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에 대한 이해
루게릭병 환자의 침과 가래, 같은 분비물이 아닙니다
로뎀요양병원
유재국 병원장
침은 줄이고, 가래는 묽게 빼내야 한다 - 기침유발기와 상기도 위생까지 포함한 분비물 관리 전략

루게릭병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보호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침과 가래'다. “가래가 끓는데 뱉지를 못해요”, “침이 목에 고여 밤마다 숨이 막힐까 무서워요”, “흡인을 자주 해야 해서 보호자도 잠을 못 자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일반인에게 침과 가래는 단순한 불편일 수 있지만, 루게릭병 환자에게는 흡인성 폐렴, 호흡부전, 응급실 방문, 기관절개 여부와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구별해야 할 것이 있다. 침과 가래는 같은 분비물이 아니다. 침은 주로 침샘에서 만들어져 입안과 인두에 고이는 분비물이다. 반면 가래, 즉 객담은 기관지와 폐 쪽 기도에서 만들어지는 점액성 분비물이다. 실제 진료에서는 “객담은 줄었는데 침이 계속 고인다”거나, 반대로 “침은 줄었는데 가래가 끈적해져 흡인이 더 어려워졌다”는 경우를 자주 본다. 따라서 루게릭병 환자의 분비물 관리는 단순히 “분비물을 줄이는 치료”가 아니라, 침은 줄이고 가래는 묽게 만들어 빼내는 치료로 나누어 접근해야 한다.
루게릭병은 팔다리 근육만 약해지는 병이 아니다. 병이 진행되면 말하고 씹고 삼키고 기침하는 데 필요한 혀, 인두, 후두, 성대, 호흡근도 함께 약해진다. 특히 구마비 증상이 동반되면 침을 삼키는 능력과 기침으로 이물질을 밀어내는 능력이 동시에 떨어진다. 이때 환자는 침을 과도하게 만들어서 흘리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 침을 삼키고 넘기지 못해 입안과 목 뒤에 고이게 된다.
2024년 Respiratory Care에 발표된 ALS 분비물 관리 리뷰 논문은 ALS 환자의 기침이 길고 느리며 힘이 약해져 분비물 배출과 기도 보호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이 논문은 ALS 환자에서 기침 보조, 객담 이동, 침 분비 조절, 구강 위생이 모두 호흡 관리의 중요한 축이라고 정리한다. 특히 구마비 환자에서는 삼킴장애와 기침장애가 함께 나타나 호흡기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기침 보조는 질병 진행 초기에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루게릭병 환자의 기침은 단순히 “콜록” 하는 동작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상적인 기침은 먼저 충분히 숨을 들이마시고, 성문을 닫아 압력을 만들고, 이후 빠른 공기 흐름으로 가래나 이물질을 밀어내는 과정이다. 그러나 ALS에서는 들이마시는 힘, 압력을 만드는 힘, 내뱉는 힘이 모두 약해진다. 이 때문에 가래가 있어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침이나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도 충분히 뱉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루게릭병 환자에게는 평상시부터 기침 유발기, 즉 mechanical insufflation-exsufflation을 이용한 객담 배출 훈련이 중요하다. 기침 유발기는 양압으로 공기를 넣어준 뒤 음압으로 빠르게 빼내면서 인공적으로 기침 흐름을 만들어주는 장비다. 감기나 폐렴이 생긴 뒤에 처음 사용하는 것보다, 평소 환자가 견딜 수 있는 압력과 리듬을 미리 맞춰두고 훈련해 놓는 것이 좋다. 그래야 객담이 늘어나는 시기에 보호자와 환자가 당황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문헌에서도 기침 최대유량이 270L/min 이하로 떨어지면 기침 보조기 사용을 고려하고, 160L/min 이하에서는 스스로 분비물을 배출하기 어려운 상태로 본다.
다만 기침 유발기는 모든 환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적용할 수 없다. 구마비가 심한 환자는 기침 유발기 압력에 의해 인두나 후두가 오히려 닫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과도한 압력은 불편감이나 상기도 폐쇄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진이 환자의 구마비 정도, 폐활량, 기침 최대유량, 객담 양, 비침습환기 사용 여부를 보면서 압력과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침 유발기 단독보다 보호자의 복부 압박을 동반한 수동 기침 보조, breath stacking, 흡인기 사용을 함께 조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상기도 위생이다. 루게릭병 환자는 입안, 혀, 잇몸, 목 뒤에 침과 음식물 찌꺼기가 남기 쉽다. 이 상태에서 삼킴 기능이 떨어지면 구강 내 세균이 침과 함께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의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양치질, 구강 점막 관리, 혀 클리닝, 필요시 흡인 칫솔 사용, 저자극 치약, 구강 건조와 구강 칸디다 여부 확인이 중요하다. 진행된 구마비 환자에서는 입을 크게 벌리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어, 보호자가 무리하게 칫솔질하기보다 의료진과 상의해 안전한 구강 관리 방법을 정해야 한다. ALS 분비물 관리 리뷰에서도 진행된 삼킴장애와 구강 개방 제한이 있는 환자에게 구강 위생 관리를 통해 침의 기도 흡인과 폐렴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침이 주된 문제인 환자에게는 침 분비를 줄이는 약물을 고려한다.
대표적인 약물은 글리코피롤레이트다. 글리코피롤레이트는 항콜린 작용으로 침샘 분비를 줄이면서도 혈액뇌장벽을 비교적 적게 통과해, 고령 환자에서 혼돈이나 졸림 같은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인지기능 저하가 있거나 섬망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입마름, 변비, 요저류가 생길 수 있고, 침을 지나치게 줄이면 가래가 끈적해져 배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ALS 침 흘림 치료 리뷰에서도 항콜린제가 1차 치료로 사용되며, 글리코피롤레이트·아미트리프틸린·스코폴라민·아트로핀 등이 흔히 사용되는 약물로 정리된다.
트리헥시페니딜, 즉 트리헥신도 항콜린 효과로 침을 줄일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일부 환자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원래 파킨슨증 치료에 사용하는 중추성 항콜린제이므로 졸림, 어지러움, 기억력 저하, 혼돈, 환각, 변비, 배뇨장애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젊고 인지기능이 비교적 보존된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에나폰으로 알려진 아미트리프틸린도 침 조절에 활용된다. 항우울제이지만 항콜린 효과와 진정 효과가 있어, 밤에 침이 많이 고이면서 불면, 불안, 통증, 우울감이 동반된 환자에게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낮 시간 졸림, 기립성 저혈압, 변비, 배뇨장애, 심전도 이상, 섬망 위험이 있어 고령 환자나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스코폴라민 또는 히오신 패치는 경구 복용이 어려운 환자에게 편리하다. 패치 형태라 일정 기간 효과가 지속되고 보호자가 사용하기 쉽다. 다만 피부 자극, 시야 흐림, 어지러움, 혼돈, 심한 구강건조가 생길 수 있다. 아트로핀 점안액을 혀 밑에 떨어뜨려 사용하는 방법은 간헐적으로 침이 많이 고이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효과 시간이 짧고 쓴맛, 빈맥, 혼돈, 녹내장 악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페니라민으로 알려진 클로르페니라민 같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도 알레르기, 콧물, 후비루가 동반된 환자에서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졸림과 항콜린성 구강건조가 있어 침을 줄이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관지 분비물을 끈적하게 만들어 객담 배출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폐렴 뒤 가래가 많은 환자나 객담 배출 능력이 약한 환자에게는 조심해야 한다. 항히스타민제의 항콜린 효과가 기관지 분비물을 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약물 안전성 자료에서도 주의점으로 언급된다.
슈도에페드린은 코막힘, 비충혈, 후비루가 동반된 환자에게 단기간 보조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코에서 목 뒤로 넘어가는 분비물이 많아 침 문제처럼 보일 때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혈압과 심박수를 올릴 수 있고 불면, 불안, 두근거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고혈압, 부정맥,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주의해야 한다. NHS에서도 슈도에페드린의 부작용으로 구강건조, 불면, 심박수 증가 등을 안내하고 있다.
반대로 끈적한 가래가 문제인 환자에게는 침을 줄이는 약을 무리하게 쓰면 안 된다. 이 경우에는 수분 공급, 가습, 생리식염수 네뷸라이저, 아세틸시스테인, 카르보시스테인 같은 점액 조절제, 체위 배액, 흉벽 진동, 기침유발기, 흡인기를 조합해야 한다. MND 침 관리 자료에서도 끈적한 침과 객담 관리에는 수분, 가습, 생리식염수 네뷸라이저, 흡인 장비, 카르보시스테인 등이 제시된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심한 침 흘림에는 침샘 보툴리눔톡신 주사를 고려할 수 있다. 보툴리눔톡신은 침샘 분비를 비교적 오래 억제하고 전신 항콜린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ALS 진료 권고에서도 보툴리눔톡신은 침 흘림에 효과적인 치료 옵션으로 언급된다. 다만 침이 너무 마르거나 삼킴 장애가 악화할 수 있고, 시술 후 효과가 오래 지속되므로 환자 선택이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바로 보툴리눔톡신 주사를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환자에게는 침샘을 강하게 억제하기보다, 구강·인두 주변의 염증, 근긴장, 점막 상태, 턱관절과 경부 근육의 긴장, 연하 불편을 함께 조절하는 보조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태반주사와 같은 대체 주사요법을 보조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태반주사가 ALS 침 흘림의 표준치료로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항콜린제 부작용이 부담스럽거나 보툴리눔톡신 전 단계에서 비교적 부드러운 보조요법을 원하는 환자에게는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턱관절 주변, 이하선·악하선 주변, 경부 근육 긴장, 인두 주변 불편감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약물치료, 연하재활, 구강관리, 기침유발기 훈련과 함께 개별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단, 치료 효과를 과장하기보다 환자의 침 고임, 흡인 빈도, 수면 중 불편감, 구강건조, 객담 점도 변화를 관찰하면서 조절해야 한다.
결국 루게릭병 환자의 침과 가래 관리는 하나의 약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물처럼 흐르는 침은 줄여야 하지만, 끈적한 객담은 묽게 만들어 밖으로 빼내야 한다. 객담이 줄었다고 침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며, 침이 줄었다고 호흡이 안전해진 것도 아니다. 침과 가래를 구별하고, 약물치료와 주사요법, 기침유발기, 흡인, 상기도 위생, 연하평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루게릭병은 아직 완치가 어렵다. 하지만 침과 가래를 정확히 구별하고 관리하면 환자의 밤은 훨씬 편안해질 수 있다. 보호자의 불안도 줄어든다. 무엇보다 흡인성 폐렴과 호흡 악화를 줄일 수 있다. 루게릭병 치료에서 호흡을 지키는 일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고, 그 시작은 때로 아주 작아 보이는 침 한 방울, 가래 한 덩어리를 정확히 구별하는 데서 시작된다. 오늘도 환자분들의 평안한 밤을 기원한다.
본원에서 치료받고 계신 300명이 넘는 루게릭병(근위축측삭경화증)환자들과 다수의 신경계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 그리고 기타 희귀 내과계 질환, 독성질환을 가지고 계신 난치성 환자들의 진료과정을 통하여 루게릭병과 각종 희귀질환 치료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