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연장술을 25년간 집도하면서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1cm만 더 할 걸 그랬어요”라는 아쉬움 섞인 환자들의 푸념이다. 한때는 환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보려 18cm를 연장했었던 경험도 있었다. 그때 연장을 하면서 환자도 힘들었고, 그 환자를 지켜보면 케어해야 했던 필자 역시도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환자였다면 무리한 연장은 하지 않았겠지만, 최초 150cm 초반이었던 이 남학생은 사지연장술을 해야 되는 이유를 명확히 알려준 환자였다. 종아리 최대연장을 했었는데 이후에 허벅지를 다시 수술하겠다며 찾아와서 말리던 끝에 마지못해 수술을 하게 되었다. 일반인을 상대로 종아리 10cm, 허벅지 8cm를 수술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고, 아마 의사 인생에 일반인에게 집도하는 경우 다시 없을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거라 생각된다.

고연장을 한다는 것은 의사로서 매우 큰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웬만한 의사들은 고연장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사실이다. 길게 연장을 하려면 종아리와 허벅지를 모두 연장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사지연장술을 고민할 정도로 작은 사람들이 3~4cm를 키우려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부유한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관계없겠지만, 환자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수술을 하기 위해 배달 알바나 택배 상하차 등 고된 알바를 하면서 돈을 모은 환자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무작정 연장을 길게 하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 환자의 재활 상태가 좋지 않거나 뼈진이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연장을 일시 중단 또는 전면 중단에 이른다. 간혹 욕심으로 연장을 무리하게 진행한 환자의 경우는 거꾸로 돌려서 다시 줄이는 상황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리고 수술 전의 키가 몇 cm인지도 중요하다. 150cm 환자가 7cm를 연장하는 것과 170cm 환자가 7cm 연장을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키가 작은 환자는 뼈 길이도 짧기 때문에 같은 7cm라도 연장된 퍼센트는 크다. 즉, 비율적으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따라서 본인 뼈의 20%라는 기준이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키가 매우 작은 환자에게 고연장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사지연장술 경험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서도 연장길이에 대한 판단이 조금씩 달라진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8~9cm를 늘리고 갔다. 하지만 필자 역시도 처음부터 8~9cm 연장을 했던 것이 아니다. 여러 환자들을 관찰하면서 고연장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한 해 조금씩 그 연장길이를 늘려나간 것이지 처음부터 무턱대고 늘렸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연장을 원하는 환자는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지연장술에서 희망 연장길이는 환자가 정하지만 연장길이의 선택은 환자가 하는 것이 아니다. 최종연장길이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사지연장술은 운동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수술인 만큼 재활이 가능할 정도로 연장이 진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