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용 원장과 함께 하는 <편안(眼)한 세상>
부모님 백내장 수술, 적절한 시기는 언제일까?
강남 아이리움안과
강성용 원장
노화는 우리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에서도 눈은 가장 빠르게 노화가 진행되는 기관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는 백내장 증상을 단순한 노안(老眼)으로 오인하고 방치하다가, 시력이 급격히 저하된 후 에야 처음으로 안과에 내원하는 60~70대 이상의 환자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혼탁해지고 딱딱해지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빛이 망막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면서 시야가 안개 낀 것처럼 흐려지고 뿌옇게 보인다. 물체가 노랗게 변색돼 보이기도 한다. 백내장 증상은 돋보기로 해결되는 일반적인 노안과는 다르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거리와 관계없이 항상 침침하고 흐리게 보이며, 오히려 근거리 시력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부모님께서 “조명을 켜도 어두운 느낌이 든다” “세탁한 흰옷이 누렇게 보인다”고 말하면, 백내장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꼭 안과 진료를 받도록 권유해야 한다.
백내장은 시급한 안질환은 아니지만,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치면 수술 난이도가 높아지고 결과 만족도도 떨어질 수 있다. 백내장 수술 시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진료실에서는 백내장의 진행 정도와 일상생활에서의 불편감을 기준으로 수술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노년기의 시력 저하는 일상의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고, 시력은 삶의 질과 정서적 안정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액티브 시니어’ 시대에 백내장 수술은 환자에게 단순한 치료를 넘어, 잘 보이지 않아 생활 반경을 좁혀야 했던 상황을 극복하고 수술 후 자신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게 한다.
백내장이 심해지는 연령대에는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당뇨는 백내장의 진행을 빠르게 만들고, 당뇨망막병증 같은 다른 안질환을 동반할 가능성도 높다. 이를 방치하면 수술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당뇨 환자는 조기에 안과 검진을 받고, 필요시 백내장 수술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전에는 망막 상태를 확인하고, 혈당 조절이 잘 이루어진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해야 회복이 원활하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이를 대신할 새로운 인공수정체(백내장 수술용 렌즈)를 삽입하는 수술이다. 최근에는 백내장 수술에 대해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환자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인공수정체 선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인공수정체는 하나의 초점만 제공(원거리 또는 근거리 중 하나)하는 단초점 인공수정체와, 원거리·중간거리·근거리까지 여러 초점을 제공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인공수정체의 선택 시 환자의 직업, 생활 습관, 눈의 상태 등을 면밀히 고려한 후 인공수정체를 선택해야 수술 후 만족도가 높다.
필자는 최근, 굴절형 다초점 인공수정체(예: 퓨어씨) 를 활용한 백내장 수술 결과에 대해 해외 학술대회와 백내장 전문 팟캐스트를 통해 소개한 바 있다. 회절원리를 이용해 빛을 거리별로 분산해 초점을 맞추는 회절형 렌즈와 달리, 굴절형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굴절링만 있어 서로 다른 초점거리를 통해 원거리와 근거리를 모두 명확하게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동공크기의 영향을 덜 받아 빛 번짐이 적고 시력만족도가 높고, 특히 과거 라식수술 후 백내장 수술을 하는 환자들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이고 있다.
60대 이후에는 백내장 외에도 황반변성, 녹내장 등 다양한 안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수다. 백내장은 단순한 시력 문제로 보기보다는, 노년기 삶의 질, 정서적 안정감, 신체 안전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질환이므로, 환자 본인뿐 아니라 부모님의 눈 건강을 위해 가족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다. 부모님이 백내장 수술을 한다면 수술뿐 아니라 수술 후에도 체계적인 눈 건강 관리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선택해 추천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