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필 원장의 <의사의 노트>
커피가 ‘척추 디스크’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근거
압구정 노트 정형외과 의원
황상필 대표원장
“원장님 제가 작년부터 커피를 엄청 많이 마십니다. 혹시 요즘 디스크로 고생하는 게 커피 때문일까요?”
어느 날 디스크 치료 중이던 환자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이 환자는 2024년 10월경 디스크 파열로 치료받고 눈에 띄게 증상이 호전됐지만, 두 달 뒤 갑자기 디스크 파열 부위가 커지고 통증도 심해져서 수술까지 고민하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과연 커피가 척추 디스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저도 궁금해서 논문을 검색해 봤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논문이 하나 있었는데 제목은 ‘카페인이 척추 디스크 세포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었습니다. 이 논문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은 디스크 퇴행의 위험인자인데 특히, 디스크에 손상이 있을 때 더 영향을 미친다. -Effect of caffeine on intervertebral Disc Cell Viabilty ina whole Organ Culture model (Golbal Spine J.2022 Jan;12(1):61-69)
커피를 마시면 이뇨작용 즉, 소변을 많이 보게 되어있습니다. 인체에서 소변은 물을 의미하는데요. 소변의 양은 신장에서 결정되는데 카페인에 의해 신장의 혈관이 확장되면서 소금과 물이 몸에서 더 많이 빠져나가게 되는 원리입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입구가 좁은 물통에서 물을 뿌렸었는데 입구가 커지면서 물이 많이 빠져나가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생기는 또 한 가지 의문, 몸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것뿐인데 왜 디스크에 영향을 미칠까요.
그건 디스크의 구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척추 디스크는 2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물 성분인 수핵이 안쪽에 있고 질긴 섬유 성분인 섬유륜이 겉을 감싸고 있습니다. 몸 안에 물이 풍족한 시기였던 어린 시절에는 다들 몸도 피부도 탱탱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피부의 탄력도 감소하고 주름이 늘어갑니다. 몸 안의 세포가 물을 가지고 있는 능력이 점차 감소해서 그렇습니다. 디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물 성분이 많을 때는 탱탱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탄력성이 줄어듭니다. 여기에 카페인이 더해진다면 디스크 안의 물 성분도 영향을 받는 것이죠.
그렇다면, 앞으로 척추 건강을 위해 커피를 중단해야 할까요. 물론 중단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커피는 음료 그 이상의 가치이기도 하죠. 도저히 커피를 중단할 수 없다면 카페인양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실천하면서 디카페인 커피로 대체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거기에 술, 담배를 중단하고 물을 하루에 최소 1L 이상 마시고, 체중을 줄이고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이나 근력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충분한 수면을 통해 컨디션을 관리하시길 바랍니다. 작은 실천 하나부터 시작한다면 현재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등으로 고통받는 분들도 분명 디스크를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