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지난 10년간 저는 참으로 많은 건강법들을 유행시켰는데, 그 중 하나가 ‘비타민C 메가도스 건강법’입니다. 물론 제가 이 건강법을 만든 것도, 직접적으로 선전하고 다닌 것도 아니지만, ‘비타민C 건강법 논란’이란 제목으로 1998년4월29일자 조선일보 사회면에 박스 기사로 보도하고, 그것이 계기가 돼 수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비타민C를 그람(g) 단위로 복용하고 있습니다.

당시 기사는 서울의대 이왕재교수가 ‘비타민C 전도사’를 자청하며 전국 교회에 강연을 다니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며, 비타민C가 어떤 점에서 좋은 지를 소개하고 반대 주장을 짧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당시 ‘비타민C를 알면 건강이 보인다’는 책을 내고, 전국 교회를 돌아다니며 ‘비타민C 메가도스법’을 ‘포교’하고 다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직접 몸으로 부딪힌 이 교수의 공도 크지만, 비타민 C 건강법이 지금처럼 유행한 데는 제 기사의 영향력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의 힘일까요? 기사가 나간 뒤 순식간에 비타민C 판매량이 폭증했고, 한동안 화제가 됐습니다. 동료 기자들 책상 위에도 빨간색 비타민C 캡슐이 여기저기서 보였으니까요. 다른 신문과 여성지, 방송 등에서도 앞다퉈 비타민C 건강법을 보도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바람’을 탔습니다.

비타민C 메가도스법이란 세계보건기구(WHO)의 비타민C 하루 권장량(60 mg)보다 50~100배 많은 3000~6000 mg, 심지어는 1만 mg까지 비타민C를 복용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노화도 지연되고 암도 예방되며 면역력도 높아지는 등 ‘무병장수’ 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지만 이왕재 교수의 책을 토대로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과 노화현상은 음식물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산소에 의해 세포가 손상을 입기 때문인데, 식사와 함께 다량의 비타민C를 섭취하면 유해산소의 생성과 작용을 차단해 세포를 보다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포가 건강해지니 한마디로 만병통치와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지요. 또 비타민C는 몸에 축적되지 않고, 모두 소변과 뒤섞여 배출되기 때문에 복용량이 많아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고급용인 서용성(천천히 녹게 만든 제품) 비타민C보다, 한꺼번에 녹는 ‘값싼’ 일반 비타민C 1000mg(또는 500mg)짜리가 좋으며, 매 식사 때마다 식사 직후 한 알 정도 먹는 게 좋다고 합니다.

이 건강법은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라이너스 폴링 박사에 의해 시작된 뒤, ‘신봉자’들에 의해 의학계에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이왕재 교수 외에 경상의대 이광호 교수 등이 신봉자에 속합니다. 특히 이왕재 교수는 난치병에 걸린 자신의 부친과 장인이 기적적으로 완치됐다는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비타민C 건강법’을 ‘포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반대론자가 더 많은 게 사실입니다. 사실 비타민C 메가도스 법으로 효과를 봤다는 사람은 많지만,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이 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의사들은 “적정량 이상의 비타민C는 모두 배출되는데, 왜 쓸데없이 아까운 돈 들이고 수고하느냐”고 반문합니다. 드물지만 요로결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취재를 해 봤더니 겉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얘기하는 많은 의사들이 비타민C를 다량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 그들이 얘기하는 건 “효과가 없다”는 것이지 “유해하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요로결석이 생길 위험은 다소 높아지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낮고, 또 설혹 요로결석에 걸리더라도 그것이 치명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반대론자들은 평생 비타민C를 사먹느라 아까운 돈을 낭비한다고 주장하는데, 한 달에 몇 천원 정도는 아깝지 않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비타민C 메가도스법의 효과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해롭지는 않은 것 같고, 또 비용도 충분히 부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전 메가도스 법을 시작했습니다.

비타민C 메가도스 법은 지금껏 수도 없이 문제가 됐습니다. 수년 전 외국의 유명 학술지에는 ‘비타민C가 오히려 암을 일으킨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겁이 나서 이왕재 교수에게 전화해 봤더니, ‘암을 예방한다’는 논문은 그보다 훨씬 많이 발표됐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암을 일으킨다’는 논문이 발표되고 수개월쯤 뒤엔 ‘비타민C가 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외신으로 전해져 왔습니다.(의학기자 생활을 하면 정반대의 연구결과가 나오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학논문은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식이어서 연구 방법과 대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비타민C 효과에 대한 찬반 양론의 논문은 지금도 쏟아져 나오고 있어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저는 비타민C를 복용한 뒤 ‘엄청난’ 효과는 보지 못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최근에는 감기에 심하게 걸린 적이 거의 없는데, 그게 비타민C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엔 감기에 자주 걸렸고, 한번 걸리면 오래 지속됐기 때문에 어쨌든 저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나긴 난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같은 변화가 전적으로 비타민C때문이라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95년 의학기자가 된 뒤 건강을 이전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됐으며, 비타민C 기사를 쓸 98년쯤부턴 몸 관리의 효과가 나타나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양호해 졌기 때문입니다. 아침운동도 꾸준히 했기 때문에 아마도 운동의 효과인 줄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전 운동뿐 아니라 비타민C가 제 건강을 지켰다고 믿기로 했습니다. 의학엔 ‘플라시보 효과’란 게 있어, 믿고 복용하면 밀가루도 신통한 약으로 둔갑한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돼 있습니다. 그런 판에 돈 들여 비타민C 먹으면서 “이게 효과가 있을까”하고 의심할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틀림없이 효과가 있을 꺼다”고 생각하고 복용하면 그 효과가 서 너 배 이상 증가될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은 비타민C의 실제 효과보다, 비타민C를 먹으면 건강해 진다는 믿음인 지도 모릅니다.

글을 맺으려 합니다. 전 비타민C 메가도스 법의 효과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만의 하나 아직까진 밝혀지지 않은 그 어떤 해로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이 글을 통해 제가 왜 비타민C를 복용하는지 그 이유를 말씀 드린 겁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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