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의 일이다. 킨제이 연구소 311호, 나의 연구실로 이메일이 하나 왔다. 연구소의 정보 파트 부서장인 제니가 보낸 것으로, 뉴욕타임스지에 한국의 동성애자 연예인 홍석천씨의 기사가 상세히 났다며, 참고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기사는 그가 3년 전 동성애를 커밍아웃 한 이후 겪었던 인생의 암흑기와 한국 동성애 문화의 변천사에 대해 실감나게 적고 있었다.

그럼 미국은 어떠한가. 동성애자 매슈 셰퍼드(Matthew Shepard)군 사건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될 듯하다. 미국의 성문화가 우리보다 전반적으로 개방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든 추측 하겠지만, 이는 시간의 편차와 견해의 폭이 다를 뿐이다. 사실 미국의 매튜군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비참하고 참담한 결과를 당했다.

98년 10월 7일, 국립공원 ‘옐로스톤’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와이오밍주(州)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터졌다. 그날 밤 캠퍼스 인근의 바(bar)에 있던 21세의 동성애자 매슈는 자신도 게이(Gay)라며 그를 유인한 두 명의 청년에 의해 끌려나갔다. 18시간 후, 그는 교외의 인적이 뜸한 농장의 통나무 울타리에 묶여진 채, 온몸이 피범벅이 된 상태로 발견됐다. 피로 물든 매슈는 린치를 당하여, 두개골이 골절되고, 얼굴과 목이 10여 군데 찢어졌으며, 18시간 가까이 추위에 노출되어 저체온증으로 혼수상태였다.

그는 덴버의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닷새 만에 숨을 거두었다. 두 명의 살인자는 ‘증오 살인’의 죄목으로 사형까지 당할 뻔했지만, 매슈의 부모가 감형 청원을 받아들여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미국에서 터진 이 엄청난 사건은 고작 6년 전이다. 동성애자들이 제법 존재하고 그들의 문화가 일부 수용되던 미국에서 말이다. 매슈의 비극을 놓고, 미국 사회는 성적소수자의 인권문제뿐 아니라 종교, 장애자, 인종 등 수많은 편견에 대해 뜨거운 논쟁과 반성이 있었다.

매슈 사건은 ‘성(性)’과 관련된 대학 강의에서 흔히 인용되는 사례로, 필자도 킨제이 연구소 동료 연구원의 강의를 듣다가 이 사실을 접했다.

여기서 반드시 성적소수자를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지금보다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다시말해 성적소수자들을 무작정 음지로 내모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적 불행이 그들에게 너무 지나치다는 사실이다.

(미국 킨제이 연구소=강동우·성의학자·정신과 전문의)


입력 : 2004.06.29 17:43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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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킨제이 성보고서

[강동우 성의학 클리닉]
강동우 전문의

미국 킨제이연구소 연구원
서울 의대 임상교수
현 강동우 성의학 클리닉·연구소 소장

미국 킨제이연구소 관점에서 바라본 새로운 성의학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