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독자들 중 ‘귀신병’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분이 있을까? 환자에게 증상은 있는데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도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의사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계속될 때, 미안함과 위로, 하소연하는 마음을 담아 ‘귀신병’ 진단을 내리기도 하더라는 얘기를 들어보았다. 이렇게 도저히 증상의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원인 미상의 특징적인 증상 몇 개가 함께 나타나거나, 다양한 원인에서 오는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영어로는 ‘신드롬’, 우리말로는 ‘증후군’이라고 부르는데, 의사 입장에서는 무언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질환이 바로 이 ‘증후군’이다. 이것은 명쾌한 해답이 나오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한 번 내려졌던 진단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이름은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친숙한 병명일 것이며, 그 이름 그대로 다리가 불편해서 가만히 두지 못하게 되는데, 주로 잠들기 전에 그 증상이 생겨서 잠을 잘 수 없도록 만든다. 필자의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이 증후군은 1) 주로 저녁이나 밤에, 2)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나타나고, 3) 움직이지 않을 때 심해지며, 4) 움직이면 완화되는 네 가지 특징을 보일 경우 진단할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진단되면 이런 증상들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기저질환을 찾아보고, 파킨슨병 치료 약물과 항경련제, 진통제, 수면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한다. 수면장애, 신부전, 빈혈, 말초신경병증, 갑상선항진증 같은 질환에 의해서도 하지불안증후군이 생길 수 있지만, 그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참조-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또 다른 증후군으로 ‘Painful legs and moving toes syndrome (PLMT 신드롬)’이라는 다소 생소한 것도 있는데, 이는 국문명이 따로 알려지지 않은 드문 병으로, 다리의 통증과 함께 발가락이 움직이는 증상을 보인다. 이 증후군으로 진단이 난 경우, 그 증상의 원인으로 신경계통에 이상이 있음이 밝혀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으며, 치료로는 파킨슨병 치료 약물이나 항경련제를 복용한다. 하지정맥류 얘기를 이어오다가 갑자기 ‘하지불안증후군’, ‘PLMT 신드롬’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은, 하지정맥류의 증상이 이런 증후군처럼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한 분이 진료실에 들어와 발가락의 움직임과 발, 종아리의 불편감을 호소했다. 발가락은 움직이기 시작하면 쉬지 않고 움직였는데, 저녁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심해졌으며 걷거나 움직일 땐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심하게 움직일 땐 신들린 듯이 움직여요’라고 얘기하며 보여주는 그 발가락의 움직임은 어찌 보면 정말로 귀신 들린 모습처럼, 그렇게 보였다. 이런 움직임과 불편감 때문에 잠도 잘 들 수가 없었기에, 굉장히 오랜 기간 여러 병원을 다니며 많은 검사와 치료를 받고 지내 왔던 분이었다. 다른 환자 한 분은 몇 달 전부터 정강이가 불편하고 발가락이 멋대로 움직이는 증상을 호소했다. 몇 달 동안 열심히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아봤지만 효과가 없다고 했다. 두 환자는 모두 하지정맥류가 있었고, 작은 혈관부터 큰 혈관까지 망가진 정맥을 치료한 뒤 발가락의 움직임도, 다리의 불편감도 호전되었다.

필자는 하지불안증후군이 곧 하지정맥류라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원인이 애매한 병으로 평생 항경련제, 진통제, 수면제 등을 복용하며 지내는 것보다는 다소 번거롭더라도 하지정맥류 검사를 한 번 받아보고, 하지정맥류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가 보았을 때 이 증상들이 하지정맥류 때문일 수 있겠다고 한다면, 하지정맥류 치료를 한 번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위의 환자들처럼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고 주사를 맞으면서도 잠들기 어려운 지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특히 대표적인 하지정맥류의 증상인 ‘다리나 발이 붓고 무거움, 수면 중 또는 기지개 켤 때 쥐 남, 저림, 뜨겁거나 시림, 가려움’이 같이 있다면, 그리고 이런 증상들이 허리디스크 치료나 여타 다른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잘 호전되지 않는다면, 하지정맥류 검사를 꼭 받아보고 치료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

증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쯤은 별 일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 병을 키워 오는 환자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초기에 병원에 갔더라면 쉽게 진단받고 관리할 수 있었을 텐데 오랜 기간 묵힌 증상은 복잡해지고 그간 얻은 다른 질병의 증상과 혼합되어 ‘증후군’이 되고 ‘귀신병’으로 둔갑하니 말이다. 이는 하지정맥류뿐 아니라 어떠한 질병이든 해당되는 얘기이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살다 보면 나를 돌보기가 쉽지 않지만, 몇 주가 지나도 낫지 않는 불편감이 있다면 짬을 내 병원을 방문하여 내 몸을 점검해보는 습관을 들일 수 있길 바란다.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혈관 건강과 직결되는 당신의 다리 건강

[더으뜸 정형외과]
이상준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사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영상의학 석사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영상의학 박사
국립강원대학교병원 임상교수
삼성서울병원 수련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전공의
삼성서울병원 임상강사
삼성서울병원 외래교수
인터벤션영상의학회 정회원
인터벤션영상의학회 인증의
인터벤션영상의학회 지도전문의
투석혈관인터벤션연구회 정회원
대한정맥통증학회 정회원

다리 통증하면 보통 근골격계 질환부터 떠올리지만, 하지정맥류로 인한 통증인 경우도 많습니다. 자칫 간과하기 쉬운 하지정맥류 증상과 예방, 치료 방법 등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