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진료실 풍경

성상담 엿보기

LJ비뇨기과

이웅희 원장

‘심인성 발기부전!’
성기능장애로 상담하고 진료하게 되는 환자 중에서 젊은 남성 뿐만 아니라 성격이 예민한 많은 불안증 환자에게 기질성 장애를 감별하고 붙여지는 진단이다. 비뇨기과의사로서의 한계가 있기에 정신과의사에게도 의뢰해 보고 하지만 정신과 선생님들이 바빠서 그런지 성상담 의뢰를 받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다.
 영어 유머에 심인성 발기부전의 치료로는 ‘It’s not my wife!’를 암송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전공의 시절 정신과에 발기부전 환자를 의뢰하면 신비로운 최면을 거는지, 행동치료는 뭔지 궁금하던 차에 성상담에 관심 많으신 선배 정신과 교수님께 심인성 성기능환자를 의뢰하고 그 결과에 관심을 두면서 성치료에서 상담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강사시절에는 외래환자의 진료시간 압박이 적었던 덕분에 선배 교수님의 저술도 읽어보고 환자증례를 공부해보면서 임상경험을 통해 성기능장애 환자를 대할 때 상담자로서의 깊이 있는 역할이 선행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조금씩 성상담 경험이 쌓이면서 습득한 상담기술의 기초는 형식적인 증상점검보다 환자의 주요한 성적 관심사와 성행동 등을 깊이 있게 탐색하는 과정에 중점을 두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관심과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성상담에서 흔히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비현실적 기대감은 다른 건 상관 말고 ‘정력 보따리’를 두둑히 해달라는 바램이다. 상대성을 가지는 성기능은 자신만의 성기능 만족도가 치료목표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문제와 자신의 성적 가치관까지도 그 근본적인 뿌리가 됨을 이해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때로는 동료나 후배에게 인생이야기 하듯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오랫동안 담아온 아픔을 털어놓기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배려해야겠다. 기본적 성지식을 위한 교과서 수준의 이론강의도 필요할 듯하고. 챠트에 써가면서 하든, 슬라이드쇼를 이용하든 의과대학 정신과 강의시간에 내이야기 듣는 듯 빠져들었듯이 성상담 내용이 환자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실감나게 체험하고 병식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병력 청취와 성지식에 대한 교감에 더해 또 하나의 중요한 정보가 각 환자의 생활습관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사생활로부터 시작하여 양해를 구하고 성적인 습관까지도 자세히 들추어 본다. 이때 강조해 말할 수 있는 경구로서 "Life style을 바꾸려 하지 않는 환자에게 비뇨기과의사는 비아그라를 처방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교과서적인 심인성 발기부전의 다섯 분류 중 첫째로 가장 흔한 형태는 불안장애이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유지불능증을 경험하면서 다음 행위의 불안을 느끼는 불안장애와 허니문 발기부전의 기저에도 흔히 불안증이 자리잡고 있다.

둘째는 관계형성의 문제이다. 상대자의 성적 매력 감소와 배우자와의 경제적 갈등 그리고 자녀문제 등 성상대자와의 몰입행위에 부적절한 무의식적 갈등요소들이 흔히 존재한다. 이 모두 의식적 조절이 불가능한 요소들이다.

셋째는 우울척도의 증가이다. 신경병증적 상태라기보다는 인성검사에서 그 척도가 증가하는 경우이다. 남성상은 사회적인 성취도에 따라 성적활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젊은이들의 진로문제, 취직문제로부터 청장년층의 직업적 성취도문제, 중노년층의 은퇴를 포함한 전반적 사회적 성취도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남성의 성기능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도록 우울척도를 높여놓고 만다.

넷째는 성적 발달장애이다. 성적 익스트림이란 불행하게도 운명적인 환경적인 요소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부모의 난잡한 성행동에 대한 반작용, 신앙적 신념, 학업과 직업적인 몰입에 따른 성적 발달 미숙 등은 조금만 성적 인터뷰를 깊이 하면 쉽게 드러나게 되는 발달장애 요소들이다.

다섯째 주요 정신과적 정동장애와 강박장애 등의 신경병, 정신병적 문제이다. 이들 정신과적 문제는 질환자체가 성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정신과적 약물치료에 의한 이차적인 성기능장애의 유병률이 매우 높다. 비뇨기과 진료실에서 흔히 놓치게 되는 병력 중 정신과 병용약물이 많다. 환자들이 쉽게 드러내어 말하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요즘 ‘다문화 가정’이라는 국제결혼 가정에서 성문제가 많이 노출되고 있다. 위에 기술한 성적 발달장애 남성들과 외국인 여성 배우자 간의 면담에서 기질성 발기부전과 심인성 발기부전의 환자 감별이 고민될 때가 많다. 32세 L씨는 기질성 발기부전으로 가족회의 후 음경보형물 수술까지 시행받고 결국 배우자와의 심리적 관계형성에 대한 문제로 결혼생활의 파경에 이르렀던 경우로 성기능의 회복이 성상대자와의 교감이 전제되어야 함을 생각하게 하는 예였다. 한편 경구약물로 결혼초기의 국제결혼의 위기를 극복하여 해피엔딩으로 끝난 보람 있는 사례도 여럿 있다. 안타까운 일은 가끔 법정소송에서 이차적 이익을 위한 외국인 배우자들의 이중적 행동을 감지하기가 우리의 능력으로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음경성형수술의 결과 너무 부담스런 크기로 음경이 커져서 상담을 원하는 30세 미혼남성 G씨는 심인성 발기부전이 동반되었다. 상담 결과 좋은 결과를 얻은 후로는 얼굴보기는 힘들지만 멀리서 가끔은 오전 8시 50분 모닝커피시간을 전화로 공유하고 있다.
결혼 이후 처음 자위행위를 알게 된 성적 익스트림 35세 M씨는 배우자와 질내사정 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데 탐닉하고 있었다. 서로간에 원망이 쌓여가던 2년 이라는 갈등의 세월이 상담실에서 남녀의 성생리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눈 녹듯 누그러질 수도 있는 일이다. 오히려 새로운 자극으로 업그레이드된 부부생활로 거듭날 수도 있다.
성경험이 없는 32세 K씨의 성적 상상은 시각적 자극으로는 오르가즘 역치에 다다르기가 힘든 경우다. 문장으로 형성된 성적 자극 매체만이 그를 자극할 수 있다. 수동적 성적 자극에 익숙한 그에게 갑작스런 근친상간의 야설이 성기능을 마비시켰다. 이차성 오르가즘장애로 7년을 고민하다가 털어놓은 오랜 세월의 죄책감이 상담실을 얼어붙게 한다. 이 또한 성적 반사회로의 어긋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세 군데 병원에서 성기능장애에 대한 검사를 통해 정상 혹은 심인성 발기부전이라고 설명들은 2년차 신랑 33세C씨는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우울증 약이 성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단다. 당연히 성기능 검사를 의뢰한 선생님들께도 복용약물을 말씀 드린 적이 없다.
5년전 기질성 발기부전을 끝까지 감별하기 힘들어서 부모님과 음경보형물 상담까지 하다가 결혼을 앞두고 유학길에 올랐던 29세 N씨는 장기간의 경구약물치료로 결혼에 골인하고 만족스럽다고 했다. 진단 당시 힘들었던 과정도 생각나고 그 형님도 생각나는데…  
지난 겨울 그가 마침내 정관수술을 받으러 배우자와 동반 내원하였을 때 성상담하는 비뇨기과의사는 아무래도 심인성 발기부전 진단에 관해 우리의 한계가 여기까진가 보다고 고개를 떨군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뇨기과의사가 전하는 성의학 진료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