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준기자의 헬스편집실

육식하면 건강을 망친다는 사람들…

헬스조선

임호준 대표

지난 주말, 구두를 한 켤레 사기 위해 모처럼 백화점에 갔다 저녁 거리를 위해 음식매장에 갔습니다. 아내는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상추, 고추, 부추, 토란 등 '자연'만으로 상을 차린다는 모 한복 디자이너의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며 유기농 매장으로 '씩씩하게'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무슨 놈의 채소와 가공품들이 그리 비싼지…. 얼른 아내 소매를 끌었습니다. 음식매장을 둘러보니 특급 한우가 50% 세일을 해서 국·장조림거리를 샀고, 저녁 식사용으로 족발도 한 팩 샀습니다.

AI 확산과 미국 소 수입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가금류 매출은 아예 끊기다시피 했고, 아직 수입도 안된 미국 소 때문에 한우 매출까지 뚝 떨어져 축산농가가 울상입니다. 이 틈을 타서 '건강에 해로운' 육식 대신 채식을 하고, 이왕이면 유기농산물을 먹자는 소리도 들립니다.

와인 한 잔과 함께 족발을 먹으며 아내와 얘기했습니다.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지구와 생명을 걱정하는 열정을 가진 분들이 '자연 먹거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모든 먹거리를 직접 장만하는 '유별난 사람'을 빼면 매일 '자연'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재벌뿐입니다. 60억 넘는 인류 중 극소수를 뺀 대다수는 농약 친 농산물과 항생제 섞은 사료로 키운 육류를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가능성도 없는 자연 회귀 주장이나 대량 사육된 육류에 대한 혐오감 조성은 무책임한 선동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식품의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입니다.

서점에 가 보면 육식이 지구와 건강을 망치고, 가공식품이 사람을 병들게 한다는 섬뜩한 제목의 책들이 너무 많습니다. TV에선 연신 죽은 닭이나 오리를 살(殺) 처분하고 비틀거리는 육중한 소를 지게차로 밀어내는 끔찍한 장면이 계속 방영되고 있습니다. 그 장면을 본 사람이 어떻게 쇠고기와 닭고기를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을까요? 차분하게 문제를 풀어갈 생각은 않고 말초적 감성에 호소해 음식에 대한 '패닉'을 조장하는 것은 아주 나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유기농산물이 좋은 것은 알겠지만 그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또 채식주의는 의학적으로 아주 문제가 많은, 건강을 해치는 식습관입니다. 장기간의 채식은 악성빈혈, 성장지연, 영양결핍을 유발하고, 채식만 하는 수유부의 젖을 먹고 자란 아이는 두뇌성장발달지연, 척추퇴화, 신경장애 등이 생긴다고 합니다. 영양학자들에 따르면 한국인 육류섭취는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편견과 선동이 난무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계란과 닭고기는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미국 소는 아직 수입도 되지 않았고, 설혹 수입되더라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몇 십억 분의 1이라고 합니다. 최소한 우리가 먹고 사는 음식에 관해서만은 흥분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 임호준 Health 편집장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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