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의 운명 / 어깨의 운명 / 허리의 운명 / 손발의 운명
척추의 운명
아산재건정형외과
조훈식 원장
우리 몸은 자동차와 같다. 노쇠(老衰)한 몸은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에 비교할 수 있다. 낡은 자동차는 처음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또한 이곳저곳 삐걱거리기도 하고 부품이 닳아 수리를 하거나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너무 장시간 운행하면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도로 중간에서 퍼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우리 몸도 늙어지면 마찬가지이다. 밤새 고정된 자세로 있다가 아침에 일어나 막 움직이려고 할 때 많은 불편감이 발생한다. 또한 뼈, 연골, 인대, 근육 등이 닳아 뚝뚝 소리가 나고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나빠진 관절을 장시간 사용하면 물이 차고 염증이 발생하여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우리 몸은 반드시 이러한 노화 과정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의사의 한계점은 분명하다. 약, 주사, 시술, 수술을 단계적으로 시행하여 병을 치료하고자 노력하지만 수술 이후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다시 약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수술에 관련된 후유증이나 재발이 뒤따르게 되어 주사, 시술, 수술의 단계를 다시 밟게 될 수 있다. 즉 퇴행된 몸을 완전하게 원래 상태로 돌릴 수 있는 기술은 현존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고장난 몸을 계속 고쳐서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척추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우선 척추는 머리, 팔, 다리를 달고 있는 중심 축(core)이면서 뇌에서부터 시작된 신경이 지나다니는 길이기도 하다. 경추(목뼈 7개)-흉추(등뼈 12개)-요추(허리뼈 5개)로 이루어진 척추는 천추(엉덩이뼈)-미추(꼬리뼈)로 이어지며 각 구간마다 뼈의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 대체로 앞쪽은 두꺼운 몸통(척추체)이, 뒤쪽은 신경다발(척수)이 지나가는 구멍(척추관)과 함께 관절, 인대, 근육이 위-아래 뼈를 튼튼하게 연결하고 있다. 필자는 척추를 설명할 때 참치 캔을 차곡차곡 쌓고 사이사이에 젤을 발라놓은 것에 비유하는데 이때 참치 캔은 척추체이고 젤은 디스크(추간판)이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디스크는 젤이 새지 않도록 튼튼한 섬유막(섬유륜)으로 둘러싸여 척추체를 연결하고, 척추가 대나무처럼 자연스럽게 축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뇌에서 시작한 신경다발(척수)은 물풍선에 싸여 척추관 안으로 내려오는데 이때 물은 척수액, 풍선은 경막이라고 부른다. 뇌에서부터 신경다발이 내려오면서 추간공이라는 구멍을 통해 신경줄기가 한가닥씩 척추 밖으로 나오며 팔, 몸통, 다리 등으로 연결되어 감각, 운동 및 각종 조절 작용을 담당한다.
척추 수명의 키스톤은 디스크(추간판)이다. 섬유막이 터져 젤이 신경관 쪽으로 흘러나와 신경을 눌러 극심한 저림과 통증을 야기시키는 것을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하는데 흔히 우리는 이것을 [디스크가 터졌다]라고 말한다. 디스크가 터지면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을 점차 상실하면서 척추관 뒤쪽에 위치한 관절과 인대에 체중 부하가 급격히 늘어난다. 그러면 관절의 퇴행이 가속화되면서 연골이 닳고 인대가 두꺼워지며 심하면 뼈에 변형까지 일어난다. 신경다발 입장에서 앞쪽은 튀어나온 디스크가 누르고, 뒤쪽은 두꺼워진 인대나 변형된 뼈가 눌러 척추관이 좁아지게 되는데 이때 신경다발에 공급되는 혈류의 양이 현저히 줄어든다. 그러면 경추는 상지에, 요추는 하지에 주로 저림 증상이나 당기는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것을 [척추관 협착증]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척추에서 수명이 줄어드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선천적으로 척추를 연결하는 부분이 분리된 [척추 분리증] 환자들이나 퇴행이 점점 심해져 척추뼈가 헐거워진 환자들은 점차 척추가 앞쪽으로 밀리면서 서로 어긋나게 되고 자연스레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다발이 꺾이는 [척추 전방 전위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환자들은 허리 근육이 척추 뼈의 움직임을 꽉 잡아주면 큰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퇴행이 가속화되고 앞서 언급한 [척추 협착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이러한 경우 치료에 대한 반응이 적거나 재발이 잦아서 수술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외상] 또는 [상해]로 인해 디스크가 터지면 퇴행이 가속화되어 [척추 협착증]이 발생한다. 최종적으로 디스크 공간이 계속 줄어들면서 척추체는 서로 붙거나 어긋나고 뒤쪽 관절 부위는 한쪽 혹은 양쪽으로 무너져 내린다. 척추관은 심하게 좁아져 신경다발이 완전히 눌리고 피가 안 통하는 상태가 지속된다. 여기에 골다공증으로 인해 척추체까지 내려앉는 [척추체 압박골절]이 발생하면 심한 변형과 통증이 발생하여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것이 척추 운명의 최종 종착지라고 볼 수 있다.
무릎, 어깨, 발목 등은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수명을 다하면 [인공 관절]로 비교적 새롭게 교체될 수 있다. 하지만 척추는 다르다. [감압술 및 유합술], 즉 문제가 있는 척추 분절에 신경을 누르는 원인을 해결하고 쇠를 박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여버리는 것이 척추에서 흔히 시행되는 최종적인 수술 치료이다. 움직여야 할 관절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면 위-아래 인접한 척추 분절의 퇴행을 가속화시키고 필수 불가결하게 재수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것은 최종 치료법인 수술을 통해서도 완치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며 수술로 인해 환자들의 일상이 오히려 더 불편해진 경우도 빈번하다. 이에 필자는 척추 치료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치료를 한다.
첫째, 척추 치료는 약-주사-시술-수술 순으로 차례대로 시행한다. 흔히 [척추 협착증]에 대한 치료 방법을 설명할 때 필자는 하수구가 막힌 것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물이 내려가는 하수구가 막히면 처음에는 락스를 뿌리고, 그래도 안되면 하수구에 기구를 넣어 뚫고, 그래도 안되면 변기를 뜯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척추 치료도 이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허리에 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써보다가 안되면 척추관이나 추간공을 통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을 주입하는 신경차단술(주사)을 시행한다. 그래도 안되면 척추관 안으로 직접 기구를 집어넣어 막힌 부분을 약물이나 풍선으로 뚫거나 디스크에 기구를 집어넣어 튀어나온 디스크를 고주파로 태우는 시술을 할 수 있다. 그래도 안되면 뼈 뚜껑을 열어 신경을 압박하는 원인들을 제거하고 척추의 움직임을 고정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이 과정들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차적으로 시행해야 하며 높은 단계의 치료를 받았더라도 다시 낮은 단계 치료부터 시작하는 과정을 평생 반복해야 함을 인지해야 한다.
둘째, 근본적인 치료는 운동이다. 결국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재발을 줄이며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를 위해서는 운동을 통해 근육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즉 약-주사-시술-수술 모두 운동을 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면 척추에 안정성이 갖추어지고 동시에 혈류도 증가하며 구조물의 손상이나 퇴행을 막을 수도 있다. 척추는 질 높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평생 동안 꾸준히 운동하고 관리해야 하는 우리 몸의 핵심(core)이다. “Exercise is Medicine”라는 말처럼 Core 운동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자!
우리 몸에도 각 신체 부위마다 봄,여름, 가을,겨울이 있고 그 변곡점이 있다. 노화의 변곡점을 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떤 관리가 필요한가? 또 각 시기마다 어떤 치료(수술)를 통해 그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가? 그 명확한 한계점은 어떤 것인가?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본다.