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부 수술' 앞둔 사람이 알아두면 좋은 '수술 후 재활'
[평발 이야기⑥] 평발 아이, 통증 없어도 미래 위해 수술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
두발로병원
김지범 대표원장
입력 2025-07-18

필자는 발과 발목을 전문으로 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다. 소아를 주로 보는 소아 정형외과 전문의는 아니지만, 발과 발목을 전문으로 오래 진료를 보니 평발인 환아들을 진료실에서 많이 만났다. 평발인 환아들은 어디가 심하게 아파서 오는 경우가 드물다. 환아의 어머니가 아이의 발 모양이 평발인데, 걸음걸이가 좋지 않다며 점검을 받기 위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아이가 평발이라도 증상이 없으면 치료하지 않고 돌려보내면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이때는 아이에게 시간을 들여 자세히 상태를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평발 환아의 엄마들은 대부분 공통적인 이야기를 한다. 아이가 밖에서 뛰어노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필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아의 나이가 만 9세에서 10세 사이가 대부분인 걸 감안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때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걸 싫어할 수가 있나?’ ‘혹시 태어날 때부터 발이 평발이어서 불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뛰어노는 걸 싫어하게 된 건 아닐까?’라는 두 가지 의문을 풀기 위해서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환아들은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혼자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놀이공원 같은 재미있는 공간에서도 의자에 앉아있으려고 하고, 친구들과 같이 놀이터에 가도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체육시간, 놀이공원, 놀이터 등 재미가 있는 공간에서도 활동하지 않는 것은 활동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환아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 어머니는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아이가 좋아하지 않아서 스스로 안 하는 것과 하지 못해서 안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평발 환아의 경우에는 환아 스스로 활동하기를 싫어해서 안 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이 환아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평발이고 발이 불편해 활동이 어려웠기 때문에 활동이 주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환아 본인이 많은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세뇌하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정해버린다. 활동을 적게 하다 보니 당연히 평발이더라도 발의 통증은 없다. 하지만 활동을 하지 않으니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원만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활동을 안 해서 발생하는 소아비만 등 평발로 인한 발의 통증보다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래서 필자는 평발인 환아를 진료할 때 아이가 통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아이의 활동량이 비정상적으로 적은 경우에는 치료를 해보자고 어머니에게 이야기한다. 소아 평발의 경우에는 깔창의 효과가 성인이 착용했을 때보다 크다. 소아 평발인 경우에도 깔창이 효과가 없으면 수술을 하게 된다. 다행히 만 10세 이하의 소아 환자는 아직 발의 성장판이 열려있어 이 성장판을 이용해 발의 모양을 교정하는 간단한 수술로도 평발을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다. 이렇게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를 이용해 소아 평발 환자의 발 모양을 교정해주고 6개월이 지나서 보면 아이가 몰라보게 살이 빠져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이가 이제 학교 체육시간을 모두 참여하고, 놀이터와 놀이공원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뛰어논다고 이야기한다. 주말마다 아이와 산책이 가능해져서 너무 좋다고 하는 어머니도 있었다. 처음에는 진료실에서 통증이 없는데 꼭 치료받아야 하냐고 싫어하던 평발 아이가, 치료를 받고 나서 치료에 만족하며 고맙다고 필자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일 때 필자는 큰 보람을 느낀다.
만약 필자가 이 평발 아이가 아프지 않다고 해서 치료를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 아이는 계속 스스로 활동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며 활동량을 제한했을 것이고 그로 인해 그 아이가 활발히 활동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가능성을 모두 잃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평발인 아이를 병원에 데려왔고, 필자가 그 평발을 치료함으로써 그 아이는 본인이 잃어버릴뻔 했던 즐거움과 미래의 가능성을 되찾게 됐다. 이렇게 되찾은 활동량과 가능성은 그 아이의 미래를 분명히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아이가 평발이고 활동량이 적다고 판단이 되면 꼭 발과 발목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방문해 평발 치료에 대한 상담을 받길 권한다. 아이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건강한 걸음을 위한 의학 칼럼! 두발로병원 대표원장과 함께 하는 족부 및 근골격계 세부 의학정보 및 풍부한 임상경험을 통한 다양한 치료 노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