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영의 눈이야기
술마시면 토끼눈, 언제까지...
이안안과
임찬영 대표원장
말초혈관 확장이 빨간 눈의 원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모임으로 바쁘다. 송년모임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술. 예전보다 음주문화가 순화되기는 했지만, 아직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술이 빠진 송년모임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와인, 소주, 폭탄주할 것 없이 술을 마시면 눈이 충혈 되는 사람이 많다. 왜 술을 마시면 눈이 빨개질까?
혈중 알콜 농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말초혈관이 확장되어 얼굴이나 목이 붉어진다. 눈의 결막에도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혈관이 많이 있다. 이 혈관들이 확장되면서 눈도 같이 붉어지는 것이다.
술이 깨도 빨간 눈
그런데, 아침에 술에서 깨면 얼굴은 푸석푸석할지언정 색은 원래대로 돌아오는데, 눈은 더욱 빨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알콜과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술을 마시는 행태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사람은 잠을 자던 자지 않던, 밤이 되면 눈물의 분비가 적어진다. 따라서, 밤에는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안구건조증이 생긴다. 그러므로,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술을 마시게 되면 안구건조증이 심화된다. 거기다 송년모임은 대부분 공기가 좋지 않은 곳에서 하게 되고,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고 담배 연기가 자욱한 곳에 장시간 노출되기 쉽다. 확장된 혈관, 건조한 결막이 밤늦도록 담배나 고기 굽는 연기 등에 자극되면 아침까지 뿐 아니라 며칠동안 충혈이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습관적인 안약 사용은 자제해야
이럴 경우 약국에서 시판되는, 혈관수축제가 함유된 안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시적으로 눈을 하얗게 만들어주기는 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것은 매우 나쁘다.
가장 좋은 것은, 송년모임 때 지나친 음주는 하지 않도록 하고, 2차 3차에 이어지는 술자리는 피하는 것이다. 또한, 춥더라도 자주 환기를 하여 나쁜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예방법이다.
안과의사로 충혈된 눈으로 환자를 볼 수 없고, 항상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는 수술이 많다보니, 송년모임 때마다 몹시 몸을 사리게 된다. 친구들은 “괜찮으니 한잔만 더 해라.”라고 하지만, 평생 한번 뿐인 눈 수술을 술이 덜 깨서 눈이 부시시한 의사에게 받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했다. 눈에 피로함이 가득하다는 것은 실제로 몸과 뇌가 모두 피로하다는 것이다. 보기에만 피로하지 않게 일시적으로 충혈을 없애려고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피로하지 않은 눈으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즐겁기도 하면서 다음날의 일상에도 지장이 없는 송년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정착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