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 다리에도 지방도와 경부고속도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다리의 피부 가까이에는 얕은 정맥이, 근육이 있는 곳에는 깊은 정맥이 있다. 이중 얕은 정맥은 지방도의 역할을, 깊은 정맥은 경부고속도로의 역할을 맡고 있다. 얕은 정맥이 망가진 것을 ‘하지정맥류(혹은 얕은 정맥 부전)’라고 하고 깊은 정맥이 망가진 것을 ‘깊은 정맥 부전’이라고 부르는데, 심장 기능이 좋지 않으면 ‘심부전’, 신장 기능이 좋지 않으면 ‘신부전’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작명 방식이다.

정맥이 망가졌다는 것은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정맥 혈관 안의 ‘문’이 고장 났다는 뜻이다. 다리 정맥은 사용하고 난 피를 심장으로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발에서 심장 쪽으로만 흐를 수 있는 일방통행 문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는데, 이 문을 우리는 ‘판막’이라고 부른다. 발에서 심장 쪽으로 피가 올라갈 때에는 문이 열리면서 피를 보내주고, 중력의 힘 때문에 도로 떨어지려고 할 때에는 내려가지 못하게 막아준다. 처음에는 모든 문의 작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오랜 세월 사용하다 보면 이 문이 헐거워진다. 이렇게 되어 있으나 마나 한 문이 되어버리는 순간부터 아래로 역류하는 피의 흐름이 생기면서 하지정맥류는 시작된다.

문이 하나 망가지면 올라가지 못한 피가 고이게 되고, 이에 맞추어 정맥이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난 정맥은 주변의 다른 문도 헐겁게 만들고, 헐거워진 다른 문 주변으로 정맥이 늘어나며 더 많은 문이 망가지는 식으로 정맥은 순차적으로 망가지게 된다. 장마철 많은 비가 내렸을 때 한강 상류의 보가 수문을 열면 그 아래에 물을 받아내는 다른 보나 댐도 문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시작점이 어디가 되었든 하지정맥류는 치료하지 않고 두면 이렇게 점점 진행하고 악화되는 질병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하지정맥류를 어떻게 진단할까?

하지정맥류를 진단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검사법은 초음파이다. ‘초음파’는 귀로 들을 수 없는 소리인데, 초음파를 쏘아 보내어 물체에 맞추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초음파를 받으면 그 물체의 위치나 모양, 움직임을 알 수 있다. 박쥐나 돌고래 같은 동물은 초음파로 눈의 기능을 대신하며, 고기잡이 배는 초음파를 이용해 물고기의 위치를 확인한다. 병원에서는 간, 유방, 갑상선 등 몸 안의 장기를 들여다보는데 초음파를 활용하는데, 이 초음파 기기를 이용하여 혈관을 들여다보면 피가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손으로 다리를 쥐어짜며 피를 밀어 올려주고, 손을 놓으며 도로 떨어지는지 확인한다. 피가 떨어지지 않으면 정상, 오랜 시간 떨어지면 하지정맥류, 이런 식으로 허벅지 안쪽이나 오금 뒤쪽, 다리 바깥쪽, 발목까지 정맥을 따라 검사하며 하지정맥류가 있는지 판단한다.

초음파 검사는 병원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된다. 필자의 경우는 진료실에 초음파 기기를 두고 직접 검사하면서 큰 혈관에서 시작해 작은 혈관까지 훑어보는데, 확인해야 할 혈관이 많아지는 경우에는 진료가 한 시간 이상 길어지기도 한다. 반면 초음파 검사를 하는 직원이 검사실에서 큰 혈관 사진을 찍고 나면 의사는 진료실에서 검사 결과 해석과 진료에만 집중하는 병원도 있다. 이것이 맞고 저것이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각 병원의 진료 효율과 치료 방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 하겠다.

하지정맥류의 치료 방법은 크게 약물치료, 압박스타킹, 주사치료, 시술, 수술이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큰 혈관에 문제가 없다면 약물치료나 압박스타킹을 먼저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증상이 명확하고 관련된 작은 혈관의 역류가 보인다면 주사치료를 적용해 볼 수도 있으며 큰 혈관의 문제는 시술이나 수술을 통해 치료해 볼 수 있다.

약물치료는 ‘정맥순환용제’를 처방한다. 하루 두 번 정도 장기간 복용할 수 있다. 정맥순환용제는 미세정맥의 순환을 도와주고 염증을 줄여주는 작용을 하여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 크기의 망가진 정맥을 고쳐주는 약은 아니다. 압박스타킹은 발바닥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조여주어 늘어난 정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본인 다리 길이나 둘레를 측정하여 잘 맞는 사이즈를 착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압박스타킹의 형태는 특히 중요한데, 발목에서 시작되는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면 발목 아래에 있는 정맥은 압박이 되지 않아 증상 완화 효과가 떨어지거나 오히려 발이 붓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발바닥부터 시작되는 것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위쪽 끝 단은 허벅지까지 충분히 올라와야 하지만, 이렇게 정석대로 착용하는 압박스타킹을 매일 신고 벗는 일은 보통 번거로운 것이 아니라서 발바닥에서 무릎까지만 올라오는 압박스타킹을 사용하기도 한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것이 신고 벗기 불편하다고 아예 신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처방을 하는데, 처방 비율이 꽤 높은 걸 보면 허벅지형 압박스타킹 착용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 수 있다. 독자 중에 ‘나는 신고 벗기 불편하지 않던데?’라는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실 테지만, 신고 벗기 편한 정도로 헐거운 압박스타킹은 크기를 잘못 맞췄거나 오래 신어서 늘어난 것이니 새로운 것을 처방받아 신는 것이 좋겠다.

약물치료와 압박스타킹도 좋은 치료 방법이긴 하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아무리 작은 혈관이라도 증상과 연관된 하지정맥류가 초음파 검사에서 확인된다면 이에 더해 주사치료를 권유하는 편이다. 이렇게 치료하는 데에는 몇몇 이유가 있는데, 약물치료와 압박스타킹이 망가진 하지정맥류 혈관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는 점,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물이라고 해도 아침저녁으로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 압박스타킹을 매일 착용하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 주사치료는 대부분 감내할 만한 가벼운 부작용 외에는 큰 위험이 없다는 점, 약물치료와 압박스타킹 만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을 때 주사치료로 효과를 보는 환자들이 꽤 많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치료 원칙 때문에 초음파 검사를 직접, 작은 혈관까지 확인하며 오랜 시간 할 수밖에 없으니 가끔은 ‘내가 돌고래라면 좀더 편안하게 정맥류 진단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부질없는 상상도 하곤 한다. 다음 기고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치료 방법인 주사치료, 시술, 수술에 대해서, 그리고 하지정맥류 치료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얘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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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건강과 직결되는 당신의 다리 건강

[더으뜸 정형외과]
이상준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사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영상의학 석사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영상의학 박사
국립강원대학교병원 임상교수
삼성서울병원 수련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전공의
삼성서울병원 임상강사
삼성서울병원 외래교수
인터벤션영상의학회 정회원
인터벤션영상의학회 인증의
인터벤션영상의학회 지도전문의
투석혈관인터벤션연구회 정회원
대한정맥통증학회 정회원

다리 통증하면 보통 근골격계 질환부터 떠올리지만, 하지정맥류로 인한 통증인 경우도 많습니다. 자칫 간과하기 쉬운 하지정맥류 증상과 예방, 치료 방법 등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