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준기자의 헬스편집실

제목이 튀어야 책 팔린다지만…

헬스조선

임호준 대표

최근 발간한 졸저(拙著) '제발 의사 말 좀 들읍시다(헬스조선 刊)'의 책 제목을 정할 때 일입니다. 출판 담당자는 책 속 한 칼럼에서 발췌해 '차라리 폭탄주를 마십시다'를 책 제목으로 강력하게 제안했습니다. 저도 사실 솔깃했습니다. 건강을 위해 폭탄주를 마시라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일까 궁금해서라도 책을 사 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그 칼럼의 내용도 진짜 폭탄주를 마시라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술을 적게 마시되 1차 2차 3차를 전전하며 질기게 술을 마실 바에야 차라리 초저녁에 폭탄주 한두 잔 마시고 일찍 집에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목으로 '거짓말'해 가면서까지 책을 팔고 싶지는 않아 지금의 제목으로 결정했습니다. 독자 이목(耳目)을 끌기에 제목이 뭔가 밋밋해 보여 마음을 졸였는데 서점에서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다행입니다.

책을 내 놓고 보니 판매 상황이 궁금해 신문사 옆 서점에도 자주 들르게 되고,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 사이트에 자주 접속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서점에 진열돼 있거나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건강서적들을 보면서 제가 정말 순진하게 책 제목을 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상당수는 제목이 섬뜩하고 충격적이고 단정적이고 비과학적이었습니다. 출판 담당자는 "그렇게 튀어야 책이 팔린다"고 말했습니다.

광우병과 AI 파동 때문인지 특히 음식과 관련된 책들 제목이 제일 튀고 섬뜩했습니다. 어떤 책은 책 제목을 통해 현대인이 먹는 음식은 모두 썩었기 때문에 사람 몸도 썩고 있다고 겁을 주고 있고, 어떤 책은 육식을 하면 건강뿐만 아니라 세상도 모두 끝장나고 망치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 때문에 사랑하는 아이를 차라리 굶기라는 책 제목도 있고, 한 술 더 나가 밥상이 곧 죽음이라는 제목도 있습니다. 도대체 무서워서 밥상에 앉을 수 있겠습니까?

물론 이런 책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 같이 육식보다 건강에 좋은 채식을 더 많이 하고,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인스턴트 음식을 줄이고, 집에서 정성을 들여 만든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자는 긍정적인 것들인데 책 제목을 왜 그리 섬뜩하게 포장해야 하는지 안타까웠습니다.

약과 관련해서도 충격적인 제목들이 많았습니다. 약이 병을 치료하기는커녕 도리어 사람을 죽이고, 특히 항암제는 암 환자를 살해하는 수단이며, 때문에 약을 끊어야 병이 낫는다는 메시지를 제목으로 담은 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 현대의학을 부정하고 불법적 의료행위들을 공공연하게 선전하는 책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병이 잘 낫지 않고 답답하니 그런 책이 나왔겠지만 그러잖아도 벼랑 끝에 몰려 귀가 얇아진 환자들을 협박하고 선동해서 책을 팔아 먹으려는 얄팍한 상술에 공연히 화가 났습니다.

아무리 튀어야 팔리는 세상이라지만 건강서적만큼은 제목에서부터 진실과 과학이 담겼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습니다.

         <관련서적 안내>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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