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는 인체의 대들보로 불리는 중요한 부위다. 목뼈에서 꼬리뼈까지 이어지는 중심축으로, 신체를 지탱하고 척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대들보가 무너지면 집 전체가 주저앉는 것처럼 척추에 이상이 생기면 신체 전반의 균형이 틀어진다. 통증은 물론 거동의 불편함을 초래해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척추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 현대인들에게 빈번하게 발병하는 척추 질환으로는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을 꼽을 수 있다. 이 두 질환은 주로 나이가 들면서 척추 및 주변 근육과 힘줄이 약화하는 퇴행성 변화로 발생한다. 최근에는 PC나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 잘못된 자세, 비만, 격렬한 운동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허리디스크는 의학용어로 추간판 탈출증으로, 퇴행성 변화나 강한 충격으로 추간판 내 수핵이 조직 밖으로 튀어나와 신경을 눌러 발생한다.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허리 통증이다. 통증은 앉아있거나 허리를 굽힐 때 심하고, 서 있거나 걸으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탈출한 추간판이 신경근을 자극해 엉덩이, 다리, 발이 저리거나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방사통을 동반한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 통증을 일으키는 점에서 허리디스크와 유사하지만, 그 원인과 통증의 양상에서 차이를 보인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주변 인대와 뼈가 두꺼워지는 등 퇴행성 변화로 인해 신경다발을 보호하는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허리와 엉덩이 통증부터 시작해 점차 허벅지가 당기고 무릎이 저리는 감각 이상이 발생한다.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통증이 심해지며, 앉아 쉬거나 누워있으면 증상이 잠시 호전된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일시적으로 좁아졌던 척추관이 넓어져 통증이 감소한다.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은 우선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보고, 회복이 되지 않으면 비수술치료를 하게 된다. 비수술치료로도 호전이 없다면 그 후에 전문의와 면밀한 상담을 거쳐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치료단계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5~10% 이내이며, 대부분의 척추질환은 보존적 치료나 비수술치료를 통해 회복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비수술치료법으로 신경성형술이 있다. 신경성형술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에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완화하는 비수술적 치료법이다. 꼬리뼈 부위에 작은 구멍을 내고 지름 1mm의 초소형 카테터를 삽입, 손상 부위를 찾아 약물을 주입해 신경 유착을 풀고 염증을 제거해 준다. 고농도 생리식염수 등으로 염증 부위를 씻어주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을 병변 부위에 직접 투입할 수 있어 통증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 치료 시 C-ARM이라는 특수 영상 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확인하면서 병변 부위에 약물을 투여해 정확도를 높인다.

시술시간은 10분에서 15분 내외로, 절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출혈에 따른 부작용 걱정도 덜 수 있다. 시술 후 통증이 적어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 약물치료,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하는데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척추불안정증, 전방전위증이 있거나 척추관협착증이 심한 경우, 척추수술을 한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악화된 경우, 척추수술 후 통증증후군이 있는 경우에는 신경성형술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정 치료가 모든 환자들에게 다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상태와 증상에 따른 치료 선택지는 다양하기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 본인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