게 최선의 당뇨병 대책이다.

당뇨병의 예방은 세가지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1단계 예방법은 당뇨병이 아예 발병하지 않도록 젊어서 부터 건전한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뚱뚱해 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수영, 조깅,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설탕이나 사탕이나 단 과자 등 단순 당과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여야 하며, 무엇보다 담배를 끊어야 한다. 이같은 생활수칙은 당뇨병 뿐 아니라 심장질환 등 기타 여러가지 생활습관병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공복혈당장애자(IFG)와 내당능장애자(IGT)는 1단계 예방에 ‘사활(死活)’을 걸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은 잠재적인 당뇨병 환자며 내버려 두면 십중팔구 당뇨병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공복혈당장애 또는 내당능장애 상태서 철저하게 운동-식이요법을 실천하면 혈당이 정상치로 내려올 수 있다. 따라서 자칫하면 평생 고생하고 고통받는다는 절절한 위기의식을 갖고 1단계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들에게 약물 치료는 불필요하다.

그 밖에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고혈압 환자, 고중성지방(250㎎/㎗ 이상) 환자, 뚱뚱한 사람(특히 복부비만인 사람), 임신성 당뇨를 경험했던 여성, 4㎏ 이상 애기를 분만한 여성,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는 사람도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조절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1단계 예방법은 지극히 불완전한 안전장치다. 아무리 애를 써도 유전적·체질적 요인에 의해 당뇨병이 발병될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의 재앙을 예방하는 두번째 방법은 가능한 빨리 당뇨병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야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1단계 예방법보다 훨씬 중요하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이 당뇨병인 줄 모르고 지내다 여러가지 합병증이 악화된 뒤에야 자신의 병을 아는 사람이 많다. 당뇨병 초기엔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선 ‘소갈증(消渴症)’이라 부르는 당뇨병을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많이 먹지만 몸이 마르고, 소변양이 많아지는 병’으로 규정한다. 사람들은 ‘다뇨(多尿), 다음(多飮), 다식(多食)’ 등 이른바 ‘삼다(三多)’ 증상을 당뇨병의 증상이라고 공식처럼 외우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다. 이같은 삼다 증상은 당뇨병이 몹시 악화된 뒤에야 나타나며,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친 상태기 때문이다. 삼다 증상이 생기기 이전에 이미 망가진 망막과 콩팥 등은 아무리 애를 써도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무증상 당뇨병을 잡아내려면 규칙적으로 혈당검사를 받는 수 밖에 없다. 통상 40세가 넘으면 매년 한번씩 혈당검사를 권장하지만 한국인은 서구인보다 더 많이, 더 일찍 당뇨병이 발병하므로 30대부터 혈당검사를 규칙적으로 받을 필요도 있다.

3단계 예방법은 이미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합병증이 생기거나 악화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혈당과 합병증을 관리-치료하는 것이다. 당뇨병은 합병증을 어떻게 관리-치료하느냐에 따라 경과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는 실명이나 신부전에 빠질 위험이 높지만 그렇다고 모든 환자가 다 실명되고, 신장투석으로 연명하는 것은 아니다. 실명이나 신부전에 빠지고 빠지지 않고는 환자의 평소 마음가짐과 생활 태도에 달렸다.

당뇨병 환자는 자기 자신이 최고의 당뇨병 명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유능한 선생이라도 학생 대신 시험을 쳐줄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도 환자 대신 당뇨병을 관리해 줄 수 없다. 하고 싶은 것을 참고 먹고 싶은 것도 참고 곡예를 하듯 조심조심 살아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방심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후회를 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손호영 교수는


손호영 교수는 당뇨병에 관한 모든 설명을 비유로 얘기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당뇨병에 잘 걸리는 이유는 자동차 배기량에 해당하는 베타 세포의 수가 적어 사람이나 짐을 많이 태우거나 실으면 엔진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 손호영 강남성모병원 내과 교수
그는 “당뇨병은 치료 주체가 의사가 아니라 환자이므로 환자가 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다른 병원에선 간호사 몫인 검사 수치에 관한 설명도 손 교수는 대부분 직접 맡는다. 자연히 진료시간이 길어져 그의 환자당 평균 진료시간은 8~9분으로 원내에서 가장 긴 편에 속한다. 2~3분만에 끝내는 환자도 있어 어떤 환자는 15~20분씩 진료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1948년생인 손 교수는 1972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했으며, 1980년부터 가톨릭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81~1982년엔 영국 런던대학 성토마스병원서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스승인 고(故) 민병석 교수가 1983년 내분비내과를 내과에서 분리시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당뇨병의 진료와 연구에 매달렸다.

국내 최초로 동물에 대한 췌도(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 세포와 혈당을 올리는 알파세포로 구성된 조직) 이식 실험에 착수해 성공했으며, 작년 5월엔 한국인은 뚱뚱한 사람일 수록 베타세포가 많고, 마른 사람일수록 베타 세포가 적어 뚱뚱한 당뇨병 환자보다 마른 당뇨병 환자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세계 학계에 최초로 보고하기도 했다. 같이 팀을 이루고 있는 윤건호 교수와 함께 한국인에 적합한 당뇨병 치료 지침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부회장과 대한골대사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2004년 현재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06년 세계당뇨대회 한국유치위원장, 세계당뇨대회 대회장을 맡았다. 손 교수는 외국인 의사 1만명을 포함, 3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참여하는 세계당뇨대회를 서울에 유치하는데 성공했으나 2003년 말 대회 장소 섭외 문제로 유치 결정이 번복된 것을 가장 안타까와 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발 관리


아마도 당뇨병의 여러 합병증 중 가장 끔찍스럽고 심리적 충격이 큰 것이 당뇨병성 족부괴저일 것 같다. 자신의 발이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는 것을 자기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발을 잘 관리하면 발을 잘라내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환자는 우선 매일 발을 비누로 깨끗이 씻고 잘 말린 뒤 발에 상처가 있는지를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상처가 생긴 경우엔 즉시 의사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발이 건조하면 갈라지기 쉬우므로 발을 말린 뒤엔 베이비 오일 등을 발라서 발 피부에 수분을 제공해야 한다.

맨발로 다니면 상처를 입기 쉬우므로 환자는 항상 양말이나 실내화 등을 신고 생활해야 하며, 특히 발에 열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거엔 뜨거운 방 구들에 발을 데여 족부괴저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발톱이 살 안으로 파고들지 않도록 발톱은 항상 한 일자로 깍아야 하며, 발톱이 많이 자라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티눈이나 굳은 살이 생긴 경우엔 반드시 의사를 찾아서 상의해야 한다. 칼이나 손톱깎기를 이용해 혼자서 제거하려해선 안된다.

신발도 중요하다. 구두는 발에 압박을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발이 편한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최근엔 당뇨 환자를 위한 당뇨 신발이 많이 개발돼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신발의 사이즈도 적당해야 한다. 큰 신도 작은 신도 발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을 신을 땐 바닥에 이물질이 있는지를 항상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정상인은 신발에 이물질이 들어 있으면 모르고 신었더라도 발이 아파 이물질을 빼내지만 당뇨 환자는 아프지 않기 때문에 모르고 신고 다니다 발이 상처를 입게 된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입력 : 2004.07.20 09:14 40'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의 단행본. 총 30편으로 된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